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4. 17:16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포항(4:0)강원, 2021.11.03(수), K리그1 Round 35
결과, 내용, 그리고 스토리까지! 한 경기에서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이승모의 리그 첫 골이 터졌다. 박승욱의 데뷔골도 터졌다. 팀의 두 기둥 신진호와 강상우의 골도 터졌다. 게다가 무실점 수비! (골대의 선방 2개가 있긴 했지만...ㅎㅎ)
같은 시간 서울의 0:3 → 4:3 대역전극이 터지는 바람에 미디어와 팬들의 주목을 덜 받은 부분은 아쉽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얻은 것이 많은 경기였다.
김기동 감독은 참 대단하다. A, B, C 플랜이 바닥나니 D, E, F 프랜을 들고 나온다! 전술적인 유연함과 창의성, 도전정신은 K리그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빠듯한 선수진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나온 전술이긴하겠지만 언제나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포항 팬들이 원하는 공격적인 스타일, 팀웍으로 만드는 축구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다른 팀을 맡아도 이렇게 잘 할 수 있을까? 글쎄... 포항만의 문화가 있고, 그 문화와 궁합이 맞는 감독이겠지! 다른 팀들아, 특히 전북아! 김기동은 건드리는거 아니다...ㅎㅎ
박승욱을 수미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구성이다. 이런건 선수를 바로 옆에서 세심하게 지켜본 코치진이나 동료 선수들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 어느 정도의 가능성, 선수의 잠재력을 이미 보았을 것이다. 다만 언제 어떻게 어느 팀을 상대로 시도할 것인지를 고민했을텐데, 팔라시오스의 결장과 상대팀이 강원이라는 점에서 변화의 타이밍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강상우는 원래 오른쪽 공격을 잘 소화하는 선수다. 강상우-임상협의 콤비네이션을 포기하는 부분은 아쉽지만 김륜성이라면 백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였던 전민광이지만 하반기에는 비교적 안정된 수비를 보여줬다. 그리고, 전민광은 킥과 헤딩이 좋기 때문에 수비력이 좋은 강상우와 좋은 조합이 될 수 있었다.
변화의 핵심은 단연 박승욱! 원래 뛰던 포지션이라 그런지 비교적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기본적으로 많이 뛰면서 공간과 볼 점유율을 높여주는 플레이에 충실했다. 반칙과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역습을 터프하게 막아내는 모습도 좋았는데 골까지 터뜨리다니! 아마 이승모가 눈물의 마수걸이 골을 넣지 않았거나, 아니면 이미 앞선 경기에서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면 스토리의 주인공은 박승욱이 차지했을 것이다.
6개월 전까지만해도 3부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1부리그 주전으로 뛰면서 골을 넣고 아챔 결승전을 뛴다. 가장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굴러 들어온 포항의 복덩이구나!
1년만에 티키타카
전체적으로 선수들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 누적된 피도가 어느정도 풀렸을테고 아챔 결승진출이라는 성과와 함께 자신감도 높아졌을 것이다. 올림픽 대표에 선발된 김륜성, 이수빈, 이호재, 고영준도 텐션이 바짝 올랐을 것이다. 팔라시오스의 결장으로 인해 측면의 파괴력은 약화되었지만 패스웍은 더 좋아졌다. 강상우가 왼발을 임상협처럼 쓸 수있었다면, 김륜성이 강상우처럼 공격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ㅎㅎ
전반부터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양 팀이 골대 맞추기 시합을 할만큼 서로 득점 찬스를 주고 받았지만 포항이 좀 더 우세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무엇보다도 업(Up)-백(Back)-스루(Through)로 연결하면서 순식간에 수비라인을 뚫는 포항의 핵심 패스웍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아챔 8강전, 나고야전부터 조금씩 디테일과 스피드가 살아나더니 지금은 꽤 안정적으로 콤비네이션이 이루어진다. 일류첸코, 팔라시오스, 최영준, 송민규의 이적과 함께 사라졌던 포항의 티키타카... 이 모습을 다시 보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구!
결국 이승모의 리그 첫 골도 그렇게 나왔다. 김륜성-임상협에서 시작하고 박승욱의 스루패스로 한 번에 측면 허물기, 그리고 김륜성의 오버랩과 크로스로 연결되었다. 비록 이승모가 아깝게 크로스를 놓치고 말았지만 끝까지 볼 잡아낸 강상우, 신진호의 침착한 어시스트 덕분에 다시 이승모에게 찬스가 연결되었다. 그리고, 이승모의 눈물 뚝뚝 떨어지는 리그 첫 골!
모든 과정이 가장 포항스러운 방식으로 나왔다. 이렇게 100 퍼센트 우리 의도대로 만들어진 골은 팀의 사기를 끝까지 올려준다. 수비라인을 돌파하고, 크로스가 살아서 연결되고, 반대 방향으로 다시 올라가고, 그걸 살려서 다시 중앙으로 연결하는 동안 우리는 마음 먹은 대로 다 이루어 낸 반면 그걸 빤히 보면서 1차, 2차, 3차 찬스를 모두 내주어야 했던 상대 수비에게는 엄청난 좌절감을 준다.
일단 임상협-강상우-신진호는 티키타카가된다. 여기에 신광훈과 김륜성, 이승모가 중간중간 가세하는 플레이 패턴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리그 막판이긴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해도 다행이다. 더 나아가서 권완규에게서 시작된 빌드업에 이은 우리만의 티키타카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드디어 드디어 마침내 이승모!
이승모의 골과 함께 서로 팽팽하게 골대 맞추기 싸움을 하던 내용이 순식간에 와르르 포항 쪽으로 기울었다. 이승모의 리그 첫 골이면서 올 시즌 가장 포항다운 득점이기도 했다. 개인의 능력보다 우월한 팀의 능력으로 만든 골, 여러 선수의 집념이 겹쳐서 만든 골이다. 그리고 그걸로 끄~읕! 전의를 상실한 상대에게 세 골 더!! ㅎㅎㅎ
https://tv.kakao.com/v/423623409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ㅠ.ㅠ 그래도 끝까지 그 자리에서 온갖 부담과 싸우면서 버텨낸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성장을 했을 것이다. 어린 선수가 그 무거운 포지션을 1년동안 감당해낸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또 그 만큼 크게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마 올림픽 대표 레벨에서 다시 수비형 미들로 뛴다면 제2의 기성용처럼 뛸 것이다.
한 가지 더 바란다면... 김륜성의 크로스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바로 득점할 수 있다면 훨씬 위력적일거 같다. 부디 이번 골과 함께 부담도 털고 자신감도 한 층 더 높였으면 좋겠다. 타쉬 연봉 환불해서 이승모 보너스나 줬으면 좋겠다.
....
강원은 실점 후 눈에 띄게 움직임이 느려졌고 패스웍이 끝까지 유지된 포항은 비교적 손쉽게 추가득점을 올렸다. 죽도록 안들어가던 골이 일이 이렇게 쉽게 잘 들어가다니... 운도 따랐고 강원의 막판 의욕상실도 있었지만, 포항의 스타일이 살아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같다.
순위에 의미를 가지기는 좀 그렇고... 광주전에서도 완성도 높은 우리의 축구를 펼쳤으면 좋겠다. 홈에서 깔끔하게 광주 잡고, 스플릿B 순위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사우디 가자!
그리고, 박승욱!
매치데이 포스터의 메인 모델, 멋있구나! 스토리 한 번 써 보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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