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월드컵 경기, 일본은 중계하고 한국은 안하는 이유?

2009. 12. 15. 12:1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포항이 2009 FIFA 클럽 월드컵 4강에 진출했습니다.
참가팀이 워낙 적고 단 한 경기를 이기면 4강에 들기 때문에
명실상부한 클럽 월드컵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각 대륙별 최강들이 겨루는 대회에 출전하여 1승을 거둔 것 만으로도 하나의 역사이며
후안 베론이 뛰는 남미의 챔피언과 일전을 벌인다는 것도 엄청난 일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TV 중계에 인색하다는 현실이 축구팬들에게는 너무도 못마땅하지요.
결국, 4강전은 KBS에서 중계하게 되었지만...
팬들의 성화와 여론, 그리고 상대 클럽이 월드컵에서 우리와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의
에스투디안테스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겁니다.

그런데,  일본은 공중파에서 포항과 콩고 TP 마젬베와의 1차전 경기를 생중계했다는군요.
이를 두고, 일본이 더 관심이 많다고 하기도 하고...
일본 방송사의 마인드가 제대로라고 평가하기도 하고
일본조차 포항 스틸러스의 팬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한국은 워낙 국가대표 위주로 축구의 관심이 쏠리고,
클럽 월드컵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포항 팬들의 관심사항일 뿐이지요.

물론 어느 정도 그런 면은 있을겁니다.
하지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애초에 FIFA 클럽 월드컵은 남미와 유럽의 챔피언 클럽이 맞붙는 토요타컵이 대회의 전신입니다.
이걸 확대 개편해서 FIFA 주관의 클럽 월드컵이 된 것이지요.
당연히 일본 사람들에게는 우리보다 훨씬 친숙한 대회이고, 그동안 수 많은 대회를 보아 왔고,
또한 일본의 방송사들도 빠지지 않고 중계를 해 왔습니다.
그들에게는 낯선 대회가 아닌 연례행사인 셈이지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이 토요타가 대회의 메인 스폰서라는 점입니다.
일본에서 토요타만큼 미디어에 큰 돈을 지불하는 광고주가 몇이나 될까요?

광고주는 미디어의 돈줄이고 비즈니스 고객입니다.
경기장의 가운데를 장식하는 토요타의 A-보드가 TV에 나옵니다.
방송사 입장에서 최대 광고주의 입장을 모를리 없고, 그들의 힘을 알거고,
충분히 그들을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겠지요.

일본에서... 자기네 나라 클럽이 출전하지도 않는 대회가 공중파에서 생중계가 되는 이유는
제 생각에 토요타의 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만약 현대 자동차가 FIFA 월드컵의 메인 스폰서였다면
현대 자동차 측에서 방송사쪽에 생중계가 되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했을 것이고,
방송사 입장에서도 황금 시간대도 아닌 자정을 넘긴 시간에 그 정도의 광고주 배려는 어려울게 없겠지요.

물론, 우리나라 축구팬들의 반응이 뜨겁다면 공중파에서 중계를 외면할 이유가 없을겁니다.
그러니까 4강전은 KBS에서 중계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겠죠.

하지만... 소수 축구팬들의 순진한 희망사항보다는 상업적인 힘이 더 우세한 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에서 포항과 에스투디안테스의 경기가 생중계 된다면
토요타는 웃음을 짓고, 현대 자동차는 내심 씁쓸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토요타는 한국 시장에서 현대 자동차와 맞짱 뜨겠다고 덤비는 상황이기도 하고...

어떤가요?

이런걸 다 고려해보면, 포항 스틸러스가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실력과 노력으로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우리 축구팬들이 안방에서 생중계로 FIFA 클럽 월드컵 4강전을,
후안 베론이 뛰는 아르헨티나의 에스투디안테스와의 경기를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포항 팬뿐만 아니라 다른 팀 팬들조차도 함께 응원할 수 있게 해 주지 않았습니까?

어려운 경기지만, 부디 포항이 승리하기를 함께 응원해 주세요.

우리에게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는...
 포항 스틸러스의 선물 하나가 더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