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자신감

2011. 7. 22. 13:39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축구를 잘하는 선수,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실한 선수, 자기관리 잘하는 반듯한 모범생.
그런 박지성이라고만 생각했는데, 2011-2012 시즌을 앞둔 지금의 박지성은 또 다른 모습이네요.
비록 맨유에 비해 전력이 약한 팀들과의 프리시즌 경기이긴 하지만
한결 자신감과 여유가 넘치는 모습은 지난 시즌과 또 다른 박지성의 모습입니다.
심지어 그 멋진 골들을 넣는 순간조차 무덤덤하게 느껴질만큼 그는 당당했습니다.

맨유와의 재계약과 타 팀, 타 리그로의 이적을 앞에두고 박지성이 보여준 담대한 자신감도 인상적입니다.
"나는 맨유에서 은퇴하기를 원한다!" 라는 박지성의 말은 단순히 그의 바램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저자세로, "저를 맨유에 남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나는 맨유에 남고싶다. 맨유가 먼저 내게 말을 할거고, 니들 다른 팀들은 기다려라!"라는 의미가 되겠죠.
자기는 맨유를 선택했고, 맨유 또한 자신을 믿을 것이고, 설사 맨유를 떠난다 해도 조바심이나 위축됨은 전혀 없다는 듯이... 그렇게 박지성은 자신감과 당당함을 갖추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스콜스와 판 데 사르의 공백에 대한 박지성의 코멘트는 더 당당합니다.

"호날두가 떠났을 때도 우리는 잘 해냈다"
"긱스, 퍼디낸드, 비디치, 에브라는 맨유에서 5,6년 넘게 뛴 선수들이다"
"축구는 혼자하는 경기가 아니다."

몇년 전의 박지성, 아니 불과 1년전의 박지성이었다면 이런 당당한 인터뷰를 했을까요?
박지성은 맨유에서도 어느덧 중고참입니다.
그의 몸과 마음이 이미 맨유에 깊게 뿌리를 내렸지요.
동양에서 바늘 구멍을 뚫고 맨유에서 힘겹게 자리하나 차지했던 선수가 아니라
맨유의 후배들에게, 팬들에게, 그리고 상대팀들에게
맨유의 중견 선수로서 자신있게 자기를 표현하고 또 그렇게 인정받는 선수임을 알 수 있겠네요.

어느 한 선수가 그 팀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인정을 받고, 또한 선배로서의 당당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실력과 멘탈, 그리고 주변의 평가가 모두 받쳐줘야하지요.
어느덧... 박지성은 그런 선수로 우리 앞에 서 있네요.
그것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란 팀의 선수로 말입니다.

한 게임을 더 뛰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인정받기 위해서 칼날같은 날들을 살았을 것만 같았습니다.
기라성 같은 선수들 틈에서 뒤쳐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박지성인줄만 알았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주전 한 자리가 주어질지 말지, 맨유가 선택을 할지 말지...
여전히 무언가에 도전하고 증명해야하는 박지성인줄만 알았지요.

그러나, 지금의 박지성은 분명히 한 레벨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있는 자신감과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차돌 같은 박지성인줄만 알았는데... 오늘은 박지성이 바위처럼 느껴집니다.

....

우리 인생을 축구선수에게 대입했을 때
박지성은 여유와 당당함을 함께 갖춘 멋진 '축구 선수의 중년기'에 있는 셈인데...
실제 인생의 중년기에 접어드는 우리들... 저의 모습...
씁쓸하게도 박지성처럼 여유롭고 당당한 모습에는 한 참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

하긴... 그러니까 박지성이죠 ^_^
극강의 초능력자와 비교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