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7. 10:51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포항(1:3)전북, 2021.04.06(화), K리그1 Round 8
질 때 지더라도 전북같은 최상위 팀과 대등한 경기를 하면 그 다음 과정이 좋아진다. 그리고, 어차피 상위권 경쟁을 하게되면 나중에 중요한 포인트에서 다시 만났을 때 전혀 위축되는 것 없이 자신있게 경기할 수 있다.
내심... 경기가 그렇게 갈 수 있기를 바랬지만, 이번 경기는 정반대. 그냥 완패! 실력의 차이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전북은 선수 구성, 개개인의 전술, 심지어 멘탈까지도 우리보다 위에 있었다. 게다가 경기막판 신광훈은 감정적인 파울로 퇴장과 함께 세번째 실점의 빌미까지 주고 말았으니 경기에도 진 것 이상으로 잃은 것이 많았다.
초반에는 경기 템포와 조직력이 나아진 모습이었는데, 첫 실점 후 살짝 균형이 깨지더니 후반 이른 시간에 추가 골을 먹으면서 경기가 확 망가져 버렸다. 전반전 선제 실점이 반복되면서 선수들 스스로 조급해지고 몸놀림도 둔해지고 상대에게 끌려다니는 경기가 되어버린다.
여전히 역습 속도가 늦고 떨어진 자신감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게 안되니 자꾸 머뭇거리고 망설이고, 그러다가 공간을 잃고 공도 뺏기고 역습에 허둥대곤한다.
하물며 상대는 전북! 이런 약점을 그대로 넘길리 없다. 우리가 느슨해진 것도 힘든데 상대는 더 빠르고 부지런하게 그 약점을 여지없이 뭉개버렸다.
무엇보다도 홈 팬들의 믿음, 스틸야드에서 만큼은 멋진 경기를 한다는 그 믿음을 약하게 만들어버렸다. 팬들은 우리가 공을 잡으면 기대보다 우려를 먼저하고 작은 실수에도 크게 실망을 표현한다. 이게 계속되다보면 지는 걸 더이상 볼 수 없어서, 지더라도 꼴사납게 지는 꼴은 정말 보기 싫어서 경기장에서 발길을 돌리는 지경까지 가게된다. 제발 그 지경에 가기 전에 빨리 팀이 수습되었으면 좋겠다. 질 것같은 경기를 불안불안해 하면서 보러 가는 길은 정말 그지같거든...
그래도 그나마...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는다면?
죽어도 희망고문 속에서 죽는다고... 유능한 서포터는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은 찾을 수 있지! 그게 서포터의 멘탈이지!
아니, 이런 절망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 100개 정도는 거뜬히 찾아낼 수 있다.
일단, 100개 중에서 몇 개만 ^^
송민규가 돌아온다.
왼쪽의 강상우-송민규 라인이 살아나면 전체적으로 공격의 무게감이 달라질 것이다. 왼쪽이 살면 중앙도 살고 오른쪽도 살아난다. 훨씬 나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는 신진호-이수빈 조합으로 중심이 잡히는 것 같다.
이수빈이 조금 더 올라와 주면 더 이상 돌려막기 전술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고 팀의 중심도 잡힐 것 같다. 팀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개선된다는 것!
타쉬의 몸놀림이 한결 가벼워졌고 동료들과 발이 맞아가고 있다.
아직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공격 지역에서 볼을 터치하는 빈도가 훨씬 늘었다. 몸이 가벼워진 만큼 슈팅의 순도도 높아지고 있다. 공격 포인트가 터질 때가 거의 온 것 같다.
TV해설은 타쉬가 박스 안에서 집중하기를 주문하는데, 지금까지 봤을 때 타쉬는 중앙에서 버티고 경합하고 따내는 플레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 오늘처럼 넓게 움직이면서 볼을 많이 터치하는게 더 좋을것 같다. 아마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기동 감독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최근에는 중앙으로 연결되는 좋은 마지막 패스가 잘 만들어지지 않고있다. 중앙에 짱박혀 있다가는 골키퍼 강현무보다도 볼 터치가 적을 지도 모른다.
임상협, 고영준, 이호재, 이석규 등이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팀이 초반부터 잘나갔으면 출전 기회가 훨씬 적었을지도 모르는데, 팀이 허우적 거리고 베스트 멤버 구성이 삐걱거린 덕에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각자 한 두번은 팬들에게 각인되는 인상적인 플레이도 보여줬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
이제는 상대팀 선수가 되어버린 김승대, 최영준과 일류첸코만 자꾸 보이더라. 내가 싫어서 헤어진게 아니라 집안의 반대로 헤어진 그녀를 그리워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인가? 이러다 막장으로 흐르면 안되는데...
일류첸코는 포항 시절보다 적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도 경기 내내 일류첸코만 보인다. 역시 몸과 몸을 부딪치면서 경쟁하고 따내는 것은 탁월한 선수다.
일류첸코가 보이는 곳에는 그와 대비되는 전민광이 보인다. 첫 실점장면에서 전민광이 몸으로 버텨주지 못했다. 완벽하지 못한, 보이지 않는 실수가 계속 나오고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그래도 어쩌겠어... 지금은 어렵지만 작년에는 이런 출전기회도 없었잖아? 이겨 내야지!
솔직히 현재의 상황을 수습할 만한 방법은 딱히 없어 보인다. A플랜, B플랜, C플랜까지 안먹힌 상태에서 D플랜을 쥐어짜봐야 별거 있을까 싶다. 하나 기대한다면 그랜트의 복귀 정도?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저럼 땜빵질이 별로 소용없어 보인다. 차라리 잘 안먹히더라도 A 플랜으로 밀고 나가야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어쩔 수 없이 지면서 배우고 맞으면서 크는 길을 가야할 것 같다. 봄에만 맞고 여름부터는 맞지 않으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김기동 감독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작다. 팀의 고참들이 해결하던가, 반대로 신인들이 다부진 모습을 보이던가, 브레이브걸스 위문공연을 추진하던가, 이기면 승리수당 천만원 주던가....
포항에 영험한 무속인들 많지 않나? 이거저거 안되면 굿이라도 한 번 하던가...
PS) 울산(3:2)서울, 인천(0:0)수원
- 울산:서울 경기의 수준에 비해 인천:수원 경기는 거의 길거리 축구. 울산이 짜임새는 아직 부족하지만 스쿼드 값은 확실하게 한다
- 저렇게 골을 못 넣는 수원인데 왜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날아가는 슈팅이 어쩜 그렇게 쫙쫙 꽂혔을까... 신이 들린게야... 신이 들렸어! (8경기 8득점. 그 중 4골을 포항이 먹었네 ㅠ.ㅠ)
- 서울은 주심의 판정에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판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울산에게 유리하게 판단이 내려졌다
- 포항의 다름 상대는 서울. 전방 압박도 수비의 짜임새도 그리 강하지는 않다. 원정 경기라 어려움이 있긴 하겠지만 승부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닐 것 같다. 제대로 부딪히고 우리 플레이만 잘 살리면 좋은 경기가 될 듯!
...
결국 인정하기 싫은 순위표가 나왔다. 우리보다 아래에 있는 팀보다 위에 있는 팀들이 더 많다. 울산은 한참 위에 있고, 울산이 3연패하고 우리가 3연승해야 승점이 같아지겠네... 봄 바람 휘날리며 흩어지는 벗꽃 잎이 참으로 거지 같은 봄이구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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