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5. 15:21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포항(0:1)인천, 2021.10.24(일), K리그1 Round 24
10월 17일 아챔8강(나고야), 10월 20일 아챔4강(울산), 그리고 10월 24일 인천전까지 일주일간 3 경기를 치러야했다. 그리고, 그 중에 두 경기는 아챔 토너먼트 단판 전력투구, 그리고 또 그 중에 한 경기는 뼈와 살을 갈아서라도 뛰어야하는 동해안 더비 울산전이었다.
우리뿐 아니라 울산과 전북도 아챔의 후유증을 앓은 모양이다. 특히 울산은 좀... 비록 우리가 두드려 패긴했지만 걔들의 실망감과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같다. 그들이나 우리나... 내 돈 모두와 손모가지를 걸고 한 판을 벌였으니 패한 팀의 상처는 오죽 크겠는가 말이다.
울산전 인생 승리와 함께 모든걸 태워버린 우리 선수들에게 이번 인천전은 쉽지 않은 경기였을 것이다. 7일 동안 세 경기라니... 가뜩이나 우리는 선수층도 얇은데 말이다.
전반 초반에는 우리 선수들의 몸이 제법 가벼웠고 특유의 짧은 패스웍이 잘 맞아돌아갔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경기 템포를 뺏기고 자잘한 실수가 계속 나왔다. 그래도 스틸야드에서 열리는 홈 경기라 어느정도 체력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긴 했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이미 오바이트를 올린 상황인지라 기대처럼 되지는 않았다.
선수들을 너무 믿었나?
그나마 신진호는 울산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쉬었지만 임상협, 강상우, 신광훈은 지난 일주일간 정말 쉼없이 뛰었다. 어느 정도 선발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김기동 감독은 베스트 멤버로 선발을 꾸렸다.
초반에는 확실히 우리 선수들의 몸이 가벼웠다. 이 때 선제골을 넣었다면 경기도 쉽게 풀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교체도 가능했겠지만, 축구는 늘 예상한 시나리오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지치고 힘든 팀에게 리드를 뺏기고 따라붙는 경기는 더 힘들게 느껴졌을 것이다.
김호남, 크베시치, 고영준, 김륜성 등에게 선발 출전의 기회를 주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좀 더 이른 시간(실점하기 전)에 선수 교체를 하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경기를 운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뭐,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이다.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유대와 끈끈함, 서로간의 신뢰도 라인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마 연습 과정에서 지친줄 알았던 선수들이 의외로 활발한 모습을 확인했을 것이고, 선수들 또한 괜찮다고 했을 것이다. 다들 뽕을 맞는 상태인지라... 지치고 다쳤는데도 그런줄 모른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김기동은 뽕을 안맞은 줄 알았는데... ㅎㅎ
아쉽지만, 좋은 기회로 삼자
바락바락 기면서 어떻게는 3-4위권에서 버텨보기도했지만 결국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다. 사실 이게 우리의 현주소다.
힘겨운 경쟁 끝에 아슬아슬하게 떨어진터라 아깝긴하지만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위 스플릿이라고 만만하지는 않겠지만 상위 스플릿의 팀들보다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내년 시즌을 위해, 그리고 다음달에 벌어질 아챔 결승을 위해 팀을 완성하는 데에 더 주력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같다.
현재 우리 전력상 상위 스플릿에서는 승보다 패가 많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팀의 장점이 극대화되기 보다는 약점만 도드라지고 선수들의 자신감만 떨어진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하위 스플릿에서 우리가 잘하는 것들을 좀 더 다듬으면서 자신감을 찾는 편이 나을 것같다. 지금은 이기는 경험이 필요한 시기다.
물론... 하위 스플릿에서 빌빌 대면서 좌충우돌하면 아챔 우승은 고사하고 K리그2로 귀향갈 준비나 해야할테지만, 최소한 그 정도로 팀이 무너지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동아시아 도장깨기 하면서 아챔 결승까지 가는게 보통 일은 아니었으니까!
....
하위 스플릿(B)의 가장 높은 곳에서 파이널 라운드를 시작한다. 강등권 팀들과는 어느 정도 승점 차이도 있다. 하지만, 잠시라도 방심한다면 언제든 코너에 몰릴 수 있다. 첫 경기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달려야한다.
K리그1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것에 의미를 둘 수는 없다. 아챔 결승에 나가는 팀, 그에 걸맞는 완성도 높은 팀을 만드는데 주력했으면한다. 그리고,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계속 쌓아갔으면 좋겠다.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송민규, 최영준, 김광석, 하창래가 없다. 강현무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높은 곳에서 더 위대한 도전을 하고있다. 지금 여기까지 끌고 온 선수들 모두... 자신들의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도... 멋진 여정으로 기억되는 시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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