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포항:울산-거의잡을 수 있었는데!

2021. 3. 14. 17:31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직관), 포항(1:1)울산, 2021.03.23(토), K리그1 Round 4

 

오전 10시 성남 출발. 점심은 졸음쉼터에서 샌드위치로 해결. 경기장 도착 오후 3시경. "무조건 이긴다!"라는 전제하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올인을 하지 않아도 될 다른 어떤 상황도 고려하지 않는 동해안 더비다!

 

전반에 먼저 실점하면서 다소 끌려가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후반 중반 이후에 거세게 몰아부치면서 여러번의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다만 결정적인 득점 기회까지 연결된 찬스가 많지 않았던 점, 그리고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한 부분은 아쉽지만 경기 막판까지 울산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2021 시즌 동해안 더비의 기선을 제압한 부분은 괜찮았다. 무승부라는 결과는 아쉽지만 내용도 괜찮았다.

 

 

 

이제부터 플랜 A

외국인 선수까지 모두 합류했다. 비록 수비수로 영입한 그랜트(Alexander Ian Grant)가 개막전의 부상으로 잠시 이탈해 있지만, 새로 합류한 타쉬와 크베시치가 실전에 투입되면서 이번 경기에서는 강상우-신광훈 돌려막기 전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선수단 구성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2승 1패를 거둘만큼 짭잘했지만 지난 3경기에서 사용한 돌려막기 신공과 제로톱 전술은 땜빵 전술로 잠시 접어 두어도 될 것 같다. 지난 세 경기를 통해 결과도 챙기고 실전 연습까지 했으니 비상시에 사용할 플랜 하나를 잘 준비한 셈이다.

 

울산전 후반 중반 이후에 펼쳐진 무게감 있는 공격, 그리고 이를 기회로 상대방을 밀어 올리는 경기 내용을 통해 선수들의 자신감 또한 많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싶다. 울산전을 기점으로 우리가 잘하는 것, 그것만 제대로 하면 상대가 누구든 이길 수 있는 우리만의 무기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

 

치열하게 많은 걸 쏟아 부은 만큼 수확도 만만찮았던 동해안 더비였다. 우리는 분명히 무승부 이상의 소득이 있었다!

 

크베시치, 타쉬

크베시치(Mario Kvesić)는 오른쪽 또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가능할 것 같다. 왼쪽의 강상우-송민규 라인은 K리그 최정상급 측면이다. 오른쪽은 사이드백 신광훈의 파트너로 팔라시오스(Manuel Palacios)나 크베시치를 쓸 것 같다. 돌파와 스피드, 힘은 팔라시오스가 위에 있지만 활동량과 공격 다양성, 연계 플레이는 크베시치가 더 나은 것 같다.

 

중앙에서는 이승모와 포지션 경쟁을 할 것 같다. 팔로세비치 만큼의 연계 플레이, 그리고 직접 해결 능력을 가졌는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이승모에 비해 다양성과 움직임은 더 나은 것 같다. 반면 이승모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다. 점차 오범석을 대체하면서 신진호와 함께 공격력을 갖춘 수비형 미드필더로 위치를 잡아가지 않을까 싶다. 크베시치-팔라시오스 또는 이승모-크베시치 조합, 아니면 크베시치-팔라시오 공격 조합에 이승모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쓰는 전술 등이 가능할 것 같다.

 

타쉬(Borys Borysovych Tashchy)는 주전 붙박이 중앙 공격수로 기용될 것 같다. 붙박이 중앙 공격수 없이 치른 지난 3경기에 비해 확실히 무게감이 달랐다. 중앙에서 상대 수비수와 1대1 또는 1대2 경합을 견뎌내면서 공을 간수하고 연결하는 중앙 공격수가 등장하면서 포항의 측면도 힘을 받는 모습이었다.

 

비록 제대로 된 득점 기회와 슛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 부분은 이미 스카우트 과정에서 검증이 되었을 것이다. 기존 선수들과의 조화, 포항의 짧고 빠르고 다양한 공격 스타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류첸코나 라데에게서 느껴지던 강한 멘탈리티를 가졌는지가 관건이다. 일단, 경기에 투입되었을 때 팀에 무게가 확 실리는 점은 확인!

 

포항 팬 눈에만 보이는 울산병(病)

울산은 후반 중반 이후에 맞서 싸우며 결판을 내기 보다는 물러나면서 지키는 쪽을 택했다. 경기장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였는데,나중에 인터뷰를 보니 선수들이 한 풀 꺾이는 모습을 보여서 전술의 변화를 택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 제대로 된 동해안 더비를 치르려면 뒤로 물러서 지키는 전술은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설사 비록 선수들이 밀려 내려오는 모습을 보였더라도, 홍명보 감독이 패배를 무릅쓰고라도 맞받아 치면서 밀어 올리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울산병이 뭐냐고? 울산은 동해안 더비에서도 승점과 순위를 고려한다는 것! 포항에게는 앞뒤 잴 것 없이 모든걸 총동원해야 하는 경기가 동해안 더비다. 이런 동해안 더비에 임하는데 승점과 순위, 경고누적 따위가 감독과 선수의 머리에 떠오른다면 이미 패배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치이는 경기, 답답하고 안풀리는 경기에서 먼저 손을 놓아 버리는 쪽도 울산이었다.

 

최근들어 울산의 전체적인 스쿼드 구성이 포항보다 좋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포항은 동해안 더비에 상당히 많은 것을 걸고 전력을 다해 덤비는데 비해 울산은 필요에 따라 뒤로 빼기도하고 여러가지 계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 통상적으로는 포항보다 나은 경기, 더 많은 승리를 가져가는 것 같지만 아다리가 호되게 걸린 경기에서는 모든 것을 걸고 덤비는 포항에게 한 방 먹는거지!

 

지난해에 비해 변화된 울산의 모습도 몇 가지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골무원 주니오가 없다는 것! 가히 울산 공격력의 50%를 책임지던 그 주니오가 없다. 리그 최고의 득점력은 물론이고 수비를 흐뜨러트리고 균형을 무너뜨리는 탁월한 공격수가 없다는 것은 이번 시즌 울산에게 상당한 아쉬움이 될 것 같다. 양쪽 측면 공격은 작년보다 더 속도감있게 보이지만 주니오의 공백을 메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수비 안정화를 우선시하는 모습이었다. 주니오급의 중앙 공격수는 없지만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갖춘 팀이지만 아직은 그리 모험적인 전술은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쒸발... 스쿼드가 좋아서 모험이 필요 없다는 거냐?)

 

울산과 경기할 때면 김태환과 김인성이 상당히 눈에 띄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내 눈에는 울산병 앓지 않는 단 두 명의 선수처럼 보였는데...^^

 

그럼, 포항병(病)은 없나?

없는 병을 굳이 만들거야 없겠지만 작년에 비해 전방 전개가 답답할 때가 많다. 볼 처리가 한 발 늦어가 볼을 소유한 선수 주변의 움직임이 나빠서 패스 타이밍을 놓칠 때가 늘었고, 면피성 백패스도 늘었다. 그러다보니 잔실수도 늘었고 개막전부터 4라운드까지 동일한 패턴(전반 초반, 수비수의 작은 미스에서 비롯)으로 먼저 실점을 하는 모습이다.

 

신진호, 오범석이 돌아왔지만 최영준을 중심으로 꾸리던 지난 시즌에 비해 중앙 미드필드는 아직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상대팀의 압박에 공이 불안정하게 뒤로 돌 때가 많고 전진할 타이밍을 못 잡은 후 뒤로 돌아서는 경우가 작년보다 많다.

 

포항은 백패스가 많아지면 힘들어진다. 경기도 안풀리고 선수들 스스로 망가져 버리고 팬들 욕도 한 바가지 먹을게 뻔하다. 지더라도 전진하다 지는 것이 포항이 추구해야할 축구라는 걸 김기동 감독이 모를리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해법을 가져다 놓을지 한 번 지켜보자.

 

동해안 더비 @스틸야드

코로나 방역기준인 경기장 수용인원의 3분의 1 전석 매진! 만약 방역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만원 경기장이 되었을 것 같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비록 목이 터지도록 응원할 수는 없었지만 경기장을 타고 도는 공기는 확실히 다른 경기와는 달랐다. 만약 정상적으로 관중 입장과 육성 응원이 허락되었자면 우리는 분명히 경기를 뒤집었을 것이다.

 

역시 동해안 더비, 그리고 동해안 더비는 스틸야드에서 보는 맛이 제맛이다. 포항 팬 코스프레라도 하고 싶다면 다음 기회에 스틸야드에서 벌어지는 동해안 더비를 경험해보기 바란다. 대충 이런 모습?

  • 심판이 포항측 파울이나 터치아웃 선언하면 무조건 편파판정으로 간주하면서 야유 쏟아짐
  • 반대로 포항 선수 넘어졌는데 파울 없이 플레이 계속돼도 야유 쏟아짐
  • 울산의 파울이 선언되어도... 파울의 종류나 정도에 관계없이 카드 내미는 손동작과 함께 "경고! 경고!" "퇴장! 퇴장!"하는 소리가 마구 쏟아짐 (한 마디로 심판이 휘술을 부는 순간마다 이런저런 소리가 터져 나옴)
  • 울산이 득점하고 골 뒷풀이 길게하면 욕 바가지로 퍼붓기 (어제도... 김민준 득점 후 뒷풀이 길게하다 욕먹음. 살짝 관중 도발하려는 찰나, 분위기 감지한 주심과 김태환이 조용히 데리고 감^^)
  • 경기중에 포항이 강하게 밀어 올리는 타이밍에서는 마스크 쓴 채로도 소리를 지름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뛰쳐 나온다고나 할까...)
  • 울산 선수들 이름은 미리 알아둬야 함 (이름을 알아야 욕을하니까^^)
  • 다른 경기와 달리 관중석 어디엔가는 "ㅋㅋㅋㅋㅋㅋㅋ" 걸개나 카드가 준비되어 있음
  • 지금은 코로나 시대라서 육성 응원을 할 수 없지만... 포항 응원곡 중에 유일하게 타 팀 디스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음 (여러개의 디스 송이 있는데, 모두 울산 디스하는 노래들임. 울산 외의 팀은 디스하지 않음^^) 

...

 

여전히 울산이 포항보다 위에 있다. 스플릿 라운드 전까지 아직 두 번의 동해안 더비가 남았다.

전반에 불안정안 수비로 실점한 후 따라붙는 경기가 개막전부터 4라운드까지 계속되고 있다. 다음 경기(홈, 수원전)에서는 이 부분을 극복하면서 이겨보자. 울산은 삐끗할 때가 됐고 우리는 순위를 한 번 흔들 때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