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구(1:1)포항 - 아깝! 축구에는 판정승이 없는걸...

2021. 8. 3. 10:11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대구(1:1)포항, 2021.08.01(일), K리그1 Round 22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하고도 1:1 무승부. 어색하게도 우리보다 상위에서 울산과 우승경쟁을 하고 있는 잘나가는 대구를 상대로, 그것도 원정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뒀으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 경기는 참 아깝다. 이기면서 승점 따라붙고 분위기 다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무엇보다도 쉽게쉽게 패스하면서 풀어가는 포항 특유의 공놀이 축구가 잘 나온 경기여서 더 아쉽다. 축구에 판정승이 있었다면 심판 전원일치 포항의 승리가 아니었을까 싶은 경기였다.

탐난다, 단 한 명의 세징야!

골로 연결된 프리킥도 날카롭고 좋았지만, 그 전 프리킥 찬스에서 강현무가 전진한 틈을 노렸던 프리킥이야말로 세징야다운 센스였다. 만약 K리그에서 딱 한 명 맘에 드는 선수를 아무나 영입할 수 있다면, 나는 단연코 세징야를 선택하고 싶다.

세징야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K리그에 왜 없겠냐만... 그가 뿜어내는 특유의 에너지, 팀을 위한 헌신, 그리고 중요한 순간마다 한 건 해결해주는 능력까지! 늘 상대팀으로 만나는 세징야지만 정말 탐나는 축구를 한다.

개인 플레이는 물론 팀 플레이까지 여러가지가 가능한 만능 전술무기라고나 할까? 하여간 전지적 포항 시점에서 보더라도 너무나 돋보이고 아주 탐나는 선수다.

우리에겐 고영준?

대구전의 득점 장면에서 나타나듯이 고영준의 가장 큰 장점은 슛을 하는 타이밍이 빠르고 간결하다는 점! 대부분의 선수들은 공을 제대로 잡아 놓은 후에 제대로 된 자세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슛을 때리는데, 어지간히 강하고 좋은 궤적이 아니면 골키퍼나 수비수에게 막힐 때가 많다. 골키퍼와 수비수도 그 타이밍을 따라 움직이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영준처럼 높이와 힘으로 수비를 제압하기 힘든 공격수들은 빠른 타이밍, 불완전한 자세, 다소 애매한 위치에서도 필요한 수준의 강도로 정확한 슛을 날릴 수 있어야한다.

다만, 신인이라 그런지 아직은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플레이를 하고있다. 어떤 때는 아주 번뜩이는 플레이를, 또 어떤 때는(대개는) 그냥 평범한 플레이를 보여준다.

그래도... 그냥 빠르게 많이 뛰고 돌파가 좋은 선수와는 다르 느낌이다. 똥줄나게 측면타고 질주한 후 수비 한 명 제끼고 찢어질 듯 강한 슛을 골키퍼 가슴에 때린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수비 중심 흔들어 놓고 골키퍼 예상보다 빠르게, 정확하고 예리하게 쏠 줄 아는 것같다.

공격 지역의 여러 곳에서 다양한 플레이를 하고 득점 찬스도 잘 잡는 편인데, 생각보다 득점이나 공격포인트가 그리 많지가 않다. 출전 시간을 늘여가고 경험을 쌓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득점과 도움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승모 vs. 타쉬

이승모는 축구 센스가 참 좋은데 비해 슈팅력이 약한게 흠이다. 좋은 타이밍에 좋은 득점 기회를 잘 잡아내고 마무리 슛까지 잘 연결하는데, 결과는 대개 골대를 맞거나 골키퍼 정면으로 가거나 골문을 살짝살짝 빗나간다. 찬스는 참 좋았고 동작도 좋았고 타이밍도 좋았는데 골만 안터지는 환장할 장면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경험이 문제일까? 슈팅력을 높이는 훈련을 해야할까? 부디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 아마 김기동 감독 또한 그런 이승모의 장점 때문에 지속적으로 출전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오늘도 팬들은 "이승모 선발은 이제 그만..."을 요구하고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이승모처럼 당락의 경계에 놓인 선수를 쉽게 접지는 못할 것 같다.

타쉬는 이번 경기에서 공을 몇 번이나 터치했더라? 인상적인 볼 터치가 한 번도 없었던거 같은데... 어렵게 아챔을 치르면서 건진 가장 큰 소득 중 하나가 권기표의 발견, 그리고 타쉬와 그랜트의 궤도 진입이었는데...

타쉬에게 공이 연결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타쉬의 스타일과 팀 공격진의 스타일에 여전히 괴리가 있는걸까?
타쉬의 움직임이 다른 공격수들에 비해 더 넓거나 혹은 더 좁은걸까? 전개하는 타이밍이 다른가? 설사 다르다고 해도... 이미 5개월을 함께했는데 아직도 발이 안맞는다는게 말이 되나?

강상우나 고영준은 그래도 타쉬와 주거니 받거니가 나오고 있는데, 팀 패스의 대부분을 거치는 신진호로부터 타쉬에게 연결되는 좋은 패스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도 이승모와는 타이밍이 맞지만 타쉬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드물다.

혹시 동료들에게 아직 신뢰를 받지 못하는걸까? 아니면,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스타일인가? 이러면 곤란한데... 타쉬가 마침표를 찍어주지 못하면 올해 농사는 너무 힘들어진다. 타쉬가 제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 후반기 순위 경쟁도, FA컵도, 아챔도 매우 어려운 경기를 반복할게 뻔하다.득점이 빈곤한 아기자기하기만한 환장 축구를 봐야한다.

이번 대구전에서도 경기는 완전히 우리가 리드했지만 제대로 된 득점 기회는 별로 만들지 못했다. 붙박이 타쉬든 대체자 이승모든... 반드시 살아나야한다! 지가 알아서 살아나지 않는다면 심폐소생을 해서라도 살려야한다구!

박승욱, K리그1에 온 걸 환영한다

처음에는 도대체 박승욱이 누군지도 몰랐다. 나중에 프로필을 훑어본 후에도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냥 백업의 백업을 영입했나보다...라는 느낌) 포항 유니폼을 입고 처음 출전한 서울과의 경기에서도 그냥 무난한 백업은 되겠구나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대구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선발출전이다. 경기의 템포와 상대 선수의 힘에 차이가 많았을텐데도 큰 흔들림 없이 안정감있게 풀 타임을 소화했다.

센터백과 사이드백을 함께 감당할 수 있고 전방으로 열어주는 롱패스나 빌드업도 나쁘지 않았다. 보아하니 수비형 미들까지도 커버가 가능할 것같다.

아직 두 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첫 인상은 나쁘지 않다. 시즌 초반의 불안하던 수비라인이 계속 안정화가 되고 있다는 점 또한 매우 반가운 일이다. 후반기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강현무, 강상우를 보면서 문득!

김학범은 왜 송범근을 1번 골키퍼로 도쿄에 데려갔을까? 송범근의 안정감도 좋지만 선방 능력이나 순발력, 경기 멘탈은 강현무가 더 좋아 보이는데... 혹시 송범근 자리에 강현무가 있었다면 멕시코전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권창훈 대신 강상우를 도쿄에 데려갔으면 어땠을까? 멕시코를 상대하는 우리 윙백들이 영 헐거워 보이고 이강인과 권창훈은 역할이 좀 겹치는 것 같던데... 강상우는 왼쪽 윙백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을텐데...

물론, 만약 강현무와 강상우까지 올림픽에 나갔으면 포항은 가뜩이나 얇은 스쿼드에서 차포 떼고 마 떼고 상 뗀 상태로 아챔도 치르고 후반기 K리그도 치러야할 판이었으니 절대 선수를 내줄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말이다.

ㅎㅎ 왠지 그냥... 그렇다구... 강상우랑 강현무가 포항에 있어서 좋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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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하는 사이에 순위는 내려간다. 특히,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날려버린 승점 3점...  뼈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