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축구의 명암을 잘 보여준 한일전

2011. 8. 10. 21:35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이런저런 상황과 변명의 여지 없이 일본이 우리보다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꿈꾸는 만화 축구...
스페인처럼 짧고 빠르고 정교한 플레이...
아마도 일본의 매끄러운 플레이가 조광래 감독이 꿈꾸던 축구는 아니었는지요?

그런데, 조광래의 축구는 이제 2년차에 접어드는 반면
일본은 이미 20년전부터 이런 축구를 추구해 왔고, 이제는 자기들만의 스타일이 상당수준에 올라왔네요.
그동안 우리 나라의 축구는 일본이나 스페인식의 축구가 아닌
독일이나 영국식의 축구에 가까웠습니다.

이번 한일전의 충격적인 결과는 조광래 감독 개인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한국축구의 방향성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스타일을 지배했던 것처럼 독일이나 영국식의 축구를 우리에 맞게 변형하는 것이 맞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로 계속 이어갈 것인가!

한일전의 참담한 결과만 놓고 조광래 감독을 평가절하하기는 어려운 것이, 취임 이후 비교적 빠른 시간에 그가 추구하는 축구가 상당히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것 만큼은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현재 수준에서 조광래 축구의 명암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현재 수준의 전력이라고 가정할 때,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짧고 빠르고 정교한 꼬꼬마 땅볼축구를 우리보다 더 잘하는 팀에게는 역부족이라는 점입니다.
일본이 마음 놓고 자기들의 장점을 120% 발휘했다는 점이 이런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지요.
반면에 우리와 다른 스타일의 팀들을 상대할 때는 우리의 플레이와 스타일이 잘 나타났습니다.
우리도 축구를 못하는 나라는 아니니까요.
단지 조광래가 추구하는 축구를 한국보다 잘하는 팀을 만나면 너무도 솔직한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 문제죠.
(아마도 호주를 상대할 때는 조광래의 축구가 좀 더 먹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스타일은 무엇일까요?
선이 굵고, 체력과 활동력에 중심을 두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내용 보다는 결과를 중요시 하고,
경기장에서의 임기응변과 불타는 투지를 주무기로 하는 전통적인 한국형 축구를 발전시킬 것인가,
아니면 당장의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조광래 식의 아름다운 축구를 완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인가!

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
일본은 과연 자기들의 선택에 의해서 그런 스타일을 선택했을까요?

제 생각에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수들의 성향, 성장해온 토대, 민족성의 차이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광래의 축구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전술적인 준비를 하고,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에게 내재 되어 온 축구 마인드 자체도  변해야 하는... 좀 더 긴 호흡의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조광래 감독이 능력을 보여줄 부분은, 그런 긴 호흡의 노력을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겠지요.
늦어도 2014년 브라질에 갈 때까지는 완성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조광래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노력한다면 내용도 충실한 아름다운 축구가 만들어지겠지요.
하지만, 조광래 스타일의 축구가 우리에게 맞는 옷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우리는 기본기와 내용을 보고 박수를 치지 않습니다.
한국 축구, 더 나아가서 우리의 문화는 결과와 감동 스토리를 더 중요시하니까요. ^^
잘 정돈된 절차와 패턴 보다는 임기응변과 융통성이 더 잘 먹히니까요.
이것이 한국 축구의 단점, 그러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한국 축구의 저력이니까요.

PS) 제발... 감독님... 잘할 것 같은 선수들을 위주로 뽑지 말고, 잘하는 선수를 뽑아 주세요. T.T
박주영, 이근호, 구자철은 경기력이 떨어져 보였습니다.
김신욱은 여전히 잘할 것 같기만 합니다.
잘했던 선수들이거나 잘할 것 같은 선수들이었을 뿐, 지금 현재 잘하고 있는 선수들은 아니었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