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을 쓸 수 밖에 없는 조광래호의 상황이랄까?

2011. 10. 6. 23:13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내년 여름 쯤, 조광래 감독이 어느 정도 자기 팀을 만든 후에 이동국을 불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현재 조광래호의 사정상 이동국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스트라이커와 득점력의 빈곤이 문제가 아니라, 좌우 윙 포워드와 중앙 미드필더의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조광래호, 그리고 그 이전의 허정무호도 마찬가지지만
풍부한 미드필더 자원에 비해서 득점력 있는 스트라이커의 부재는 늘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득점을 못 올리는 것도 아니었고 비교적 많은 경기를 이겼으니까
감독 입장에서는 자기가 믿는 선수들을 중용하는 고집도 피울만 했습니다.

문제는 박지성과 이청용의 공백으로 인해서 미드필드와 윙 포워드 라인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잃게 되었다는 점!
이 두 선수의 공백이 발생한 이후, 여러가지 대안을 마련해 봤지만 마땅한 해답이 없었지요.
득점에 치중하는 중앙 포워드가 없는 상황에서 좌-우-중앙을 넘나드는 박지성이나 이청용처럼 득점력과 활동력, 돌파력을 함께 갖춘 정상급의 선수가 없다는 것은 상당한 손실이지요.
그 공백을 조광래 감독은 지동원, 손흥민, 남태희, 윤빛가람 같은 선수들로 채워보려했지만
우리가 목격한 바와 같이 '장래는 기대되지만 아직은 좀 부족한...' 상황입니다.
염기훈이나 김재성 같은 K리그의 간판급 선수들로도 뭔가가 부족하고...
차두리를 위로 올려봐도 풀리지 않고...
이근호는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때 그 사람...

그런데, 중앙에 이동국 같은 포워드가 서게 되면 박주영과 지동원을 그 자리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두 선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윙 포워드, 셰도우 스트라이커...
여러 가지 포지션 이동과 조합이 가능하지요.

결국, 조광래 감독은 박지성과 이청용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전술의 변화를 택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 시점에 굳이 이동국을 대표팀에 부를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조광래식 축구를 만든 후에, 이동국이라는 공격 옵션을 하나 더 장착하는게 맞을테니까요.

득점이 터지지 않아서 이동국을 부른게 아닐겁니다.
박주영이나 지동원이 부진해서 부른것도 아닐겁니다.
여론에 밀린 것도 아닐테고, 이동국이 갑자기 너무 이뻐 보여서도 아닐겁니다.
그래도 박주영과 지동원을 믿기에, 그들을 더 다양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이동국을 부른 것 같습니다.

조광래 감독...
전술적으로 유연해 진 것인지, 아니면 약간 조급해 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감독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조광래 감독은 먼저 팀을 만든 후에 전술적인 유연함을 선택하는게 어울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빌더(Builder)형 감독과 관리자(Manager)형 감독이 있을 때, 허정무는 관리자형 감독에 가깝고 조광래는 빌더쪽 성향이 더 강한 감독이기 때문이지요.

허정무는 너무 늦게까지 이동국을 멀리 했고
조광래는 너무 빨리 이동국을 부른 것 같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좀 급한 모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