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8. 11:21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직관), 충남아산(1:3)포항, 2021.05.25(화), 아산이순신종합경기장, 2021 FA컵 Round 4 (16강)
K리그2 팀의 경기장 두 번 째 직관. 그리고, 아산 이순신종합경기장 첫 방문!
예전과 비교해보면 축구장 풍경도 참 많이 좋아졌다. 지난번 안산 와~스타디움 방문 때도 느꼈지만, K리그2 팀들의 경기장 운영은 기대 이상이다.
과거 주먹구구식 관리와 운영, 촌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던 경기장은 이제 K리그2에서도 찾기 힘들다. 잘 관리되고, 편리하고, 프로 축구팀이 갖추어야할 요소들이 빠짐없이 잘 구비되어 있다. 어느 팀이든 일정수준 이상의 팀 운영 체계와 시설, 서비스는 갖춘것 같다.
다만, 이 모든 것에 꽤 많은 세금이 들어가고 여전히 관중석은 많이 비어 있다는 것이 아쉽다. 소수의 축구팬만 즐기기에는 너무 많은 돈과 인력이 들어간다.
오늘의 입장 관객 317명! 아마 양팀 선수단과 경기장 스텝, 축구협회 관계자만 해도 100명은 넘을 것 같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으련만... (세금 찾아 먹으러 축구장에 가세요~^^)
코로나 시대에는 운영하지 않는 원정석. 그래도 최대한 원정석 가까운 곳에 자리잡았다. 비록 함성도 못지르고 원정팀 응원을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런게 좀 있는 것 같다.
나와 아들램, 그리고 누가봐도 포항팬으로 보이는 2명의 청년이 같은 블록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2명의 열혈 청년께서 전반 내내 육성 응원! 포항의 플레이마다 감정 풍부한 리액션! ㅎㅎ 급기야 하프타임에 경기장 스탭이 찾아왔다. "여러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류의 친절한(?) 안내가 있었고, 우리의 포항 청년들은 남은 45분을 조용히 마무리하시고...
노을은 있는데, 맥주가 없구나!
코로나 시대의 직관자에게 제일 슬픈건 맥주가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 E석(동측스탠드)에 앉아 넘어가는 노을을 즐기면서 맥주 한 잔하는 재미가 굉장히 큰데... 코로나 시대에는 함성도 없고 옆자리 친구도 없고 맥주도 없는 직관을 해야한다.
기분 따라 축구장에서 경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이런 경기는 딱히 관중의 열기가 대단하지도 않고 흥분의 강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맥주 반, 경기 반으로 홀짝홀짝 즐기는건데 당분간은 그 재미를 느낄 수 없겠구나! 어쩔 수 없지 뭐, 그냥 눈으로만 즐겨야지!
역시 포항, 괜히 1부리그가 아니지
킥오프 하자마자 아산이 페널티킥을 얻으면서 거의 한 골을 접어주고 시작하는 셈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전후반 내내 포항이 압도하는 양상이었다. 아산은 수비 위주의 운영을 하면서 가끔 왼쪽으로 빠르고 길게 뽑아주는 롱패스와 김인균의 빠른 대쉬가 거의 유일한 공격루트였다. (단순하지만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이럴 땐 너무 빠른 실점이 오히려 팀에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전반 초반 잠시 경기 운영이 매끄럽지 않았지만, 바로 라인을 정비하고 포항 특유의 잘게 부수고 들어가는 축구를 통해 경기를 지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한 방법으로 포항의 득점이 터졌고 아산은 도망갈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렇다고 버티기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많이 시간이 남아있었고, 후반 막판에는 아산의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타쉬가 좋은 헤딩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강상우의 득점을 도우면서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포인트를 올린것 자체보다는 그 과정이 좋았다. 타쉬는 볼 터치가 간결하고 깔금하고 정확하다. 상대 수비와 붙어 있는 상태에서도 공을 잘 간수하면서 원터치로 바로 연계하는 모습이 깔끔하다. 강상우와 주거니 받거니하면서 타쉬의 그런 장점이 위력을 발휘했고 강상우의 깔끔한 득점 찬스로 이어졌다.
파괴력 있게 중앙에서 수비수와 1대1을 헤치고 직접 득점하는 유형이 아니라, 이렇게 동료들과 자주 주고 받으며 연계 플레이를 하는 유형의 스트라이커도 괜찮다. 포항은 임상협, 송민규 같은 윙 포워드들의 득점이 잘 터지고 있기 때문에 타쉬가 중앙에서 모든 득점을 책임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팀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 곧 좋은 공격 포인트들이 나올 것 같다.
임상협과 크베시치의 득점 장면도 좋았다. 역시 K리그1 팀이 한 수 위에 있다. 포항은 차분하고 고요하게, 하지만 냉정하고 단호하게 경기를 지배해 나갔고 아산이 가장 싫어할만한 타이밍에 득점을 올렸다. 비록 지난 동해안 더비에서 패했지만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상당히 좋았는데, 역시나 이번 FA컵 경기에서도 완성도 높은 팀 전력을 보여줬다.
팔라시오스와 송민규도 좋은 득점 찬스를 놓친 부분은 아쉽지만 임상협과 크베시치의 골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시즌 개막 후 3개월. 여기저기 이빨빠진 상태에서 시작한 우리 팀의 축구가 이제야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다.
수비는 아직도 가끔 나를 움찔하게...
이광준이 중앙에서 역할을 해 주고, 전민광도 측면으로 옮긴 후 훨씬 안정적이긴 하지만 수비는 여전히 빠른 공격수에게 고전중이다. 수비형 미들부터 중앙수비, 측면 수비까지 전체적인 밸런스는 잡힌 것 같은데 1대1에서 가끔 위기를 맞을 때가 있다. 작년에는 김광석-하창래의 중앙 수비가 워낙 물이 오른 상태이기도 했지만 측면에서 1차 수비가 위태로워도 최영준이 빈틈을 메워주곤 했다. 좀 더 높은 수준의 수비 조직력과 협력수비가 필요할 것 같다.
전민광은 측면으로 옮긴 후 훨씬 안정감 있고 공격 전개 능력도 돋보인다. 앞으로 길게 열어주는 패스, 오버래핑 후 연계나 크로스도 좋은데... 1대1 수비에서 한 발 늦거나 스피드 경쟁에서 뚫릴 때가 있다. 자세나 스텝이... 수비수의 중심이동이 아니라 공격수의 중심이동 같은 느낌? 아마추어의 눈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환한 선수를 보는 것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당장 문제를 찾아 고치기는 어려울테니 더 집중하고 몰입해야 할 것 같다.
민광아... 아산 애들이 니 이름조차 잘 모르는 모양이다. 안내 멘트는 "전민광"으로 나오는데 화면에는 "전광민"이라고 써 놓네! 쫌 만 더 달려보자! 니 이름 석자, 제대로 함 알려야하지 않겠어?
아산에게 박수를!
아산은 멋진 팀을 가졌다. 현재 리그 순위, 그리고 전력으로 봤을 때 당장 내년에 K리그1에 올라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뭔가 단단한 팀의 냄새가 난다. 아마 박동혁 감독이 몇 년간 팀을 맡으면서 일관성 있게 전력을 다져 놓은 것 같다.
사실 경기전에는 전력의 차이를 핑계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거나, 반대로 수비에만 너무 치중한다가거 반칙과 신경전으로 90분을 보내는 모습이 나올까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산은 그런 것 없이 정상적인 자기들의 플레이를 펼쳤다. 수비에 좀 더 비중을 두긴 했지만 때때로 날카로운 역습을 보였다. 경기가 1대2로 뒤집어진 후에는 한 발 더 뛰면서 동점골을 넣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불행히도 후반 막판으로 가면서 체력적인 문제를 보였고 (그만큼 많이 뛰었다) 동점골을 넣는 대신 추가 실점을 하고 말았다. 이번 주말에 또 다른 리그 경기가 있고, 현실적으로 1부리그 팀을 넘을 가능성이 적었을텐데도 정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FA컵에 나서는 2부리그 팀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1년에 몇 번 오지 않는 1부리그 팀과의 경기에서 자신들의 한계치를 넘는 투혼과 집중력을 원없이 보여줘야한다. 그게 1부리그 팀에 대한 존중이고 홈 팬들에게 대한 예의가 아닌가 한다.
더 많은 아산 시민들이 경기장을 찾았더라면, 그리고 이토록 멋진 자기들의 팀을 확인했더라면 좋았을것을... 다만 그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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