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포항(1:1)강원-간만에 포항처럼

2021. 5. 10. 15:53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포항(1:1)강원, 2021.05.08(토), K리그1 Round 14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끝났지만 간만에 본 포항 스타일, 포항같은 경기였다. 밀집된 수비를 원투 패스로 뚫는 모습, 한 번 공격 올라가면 1타 2타 3타 연속 슈팅. 뒤로 흐르는 공도 바로 차단한 후 다시 빠르게 공격. 마지막 결정력이 아쉽긴 했지지만 이게 얼마만인가! 이게 포항 축구지! 

 

십여 차례의 슈팅에 비에 단 한 골 밖에 뽑지 못한것은 아쉽지만, 그 한 골이 참 멋지게 만들어졌다. 중앙, 측면, 다시 중앙으로 연결되는 빠르고 정확한 패스와 타이밍, 그리고 지체없는 슈팅까지. 앞으로 이런 장면을 자주 봤으면 좋겠다. 

 

한 번 자리에서 일어서면 몇 분 동안 "와~ 와~" 소리를 지르면서 좀처럼 멈추지 않는 다구리성 공격이 우리의 자랑이었는데, 최근에는 좀... 지속시간이 너무나 짧은 조루성 공격으로 끝나곤 했지...^^

 

 

 

선발 라인업을 보니 우리가 요즘 얼마나 후달리는 시즌을 보내는지 알만하다. 송민규 선발 제외, 임상협 왼쪽 윙포워드, 
강상우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 권완규와 신광훈 경고누적/퇴장으로 아웃, 그리고 김성주 선발.

 

가만 생각해보면 올 시즌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왜 유독 포항에서 영 플레이어 수상자가 많이 나왔을까? 아마도 늘 시즌 초반에는 후달리는 상태였기에, 그만큼 새로운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가 많이 주어졌던 것이 아닐까? 이번 시즌만해도 불안한 수비 덕분에(?) 신예 이광준이 어느덧 중앙 수비의 한 자리를 차지했고, 김성주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늘 느끼는 거지만 강상우는 참...

기복도 없고 실수도 적고 포지션 바꿔도 어디서든 제 값을 해내고... 축구팀이나 기업이나 자칫 이런 선수의 가치를 모르고 지나칠 때가 있는데, 최소한 포항의 강상우만큼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았으면 좋겠다. 제2의 이영표라는 평가가 야박할만큼... 지금의 포항에서 강상우는 절대적인 대체불가 선수다. 

전민광, 이광준 센터백 듀오는 왠지 시작도 하기전에 불안감부터 드는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는 작은 실수는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경기를 마쳤지만, 김광석-하창래에 권완규까지 빠져버렸으니 시작부터 조마조마할 수 밖에 없었는데... 역시나 수비 어정쩡하게 실점을 하고 말았다. 신진호의 실수도 실수지만 최근들어 흐르는 볼, 임자없는 볼을 쉽게 넘겨주는 문제가 계속 보였다. 


선제 실점을 하면서 악몽이 현실이 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행히 후반부터는 우리가 흐르는 볼을 많이 차지했고 수비라인도 추가 실점 없이 잘 마무리했다.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수비는 잘 버텨주고 있는 것 같다.

 

결정력이 부족한건지

결정력 갖춘 골잡이가 없는건지, 골잡이는 있는데 (누구라고 말은 않겠으나) 전혀 도움이 안되는건지...  멀티 골 넣은 후 웃짱까면서 퇴장당하는 뮬리치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퇴장 당해도 좋으니 멀티골이나 넣어 줬으면 소원이 없겠다.

 

전체적으로 수비진 이동이 많은 라인업이다. 이런 경기야말로 공격에서 해결해 줘야한다. 한 골 먹어도 두 골 넣을 수 있도록 공격이 살아줘야 한다. 그런데 이런... 우려했던 수비는 1실점으로 잘 버텼는데 공격에서는 날려 먹은 찬스가 한 두개가 아니었다. 그 많은 슈팅, 그리고 그 중에는 강현무도 넣을 수 있는 찬스가 몇 번 있었는데 말이다.

 
타쉬는 요즘 조퇴에 맞들였나보다. 또 선발출전 말고는 특이사항 없는 하루를 보냈다. 동료들과 여전히 호흡을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 놈은 포텐은 언제 터질지, 얼마나 대단한 포텐이 터질지 모르겠는데...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내 참을성이 먼저 터져 버릴 것 같다.

 

반면, 크베시치는 골 넣더니 몸이 엄청 가벼워졌고 동료들과도 훨씬 자신있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역시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한다. 그래야 포텐도 터지고 슬럼프도 쫑내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그림같은 골이었다. 골을 만드는 과정도 좋았고 슈팅도 나무랄 데 없이 깔끔!

 

이승모를 타쉬 대신 중앙 공격수로 기용하는 감독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중앙에서 버티면서 연계 플레이 해주는 선수는 필요한데 타쉬는 아직이고 이호재는 경기 템포를 못 따라가고 있다. 감독의 선수 기용에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한 편으로는 이렇게  타쉬와 이승모를 번갈아 쓰면서 중앙 공격수를 단련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김기동은 늘 그랬다. 모든 것은 계획하에 준비되고 있을 것이다. 

팔라시오스와 정반대의 임상협

송민규가 최근 부쩍 움직임이 무거워진 반면, 최근 가장 폼 올라온 선수는 임상협이다. 임상협은 무리하거나 모험적인 플레이를 즐기지 않는다.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하다. 반면, 팔라시오스는 거의 모든 장면이 무리한 플레이다. 임상협은 수비수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굳이 돌파하기 보다는 패스를 선택하는데, 팔라시오스는 수비가 두 명 붙어도 일단 뚫고 들어가려고 한다. 그렇게 여러개 시도 하다가 하나 건지는 스타일인 반면, 임상협은 쉽게 쉽게 안전하게 안전하게 하다가 가끔씩 시도하는 모험이 성공할 때가 꽤 된다.

 

강원전에서도 골 넣고 나갈 수 있는 좋은 찬스를 놓친 것이 아쉽다. 임상협의 1대1 찬스가 막힌 후, 이승모 헤딩 찬스마저 어이없이 날아가 버릴 때 김기동 감독 표정이 참... 난 TV 보면서 욕이라도하지... 아마 마스크로 가려진 김기동 감독의 입술이 황선홍 등번호를 열라 반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무 농사는 그만 짓자

당분간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소고기 뭇국, 무생채, 깍두기, 단무지 등 제외하자. 최근 몇 경기... 우리보다 윗동네 팀들과 무 농사 짓느라 고생 많았지? 아랫동네 팀 만날 때 승삼이 좀 챙겨가자. 울산 아직 멀리 못갔다. 승승하면 바로 턱밑으로 붙을 수 있다. 그래야 동해안 더비도 더 쫄깃해지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