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강원:포항 - 하창래의 입대선물

2021. 3. 7. 21:27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 강원:포항, 2021.03.06, K리그1 Round 2 (집관)

강원(1):(3)포항, 승!

 

인천과의 홈 개막전과 유사한 양상으로 경기가 풀렸다. 여전히 포항은 미완의 모습이지만 김기동 감독의 전술변화와 교체 선수의 적중, 그리고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순간에 헤딩 결승골을 뽑아 준 하창래의 결정적인 활약이 컸다. 그리고, 권완규의 마무리 골도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터져 주었다. 중앙 수비수들은 대개 한 시즌에 한 골, 아니면 두 골 정도를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직 팀 구성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 수비수 두 명이 모두 득점을 했으니 팀에 더 없이 고마울뿐이다.

 

입대 선물을 받고 가야할 판에 선물을 주고 떠나다니! 하창래 휴가 나오면 구단 차원에서 소개팅 3회 무조건 보장해 주는게 명문 구단의 도리일 것같다.^^

 

 

강원은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수비도 공격도 모두 원할하지 못한데, 무엇보다도 작년까지 보여줬던 팀 컬러가 보이지 않는다. 초반에 다소 기존의 강원 스타일과 달리 측면으로 길고 빠르게 열어주는 모습이 보였고, 첫 득점도 강원이 가져가기도 했지만 경기력 자체가 그다지 높지는 않았다. 포항 입장에서는 한 골을 내주긴 했지만 그리 위협을 받거나 위축될만큼 걱정이 되지는 았았다.

 

아무래도 강원 선수 중에는 포항 출신의 고무열을 눈여겨 보게 된다. 활동 영역이 넓고, 수비 가담, 스피드, 볼 컨트롤도 좋고 연계 플레이도 좋은데, 여전히 최전방 공격수의 핵심 능력인 공격 포인트가 적다. 경기 중에 한 번이나 두 번은 제대로 된 득점 찬스가 꼭 오는데, 약간의 차이로 그 찬스를 놓치곤 한다. 지금의 강원 사정이 그리 좋지는 못하겠지만 활동 반경을 좀 줄이는 대신 공격 포인트에 좀 더 집중하면 어떨까 싶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도 계속해서 벽을 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새로운 후반 공식 - 고영준 투입, 신광훈 전진, 강상우 최전방

아직 파워풀한 붙박이 중앙 공격수가 없는 상황. 전반에 득점이 터지지 않거나 끌려가는 상황, 그리고 상대 수비의 짜임새에 틈이 벌어지는 후반. 고영준을 투입하면서 공격진은 높이를 포기하는 대신 스피드와 짧은 패스웍으로 전환한다. 강원처럼, 그리고 지난 경기의 인천처럼 수비 조직이 탄탄하지 못한 팀들에게 두 번 연속 좋은 효과를 봤는데, 좀 더 수비 안정성이 좋고 앞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패스 줄기를 끊을 줄 아는 전북이나 울산같은 팀에도 먹힐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고영준은 언제든 좋은 후반 교체카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빠르고 돌파력도 좋지만 어린 선수답지 않게 공 간수능력도 좋고 동료들과의 연계도 좋다. 무엇보다도 슈팅이 좋다. 특히, 마지막 슈팅 동작이 짧고 간결하다. 다리가 짧아서 스윙도 빠른걸까...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으나(^_^) 좋은 슈팅 동작을 가진 선수다. 마지막 슛을 위한 터치, 자세, 킥이 빠르고 동작이 일반 선수들에 비해 간결하다.

 

아직은 출전 시간이 적은 선수인데, 좀 더 출전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지금보다 다양한 무언가를 보여줘야하고 팀의 리듬에 따라 완급이 있는 플레이를 보여줘야할 것같다. 뭐... 당장은 5분이건 10분이건 세상 마지막 찬스라는 생각으로 염통 터지도록 죽어라 뛰어야겠지만 말이다.

 

불안요소 - 수비형 미드필더 신광훈

신광훈이 못해서 불안한것이 아니라 신광훈이 익숙하지 않은 수비형 미들로 이동했을 때 수비가 흔들릴 위험이 크다. 넓은 영역을 커버하는 신진호가 있고, 신광훈이 이동하면서 공격의 무게감이 커지는 장점은 있지만 오른쪽 측면 공격이 좋은 팀을 상대할 때 이런 포지션 이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디까지나 팀이 안정화되지 않은 시기, 또는 전력 공백이 생길 때 사용하는 차선책 정도가 될 것 같다. 가뜩이나 작년보다 수비진의 변화가 큰 상황에서 수비 시스템에 너무 많은 변화는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모로 시즌 초반 포항에는 운도 따른다. 22세 룰 덕분에 교체카드를 더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범석을 짧게 쓰면서 신광훈을 돌려 쓰고 강상우를 전진시키는 전술 유연성이 생겼다. 스트라이커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이현일와 임상협을 번갈아 돌려쓸 수도 있다. 게다가 송민규, 이승모, 고영준 모두 제 몫을 해주는 선수들! 마치... 유스 출신의 좋은 어린 선수들을 보유한 포항을 위해 22세 룰은 만든것 같다.

 

마지막 퍼즐이 완성될까?

드디어 타쉬(Borys Borysovych Tashchy)와 크베시치(Mario Kvesić)가 합류했다. 다음 경기(3/9, 제주 원정)에서 잠시나마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울산과의 동해안 더비(3/13, 포항)에는 출전을 했으면 좋겠는데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지난 시즌에 활약한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의 딱 그 포지션, 딱 그 만큼만 해 줄 수 있으면 이번 시즌도 포항만의 매력적인 축구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르겠다. 선수들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포항은 팀 케미가 잘 맞는게 훨씬 중요하다. 포항에서는 맹활약하던 주축 선수들이 최전성기에 다른 팀으로 이적한 후에는 포항에서 만큼 활약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봤다. 혼자 해결하는 능력이 탁월한 선수보다 연계 플레이에 능하고 득점원을 다양하게 분산시켜줄 수 있는 공격수가 포항과 잘 어울렸다. 타쉬와 크베시치도 그런 선수이기를 바랄 뿐이다.

 

시즌 초반에 기분좋은 연승으로 착실히 승점 6점을 거뒀다. 초반에 앞서 벌어 두는 5-6점의 승점이 스플릿 라운드의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을 차이를 가를 때가 많다. 선수의 변화는 많지만 팀 스타일의 변화가 적은 탓에 다행히 초반 스타트를 잘 끊은 것 같다.

...

 

2라운드 현재 2위. 높은 곳에서 시즌을 시작하고 있지만, 울산이 우리 위에 있다. 우리가 5득점 2실점 하는 동안 울산은 6득점을 했고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그들과의 매치가 기다려진다!

 

 충성! 하창래, 멋진 모습으로 다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