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08, 예고 되었던 히딩크 매직

2008. 6. 19. 13:26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러시아가 유로2008 8강에 올랐습니다.
한동안 침체기에 있었고, 이번 대회 본선 진출조차 불투명했던 러시아였던 걸 생각해 보면
놀랄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지요.

사람들은 "히딩크 매직"을 말합니다.
그의 손에서는 늘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으며
특히, 한국이나 호주에서의 성공에 이어 러시아까지...
일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지요.

물론, 히딩크는 자신을 위해 준비되지 않은 팀은 맞지 않았습니다.
한국, 호주, 러시아 모두 히딩크가 원하는 수준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런 지원이 보장되고, 일말의 가능성을 감지한 다음에야 팀을 맡았습니다.
즉,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감독자리는 맡지 않았지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러한 지원과 조건 속에서 일하는 감독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히딩크만이 연속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으로 보아
'히딩크 매직'이 그냥 헛소리는 아닌 듯 합니다.

...

2006년.
당시 저는 중국-몽골-러시아-폴란드를 경유하는 2006 독일 월드컵 기차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동행한 형이 당시에 축구전문 웹진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간간히 함께 취재활동도 겸했지요.
여행길에 중국, 몽골, 러시아 축구협회를 방문해서 심도있는 취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러시아 축구협회를 방문했을 때
지금의 히딩크 매직을 예상할만한 그들의 포부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블로그에 올렸던 여행기입니다. 여기로.
그리고 함께 동행했던 형이 쓴 취재기사도 보시기 바랍니다. 이건 여기 )

이미 그들은 몇년전부터 미래의 러시아 축구 재도약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히딩크는 러시아가 택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요.
아마도 이번 유로 2008이 러시아 축구의 중장기 계획 중에서 첫번째 결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러시안 매직'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빨리 러시아가 부상한 것도 예상 밖이지만...
은근히 샘이 납니다.
당시 러시아 축구협회를 방문했을 때, 그들 특유의 허풍이나 거만함은 아닐까 하는
치졸한 생각을 가지기도 했으니까요.

지금 러시아가 잘하는 것은 그냥 화젯거리일 뿐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이 준비된 계획 속에서 얻은 하나의 결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요.

어쩌면 우리는... 구 소련시절보다 더 강해진 러시아 축구를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UEFA컵에서 제니트의 활약, 그리고 이번 유로 2008에서의 화려한 등장은
러시아가 다시 축구 강국으로 등장하는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네덜란드까지 잡는다면?

후후...
유로 2008는 좀 재미가 없어지겠지요?

그렇지만... 또 모르지요.
지금쯤 여우같은 히딩크가 러시아 선수들에게 승부차기 연습을 열라 시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