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포항(0:1)서울 - 송민규 하나로 팀이 흔들려? 자존심도 없냐?

2021. 7. 25. 17:19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포항(0:1)서울, 2021.07.24(토), K리그1 Round 21

송민규 이적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가진 첫 경기! 팀 분위기를 다잡아야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게다가 우리 경기가 없는 동안 순위 경쟁중인 수원과 대구는 제자리 걸음 중. 상위팀 추격하기 좋은 찬스이기도했다. 그리고, 아챔을 통해 정비한 전술들을 녹여낼 수 있는 경기였다.

상대는 서울. 장소는 스틸야드. 요즘 K리그1에서 가장 물렁한 팀이 아닌가 싶을만큼 경기력이 나쁜 팀이다. 이런 중요하고, 또 어떻게 보면 만만하게 챙길 수 있는 경기를 수비 실수로 놓쳐버리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야? 송민규 이적 하나 때문에 이렇게 흔들리는거야? 자존심도 없고 밸도 없이?

스타팅부터 갸우뚱

스타팅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건 전민광의 센터백 선발출전. 사실 여기서부터 불길한 조짐이 보였지. 강상우를 전진배치하고, 강상우 자리에 그랜트, 그리고 그랜트 자리에 전민광. 전민광은 센터백 위치에서 불안한 모습을 여러번 보였고 실점과 연결되는 실수나 미숙함도 몇 차례있었다. 공격 전개와 롱패스에는 장점이 있는 선수지만 센터백 포지션에서는 전혀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윙백이 본업이고 중앙은 부업으로 하는게 전민광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시즌초반 하창래 입대 후 센터백 불안으로 우리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김기동 감독이 잊은걸까? 아챔을 통해 얻은 큰 수확중 하나가 권완규-그랜트 센터백의 안정감인데 왜 느닷없이 그랜트와 전민광의 위치를 바꿨는지 모르겠다. 만약 서울을 상대하기 위한 맞춤 전술이었다면 김기동 감독의 뼈아픈 패착으로 보인다.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시한폭탄이 하나 설치된 꼴이었다.

경기 초반에는 군기가 바싹 든 포항의 플레이를 보면서 내심 기대를 가졌지만 후반전 전민광의 실수 이후 급격하게 팀의 조직력이 무너져 버렸다. 실수가, 그것도 수비의 실수는 이렇게 무서운거다. 전체 선수들의 다리를 풀어버릴 만큼 어이없는 실점이었다.

이토록 망가진 서울에게 어떻게 질 수 있지?

포항의 수비실수로 인해 운좋게 득점을 했고, 이후 포항의 답답한 공격 말아먹기 신공에 힘입어 운좋은 1승을 거뒀을 뿐, FC서울의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의 서울은 망가져도 한참 망가진 팀이다. 90분 내내 공격다운 공격을 단 한번도 보여주지 못했을뿐 아니라 승부욕이나 동기가 전혀 보이지않았다. 비단 이번 포항과의 경기뿐아니라 최근의 모든 경기가 그랬다. 져도 그만 비겨도 그만, 이기면 좋고... 뭐 이런식의 플레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와 내용이 어쨌든 저쨌든 간에, 무려 스틸야드에서... 그런 서울에게 한 골 가져다 바치고 그대로 주저앉은 팀이 뭔 할말이 있을까 싶다. 상대는 바보짓 했고 우리는 빙신짓 했다는 것밖에 안되는걸 ㅠ.ㅠ

우리 수비수의 어이없는 실수로 한 골을 갖다 바치긴 했지만 남은 시간동안 뒤집지 못할 경기는 아니었다. 서울은 그 이후에도 전혀 위력적인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그리 강인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냥 우리가 말아먹은 경기였다. 감독의 선발 라인업 구성부터 갸우뚱했고 실점 이후에도 별다른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공격에서의 마지막 완성도가 떨어졌고 크로스나 세트피스도 모두 밋밋했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도 새로운 패턴이나 활력을 만들어 내지 못했고 타쉬는 오늘도 더위 적응만하고 퇴근했다. 그렇다고 죽어라 애를 쓰면서 박박 기어오르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내버렸다.

송민규의 원맨팀이었던거야?

다시 말하지만 FC서울은 요즘 정말 바닥을 기는 중이다. 내가 FC서울의 팬이라면 1대0으로 이긴 이번 경기에 대해서도 전혀 기뻐할 수 없을만큼 경기력이 평편없이 떨어져있다. 이런 상태의 서울을 상대로 아무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우리는 뭐란 말인가?

설마 송민규 하나 이적했다고 팀 분위기가 서울보다 더 콩가루 상태인거야? 물론 구단과 송민규가 이적 과정에서 보여준 팀 뒤통수 때리기 신공이나 팔고팔고 또 팔고 곧 가게까지 팔아 버릴것 같은 구단의 행태를 보면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말야, 송민규 하나 때문에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이 포항 팬으로서는 더 쪽팔린거 아냐? 송민규 없이도 아챔에서 꾸역꾸역 16강 나갔잖아. 올림픽 기간동안 송민규 없이 8월까지 순위싸움 해야하는 거였잖아. 우린에겐 다 계획이 있는거였잖아.

그래... 감독도 선수단도 뭔가 허탈함을 분명 느꼈을거야. 그리고, 구단 프런트에서 그런 허탈감을 가져올게 뻔히 보이는 짓을 저질렀다는게 정말 화가나.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우리가 송민규 원맨팀이었던거야? 송민규가 국대 에이스에 넘사벽이라도 되는 존재야?

뭐가 이래... 헤메는 FC서울 불어와서 우리가 더 헤메는 꼴사나운 모습은 뭐냔 말이지.... 증명해 보여야하지 않겠어? 임상협도 강상우도 송민규 못지 않잖아. 송민규 한 선수 만큼은 못해도 이승모랑 고영준이 반반 채워줄 수도 있잖아. 팔라시오스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공격 다시 살아나는거 아니었나?

허탈한건 허탈한거고 욕할건 욕해야겠지만, 할 건 하면서 싸움도 하고 욕도하자. 포항 팬 생활 30년하면서 느끼는건데, 아무리 죽쑤고 미운짓하고 꼴보기 싫어도 포항만한 팀이 없더라. 포항밖에 마음 줄 팀이 없고 이건 어떻게 끊을 수가 없는 거더라고...

우리 선수들에게도 나 같은 팬심이나 자부심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마음 추스리고 자신감있게 경기에 나섰으면 좋겠다. 김기동은 그런 마음 알지 않겠나...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신광훈, 신진호, 강상우는 그런 마음을 알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송민규빠진 포항도 변함없이 포항이라는거, 꼭 증명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