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전 - 후반 25분의 한계, 그리고 이정수

2008. 6. 1. 13:43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후반 25분의 한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후반 25분을 경계로 실점을 하는 모습...

1) 기본적으로는 체력과 집중력의 문제일거고,
2) 그게 잘 안되는 상황에서의 위기관리 능력이 문제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1)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강한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2)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험있는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겠죠.

특히, 2)의 문제...
수비라인이 영 불안합니다.
개별적으로 모든 것을 갖춘 선수가 없는 것도 문제고
수비의 최고참인 이영표가 관제탑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요.
(포지션 특성상 그럴수도 있고, 개인적인 성향이 그런것 같기도 하고... ^^)
중앙 수비수는 계속해서 여러 선수들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데
아직 답을 얻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나 같이 2% 부족!

두 명의 선수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운재와 황재원.
두 선수 모두 기량과 상관없이... 경기 외적인(^.^) 문제로 대표팀에서 뛰지 못하는 상황이지요.
조만간 이 둘의 복귀시점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정수! 물건인가 왕재수인가?

지난 5월 24일(토), 수원: 포항 K-리그 경기 때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 갔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포항을 응원하러 ^^)

그날 경기에서 눈에 딱 들어오는 선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정수입니다.

장면 1)
포항쪽 터치라인으로 공이 아웃되었습니다.
공을 집으러 달려오던 수원 선수가 바로 이정수.
그런데... 이 녀석이 공을 집으러 달려오면서 파리아스 감독을 어깨로 팍 밀치면서 가더군요.
"어라? 요 놈 봐라?"
왕재수 싸가지 같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고놈 맹랑하고 만만찮네..."

장면 2)
그날 경기에서 이정수는 박원재와 자주 맞부딪치더군요.
스피드와 경험, 기량에서는 박원재가 한 수 앞서 있었지만
이정수도 만만찮게 달라붙었습니다.
특히, 박원재와의 1대1 상황에서는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준으로 거칠고 강하게 몰아부쳣습니다.
지금은 은퇴한 최진철, 이임생, 안익수 같은 훌륭한 수비수들의 경우
힘있고 거친 수비를 펼치더라도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가 있었습니다.
선수는 마땅히 그 정도의 넘지 않는 선은 있어야 한다고 보기에,
개인적으로 이정수 같은 스타일의 선수는 별로 좋게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정수의 그러한 근성과 독종기질, 기죽지 않는 깡다구는 어쨌든 그만의 큰 무기로 보이는군요.

장면 3)
요르단과의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 화면에 이정수가 나오더군요.
"수비수간에 대화가 많이 필요하다.
영표형이 뒤에서 말만 했줬다면 내가 가서 막을 수도 있었다."
아...
이 녀석 장난아닙니다.^^
이정수의 말이 맞기는 하지만, 감히 "영표형이 말만 해줬더라면..."이라는 말을
공식 인터뷰에서 씨불인다는 것... 어지간한 똘아이 아니면 어렵지요. ^^
(아마... 경기중에도 이영표에게 이것저것 뒤에서 소리치고 지시하고 그러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

재미있는 선수입니다.
독하고, 겁대가리 없고, 전투력 만땅에, 눈치보지는 없고, 자신감 철철, 그러면서 살짝 왕재수 ^^

둘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그대로 승승장구해서 김태영 같은 투혼의 악바리로 명성을 얻던가
아니면 성격 거친 선수로 욕좀 먹는걸루 끝내던가...

솔직히... 축구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팀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왕재수라고 생각되는 것이지
내가 감독이라면 이런 선수... 그라운드의 스나이퍼를 마다하지 않겠지요. ^^
현장의 감독이나 동료 선수들의 눈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선수입니다.

....

아... 대표팀 스텝과 협회... 고민스럽겠네요.
황재원, 이운재, 이동국.
요 세 놈이 지금 지독하게 아쉬운거 같습니다. ^^

그러니까... 국대급 선수는 경기장 밖에서도 국대라는 것을 잊으면 안되지!!!
이건 말이야... 국가적인 자원 낭비나 마찬가지 아닌감?

상상을 해 보자고.
휘발류 대체연료가 있는데도 도덕적인 문제 때문에 그걸 사용하지 못한 채
마냥 올라가는 기름값에 한숨만 쉬고 있어야 한다니... 얼마나 답답하냔 말이야...

삭발하고, 광화문부터 상암경기장까지 삼보일배하고,
빨리 용서받고 복귀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