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포항(1:1)나고야-절반의 성공

2021. 7. 8. 18:08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포항(0:0)나고야 그램퍼스, 2021.07.07(수), ACL G조 예선(6)

이겼으면 좋았을 경기, 하지만 경기 막판 기어이 동점을 만들면서 좋은 흐름으로 예선을 마무리 한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경기였다. 16강 진출 여부는 다른 조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할텐데, 지난 랏차부리와 경기를 무승부로 끝낸 것이 이럴때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뭐 어쩌겠어... 그래도 간만의 아챔 경기보면서 나름 즐거웠으니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여야지!

 

나고야, 무리하지 않는 경기운영

승점 쌓아 놓은 자의 여유가 보였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포항의 실수를 끌어 내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기에, 그리고 지난 1차전에서 경험한 나고야의 역습 능력을 알기에 포항 입장에서는 마냥 빠르게 서두를 수도 없는 경기였다.

선제골 허용 장면도 우려했던 그대로였다. 우리의 다소 무리한 공격, 상대의 공격 찬스 차단, 역습, 수비의 구멍, 그리고 실점. 우리는 내내 안정적으로 잘 하다가 한 순간 어설펐고 나고야는 치밀하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상대가 느슨하게 경기를 운영할 때는 순도 높은 찬스에서 높은 결정력으로 득점을 올려야 하는데, 포항이 이 부분에서 딱히 위력적이지가 않다. 페널티 에리어 근처까지 간 후 슛 찬스까지 연결하는 것이 여전히 다소 투박하고, 만들어진 찬스에서의 득점력도 아직 기복이 있다. 아마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챔 16강에 진출하더라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고, K리그 상위권 경쟁에서도 계속 밀릴 것 같다.

 

타쉬는 결국 선발 제외

우선 그랜트의 복귀가 큰 힘이 되고있다. 1대1, 높이, 빌드업 모두 수준급이다. 시즌 초반부터 내내 중앙수비가 안정적이 못했는데 권완규-그랜트 조합이면 중앙수비는 리그 평균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좀 든든해 보이는 스타일이랄까? 파이팅 좋은 권완규와 함께 좋은 조합이 될 것 같다. 순간 스피드가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장점들로 인해 충분히 제몫을 할 것 같다. 앞으로 이광준은 중앙 백업, 전민광은 중앙과 측면수비 백업을 맡게 될 것 같다.

그랜트는 손익분기점 넘은듯하고 크베시치는 본전 내지 일단 보류. 문제는 타쉬! 이 분께서는 아직 적자다. 존버냐 손절이냐... 특별한 반전이 없는한 손절의 타이밍이 다가오는 것 같았는데... 이 녀석 기가 막히게도 가장 필요한 순간에 반전의 득점을 올려주네! 아마 김기동 감독도 접었던 마음을 다시 펴지 않을까싶다.

 

득점 장면을 돌이켜 보자. 후방에서 날아온 긴 패스, 상대 수비의 실책이 나오도록 압박한 후 실책이 나오기 무섭게 공의 방향을 예측, 그리고 상대보다 먼저 공과 방향을 확보했다.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와 함께 골키퍼의 위치와 빈틈을 잡은 후 깔끔한 마무리!

이게 그냥 상대의 실수 덕에 얻은 행운의 찬스같지만 현재 포항에서 이런 골을 만들어 내는 선수는 타쉬 밖에 없는 것같다. 골을 향한 집중력과 집념, 그리고 계산된 듯 나오는 몸에 밴 볼처리와 슛. 후반 종료를 몇 분 앞두고 이런 골을 뽑아내는 걸 보니 이제 제대로 몸이 올라온 것 같다. 그리고, 타쉬 역시 참 절박한 심정으로 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의 반짝으로 끝나지 말고 남은 K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카메라 각 잘 잡는 권기표

당돌하고 저돌적인, 다듬어지지 않은 폭주 기관차같다. 물불 안가리고 덤벼드는 스타일에 플레이 욕심, 골 욕심도 부리는 것 같다. 아직은 거칠고 시야도 좁고 다소 무리한 플레이를 시도하긴 하지만 상대에게 충분히 위협적인 선수다.

 카메라가 원하는 포즈가 본능적으로 나오는 스타일? ㅎㅎ


그런데, 이 선수... 플레이 스타일도 독특한데 물불 안가리고 여기저기 공 있는 곳에 마구 등장하는 탓에 진짜 카메라에 잘 잡힌다. 이것도 타고난 재주일까? 이번 ACL 예선을 통해 가장 성공적으로 자기 이름을 팬들에게 알린 선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친구 약간 송민규 Version 2 같은 느낌도 난다. 

 

어린 선수가 튈 때는 그냥 놔두는게 답이다. 그러나, 잘못하는게 있으면 그것만 지적해 주면 된다. 당분간 그냥 니 맘대로 함 해 보세요~~ ㅎㅎ

중앙 공격은 여전히 고구마 축구중...

이승모는 힘과 순간 스피드에 한계가 있어 주력 스트라이커로 쓰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주가 많은 선수인데 여전히 확실한 포지션을 찾지 못하고있어 아쉽다. 지금 포지션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좀 더 파워를 업그레이드 해야 할 것 같다.

 

타쉬가 살아나고 있고, 여름 이적을 통해 김현성과 김호남을 영입하긴하지만 아직은 시간은 있다. 좋은 축구 지능과 기량을 가졌고 처진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좋은 플레이를 몇 차례 보여줬다. 상황에 따라 선발과 교체를 오가긴 하겠지만 출전 기회는 계속 주어질 것 같다. 여러가지 보완하고 개선할 부분이 많겠지만, 우선은 출전 기회가 주어졌을 때 뭔가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결과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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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는 올림픽 팀에 합류하는 바람에 아예 빠져버렸고, 초반에 팔라시오스와 크베시치가 부상으로 이탈해 버리는 바람에 참 어렵게 아챔 예선을 치른 것 같다. 랏차부리와 경기에서 승삼을 챙기지 못한게 못내 아쉽지만, 이번 대회도 잇몸으로 잘 버텨냈다. 고영준, 이승모, 권기표가 많은 시간을 뛰면서 성장하는 기회도 됐고 애타게 목타게 눈빠지게 기다리던 타쉬도 몇 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부족하고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하나씩 퍼즐을 맞춰 나가고 조금씩 조금씩 팀이 발전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다. 약간의 운이 도와주어서 16강에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우리는 조금씩 계속 발전하는 중이니까 16강에서, 또 8강으로 올라가면서 더 나은 팀으로 나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더운데 고생들 많았네~ 잠시 쉬고, 다시 염통 터지도록 뛰어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