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포항은 데얀에게 또 당할겁니다!

2011. 7. 20. 22:06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아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입니다.
데얀은 현재 K-리그 최고의 공격수일뿐만 아니라 요즘 가장 좋은 리듬을 타고 있습니다.
포항뿐만 아니라 다른 어느 팀에게도 데얀은 부담스러운 선수죠.
데얀이 포항 킬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데얀이 좋은 선수이기 때문이고
반대로 포항이 그런 데얀이 뛰는 FC 서울을 맞서 이기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지요.
즉, 포항 vs 데얀의 상대성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지요.


과연 데얀을 제대로 막았는지?

서울의 공격은 데얀을 정점으로 움직입니다. 데얀의 활약에 따라 득점의 5할이 좌우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데얀이 훌륭한 공격수인 점도 있지만, 저는 데얀의 주연급 플레이를 받치는 방승환이나 고명진 같은 조연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상대팀 수비 입장에서는 데얀을 상대로 집중적인 싸움을 벌여야하는데...
방승환이나 고명진은 높은 득점력 대신 데얀을 대신해서 수비수들과 적극적인 전투를 벌입니다.
그만큼 수비는 분산되고 데얀은 좀 더 골에 집중할 수 있겠지요.

서울 공격의 5할은 데얀을 통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좀 더 데얀에게 집중된 수비를 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요.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포항의 수비는 예상외로 방승환이나 고명진에게 힘을 많이 빼앗겼습니다. 잘 막아 내는 것 같지만... 방승환과 고명진, 몰리나는 잘 막았을지 몰라도 정작 데얀은 잘 막지 못했습니다.

데얀은 포항뿐아니라 다른 팀에게도 똑같은 부담입니다.
언제나 1점 정도는 데얀에게서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죠.
즉, FC서울과의 경기에서 1실점을 한다고 해도 그건 그리 이상한일도 아니고 수비가 자책할 일도 아닙니다.
(한 경기에서 2골 이상, 그것도 반복적으로... 이런거는 좀 반성이 필요하지!)


포항의 공격은 FC 서울과 정 반대!

그렇다면, 포항의 공격은 어떤가...
FC서울과 정 반대로 포항은 화려한 조연들의 집합체입니다.
여러 선수가 고르게 득점을 올리는 반면, 팀 득점의 상당부분을 지배하는 득점자는 없습니다.
이것은 분명 장점일 수 있지만,  상대팀이 먼저 득점을 올렸을 경우에 한없이 작아집니다.
밀집 상황, 치열한 경합 상황, 찰나의 찬스에서 순도 높은 득점을 보여주는 선수가 없습니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득점은 상당히 잘 터지는 편이지만, 순간적인 상황에서의 득점에 약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팀들이 포항 공격의 이런 특징을 모를리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포항을 제대로 상대하는 팀들은 가급적 수비들을 중앙에 모아둡니다.
측면과 페널티 에리어 바깥쪽까지 온전하게 커버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포항 미드필드진의 플레이가 너무나 좋기 때문에 굳이 한 쪽에 무게 중심을 둔다면 페널티 에리어를 중심으로한 중앙 수비쪽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거겠지요.
(포항을 상대하면서, 포항의 막강 미드필드진을 봉쇄하겠다고 미드필드 싸움을 거칠게 걸어오는 팀들은 오히려 포항에게 고마운 상대지요. 포항의 미드필드를 무너뜨리기에는... 우리가 너무 강하거든 ^^)

수 차례 좋은 과정을 통해 측면을 열었고, 또 몇 차례의 좋은 크로스가 골문을 향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너무나도 적었던...
우리는 우리의 축구를 잘 했지만 스코어 싸움에서 진거지요.

....

서울과의 경기에 패한 후, 황선홍 감독은 후반전의 전술 변화를 패인으로 꼽았습니다.
이 말을 해석해보면... 미드필드와 측면에서부터 만들어지는 득점보다는 중앙 공격수에 의존하는 득점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는 반성일겁니다.
서울은 포항에게 미드필드 싸움을 걸어오지 않았습니다.
조연 공격수들이 득점 욕심 보다는 우리의 수비를 분산시키는데 충실했고, 수비수들은 우리의 패스웍을 차단하려 애쓰는 대신 중앙에서의 슈팅 찬스에서 맞짱뜨는데 집중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선제골을 넣었다면 경기는 달라졌겠죠.
지금까지의 기록을 봤을 때도, 포항이 선제골을 넣었을 때는 대부분 경기에서 내용과 결과 모두 대 만족!
그러나, 리그 상위권의 실력을 가진 팀들이라면 충분히 우리가 먼저 실점을 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먼저 수비 위주의 전략을 가져가는 바람에 득점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는 경우도 부지기수.
우리 의도대로 경기 내용은 가져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결과까지는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지요.


세트 피스, 좀 더... 집중 또 집중!
파리아스와 함께 우승을 따내던 시절의 포항, 그리고 지난 남아공 월드컵 때의 상황을 돌이켜 보겠습니다.
두 팀 모두 절대적인 득점원을 가지지 못한 팀이었습니다.
지금의 포항 스틸러스처럼 스트라이커 보다는 미드필더들의 경기 지배력이 더 컸지요.
그럼에도... 파리아스의 팀은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거머쥐었고
허정무의 팀은 조별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지금의 포항 스틸러스와 달리... 고미때마다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요.
프리킥에 의한 직접 득점이라든가 수비수의 느닷없는 득점이 중요한 고비를 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로서는 세트 피스 상황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집중력 있는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하루아침에 완성되기는 어렵겠지만, 정신을 집중하고 자신있게 덤빈다면 조금 더 좋은 결과가 오겠지요.
마침 우리에게는 황진성이나 모따 같은 좋은 키커도 있으니까요.

지난 FC 서울과의 경기(7/17, 일)에서 우리는 5개의 코너킥과 12개의 프리킥을 얻었습니다.
12개의 프리킥 중 3~4개는 페널티 에리어 근처의 좋은 위치였고요.
상당히 골에 근접한 상황도 몇 번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세심한 집중력... 차분함과 자신감...
약간의 차이에서 1득점이 올수도 있고 갈수도 있습니다.


포항 스틸러스는 미스 리플리?

우리의 공격에는 주연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주연같은 조연들이지요.
전문 득점가는 아니지만, 득점력까지 갖춘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풍부하기 때문이겠지요.
슈바가 없는 상황에서 이게 최선이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의 변화도 필요할 듯 합니다.

모따는 측면에 있을 때나 최전방에서 약간 처져있을 때 팀 공헌도가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득점력에 좀 문제가 생기긴하지만...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데는 더 효과적입니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골을 노리는 모따보다 수비수를 성가시게 끌고 다니면서 공간을 만들고 공을 찔러주는 모따가 훨씬 성가실테니까요.

포항은 지금... 주연 배우 보다는 조연들이 더 빵빵한 상황입니다.
오히려 너무 빵빵해서 고민입니다. 다들 주연배우니까요.
볼거리도 많고 재미있는 드라마인데,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스토리가 다소 희미한...
김정태가 너무 떠버려서 스토리가 엉켜버리는 미스 리플리...

다행히... 고무열이 요즘 잘 해주고 있습니다.
아직 주연 배우로 세우기에는 주변의 다른 공격수들에 비해 연기력이나 인지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성향을 봤을 때는 가장 주연배우에 가까운 스타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금은... 주연과 조연의 균형잡기가 필요한 시기인듯합니다.
더구나, 고무열이 바싹 올라오고 있는 지금 이기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

포항 스틸러스의 팬이라면, 우리가 FC 서울을 이겨야만 할 이유를 100가지도 넘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FC 서울보다 잘한다는 이유도 100가지 넘게 댈 수 있겠지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한 반성, 그리고 효율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너무 자신감이 넘쳐서 성급함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화려한 미드필드의 파워에 다른 약점이 묻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다 잘해놓고 데얀 한명에게 당한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문제는 없었는지...

우리는 지금... 강점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약점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약점을 치료하는 순간...
K-리그 우승권에서 다른 팀들은 제명이 될겁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