안산(0:1)아산-체급이 다른 아산 [FA컵R3]

2021. 4. 15. 18:4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직관), 안산그리너스(0:1)충남아산, 2021.04.14(수), 2021 FA컵 Round 3 (32강)

 

처음으로 안산 와~스타디움 직관, 첫 K리그2 팀간의 경기 직관.

 

포항 팬인 내가 굳이 안산까지 찾아간 이유? 이 경기의 승리 팀이 다음 라운드(FA컵 16강)의 포항의 상대 팀!

미리 상대팀을 점쳐보는 재미도 있고, K리그2 팀의 선수들과 좀 더 익숙해지면 다음 포항과의 경기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서 채 한 시간이 안되는 거리. "뭐하지? 심심한데 축구나 보러갈까?" 딱 요런 느낌으로 나설 수 있는 범위의 경기였다.

 

 

포항의 상대는 충남아산!

현재 K리그2 아산 3위, 안산 5위. 순위와 승점에서 큰 차이가 없는 두 팀인 만큼 경기 내용도 시종 팽팽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경기 시작 후 10분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때 이미 경기 내용은 원정팀인 아산의 힘이 주도. 살짝 체급이 달랐다고할까? 라이트헤비급 아산 vs. 미들급 안산. (포항은 헤비급? ㅎㅎ)

 

아산은 박동혁 감독이 2018년 아산 무궁화 시절부터 맡고 있는 팀이다. 한 때 K리그1 소속 선수들이 병역을 대신하기 위해 뛰던 경찰청 산하 스포츠단 이기도 했다. 한 감독이 4년째 지도하는 팀답게 조직력이 잘 갖춰져 있었고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피지컬이 아산보다 좋았다.

공을 받으면 오래끌지 않고 바로 주변 동료에게 연결하면서 압박을 벗어난 후 길고 빠른 전환패스로 공격의 속도를 올리는 스타일이 확고하게 정착된 느낌의 팀이었다. 한 마디로 팀 전형이 몸에 밴 모습!

 

안산 그리너스는 반대. 선수 개개인의 드리블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고 후방에서 오래 볼을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었다. 아쉽게도 이렇다할 득점 찬스는 만들지 못했고 다소 힘이 부족한, 시원시원하지 않은 답답한 경기운영이었고 패스 미스가 상당히 많았다. 리그 성적을 봐서는 이날 경기가 유난히 잘 안풀리는 잔잔바리 빌드업 축구에 빠진게 아닌가 싶음!

 

안산의 홈 경기장, "와~ 스타디움"

대한민국에서, 아니 어쩌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경기장 이름에 기호 "~"를 사용하는 경기장이 아닐까?

종합운동장이지만 안산 그리너스의 홈 경기장으로 정체성이 확고한 경기장이었다. 솔직히 K리그 1 강원의 홈 경기장인 춘천 송암 경기장에서 느꼈던 참을 수 없는 초라함 & 어수선함 & 만만함에 비하면 와~스타디움은 훨씬 잘 정돈된 경기장이었다. (시설, 경기운영, 팬 서비스 등. K리그1으로 승격했을 때 전혀 문제 없을 듯!)

 

다만... 이날 경기의 유료관중은 89명. 아마 선수단 및 경기장 운영 스탭의 수와 관중의 수가 거의 비슷했을 것 같다. ^^  모든 편의 시설이나 서비스는 89명만 즐기기에는 사실 오버도 한참 오버라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안산 시민들이 경기장을 찾던가, 아니면 운영비용을 좀 더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관심이 떨어지는 FA컵 3라운드 경기라면 굳이 전 좌석을 개방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서측(W석) 스탠드 일부만 개방한다면 관리 인원과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산:포항, FA컵 16강 예상

5/26(수) 아산 이순신종합경기장에서 아산의 홈 경기로 열릴 예정이다. K리그1 팀이 나서는 경기이니 보다 많은 관중이 찾을 것이고 어느 정도는 아산의 홈 분위기도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다가 아산은 현재 K리그2 3위를 달리는 팀인만큼 홈 팬들의 관심도 꽤 클 것 같다.

 

안산과의 경기를 보면서 몇몇 선수들이 눈에 띄었는데, "섯다" 끝발 좋은 등번호의 선수들이 잘 뛰더라는...^^

 

7땡 박민서 (77, FW), 3땡 김혜성 (33, MF), 2땡 김강국 (22, MF), 아홉끝 갑오 마테우스 (9, FW)

 

공이 흐르는 길목에서 김혜성이 차단하면 김강국, 박민서, 마테우스에게 전달하면서 공격을 전개하는 스타일이다. 아산의 기성용이랄까? 역습 상황에서 왼쪽의 박민서나 중앙의 마테우스에게 길게 뽑아주는 장면이 자주 보였다.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김혜성이 좀 더 아랫쪽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

마테우스는 독일 출신 수비수 아니고 브라질 출신 공격수^^. 체격과 파괴력을 갖춘 선수로 이날의 유일한 득점 선수이기도하다. 아랫쪽에서는 공을 오래끌지 않고 바로바로 동료에게 연결한 후 중앙 공격에 치중하는 모습.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앙에 고립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슈팅 찬스가 오면 언제든 득점이 가능한 선수다.  특히, 왼발 슈팅으로 득점! 주의요!

 

포항이 좀 더 우위에 있을테고 아산은 좀 더 수비에 비중을 두겠지만 경기 내용이 크게 기울것 같지는 않다. E랜드에 밟힌 FC서울 꼴 나지 않으려면 포항도 제대로 마음먹고 경기에 나서야 할 것 같다. 아산의 수비력이 딱히 강하지는 않지만 수비 머릿수를 늘이면 어느 팀이든 고전할 수 밖에 없다. 

한 수 아래로 보이는 상대팀이 내려 앉으면 수비 긴장감은 떨어지고 공격은 세밀함과 집중력 없이 기분따라 슈팅 난사하는 뻘짓을 하기 쉬운데, 그러다 역습에 아작나거나 승부차기까지 어렵게 어렵게 탈탈 털리는 경기 여럿 봤다. 아산에서 줘 터지고 돌아와 포항에서 물리치료 받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기를!

 

 

세월호를 기억하며...

경기 시작전 세월호의 아이들을 위한 간단한 추모식이 있었다.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아픔을 준 날, 4월 16일. 안산, 그리고 와~스타디움... 누군가에게는 7년 전의 기억이겠지만 이 곳에서 세월호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