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포항(2:0)랏차부리-조신하게, 쉬크하게 첫 승

2021. 6. 25. 15:45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포항(2:0)랏차부리, 2021.06.22(화), ACL G조 예선(1)

거의 한 달만에(약 3주쯤?) 보는 포항 경기다. 그 사이 대표팀의 월드컵 예선도 있었고 유로 2020이 한창 진행중이긴 하지만, 포항의 경기가 없으면 확실히 적적한 것 같다.

 

조금은 화려한 모습, 압도적인 수준의 차이를 보여주길 바랬지만 그건 욕심일뿐이고! 첫 경기를 비교적 수월하고 산뜻하게 잘 치렀다.

승리도 따냈고 멀티골을 넣었다. 목빠지게 기다렸던 타쉬의 득점이 터지면서 쉽게 경기가 흘러같고 상대의 막판 반격이 거세질 타이밍에 임상협의 깔끔한 골이 나왔다.

크게 힘쓰지 않고, 특별한 부상자 없이, 골고루 뛰면서 이긴 경기였다.

 

타쉬, 골은 넣었지만...

인상적인 강력함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있다. 뭔가 위협적이고, 다른 선수와 다른 독보적인 무언가가 있고, 또한 그걸 바탕으로 득점을 올리는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다.

 

그래도 경기 초반 이른 시간에 쉽고 간결하게 골을 뽑아주는 바람에 전체 90분 경기가 쉽게 흘러갈 수 있었다. 사실 스트라이커는 이런게 강점이다. 간결하게, 그리 어렵지 않게 필요한 순간 골을 뽑아주어야 한다. 

 

상반기 내내 이런 모습을 기다렸는데... ACL을 계기로 팀에 더 잘 녹아든 모습, 그 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있는데... 비교적 전력이 약한 랏차부리를 상대로 뭔가 예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골 이외에는 위협적인 모습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첫 경기, 그것도 앞서 나가는 경기에서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나고야 그램퍼스와의 경기에서는 좀 더 인상적인, 좀 더 강력한 모습을 보고싶다.

 

올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네 명의 외국은 선수를 한 경기에서 모두 볼 수 있었던 점도 수확이다. 그동안 부상으로 이탈해 있던 그랜트의 복귀도 반가웠고 크베시치도 더욱 팀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ACL에서 끌어 올리고 이대로 쭉 후반기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랏차부리가 원정왔나?

무관중 경기라 팬들의 함성은 없지만, 그래도 태국에서 하는 경기면 랏차부리에게 좀 더 유리한 환경일텐데 오히려 포항이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K리그에서 썰렁한 경기장을 많이 경험해서 그런가? ㅎㅎ 그런 서글프고 씁쓸한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만큼 경기력의 차이,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자신감과 여유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근데... 왜 얘네들이 헉헉 거리면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지? ㅎㅎ 조금 생소한 풍경이었다. 미디어에 보도되는 내용으로는 찜통 더위 때문에 적응이 힘들다고 했는데 막상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은 포항 선수들의 몸이 더 가벼워 보이더라. 기본 체력, 체격과 힘, 그리고 경기 운영 능력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몇 차례의 위기가 있었고 가끔 올라오는 랏차부리의 역습이 위협적일 때도 있긴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마무리한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조신하게 발라 버리는 임상협

참 독특한 캐릭터의 선수다. 곱상한 외모만큼 플레이도 곱상하다. 터프함과는 거리가 멀고 모험을 즐기지도 않는다. 부딪치며 싸우기 보다는 빠져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슈팅도 강력하다기 보다는 정확하고 궤적이 참 예쁘게 날아간다. 그냥 뭐,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일 수도 있겠지만 축구를 참 조신하게... 새색시같은 축구를 하는 선수다!

 

아마 K리그 경기였다면 임상협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순간 수비와 골키퍼는 슈팅을 예상했을 것 같다. 나 역시... "앗! 감아서 때린다!"라는 느낌이 훅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날카롭고 아름다운 궤적으로 볼이 날아가 꽂혔다! 마치 아주 쉬운 일인 듯이, 이 정도 슛은 별거 아니라는 듯한 표정과 쉬크한 골 뒷풀이로 마무리!

 

포항에 와서 넣은 골이 벌써 8골인가?(K리그 6, FA컵 1, ACL 1) 오른발, 왼발, 헤딩, 논스톱 발리까지 다양한 골들을 보여주었다. 이미 연봉 값 다 치르지 않았나 싶을만큼 정말 기대 이상으로 맹활약 중이다. 타쉬 월급의 20프로는 임상협 통장으로 보내고 싶을 정도다.

 

이렇게 필요할 때 한 방씩 툭툭 터트려주는 선수가 복덩이다.  잘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 딱 지금만큼만 올 시즌 내내 이어갔으면 좋겠다!! 

...

다음경기 상대는 나고야 그램퍼스! 분명 랏차부리보다 한 수준 높은 팀이기는 하겠지만, 우리는 2020 아시아 챔피언 울산도 껌으로 보는 포항이잖아? 그냥 살포시 밟아보자.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이겨야하는거.... 알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