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선수들, 안익수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2011. 7. 15. 21:32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부산은 올해에도 준우승 하나를 추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네요.
2009년 컵대회 준우승, 2010년 FA컵 준우승, 그리고 올해 다시 컵대회 준우승...
하지만, 이번 컵대회는 지난 두 번의 준우승보다 훨씬 눈부셨습니다.
뒤지는 상황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부산 선수들의 열정...
바로 그런 모습 때문에 적은 팬들이지만 꾸준히 경기장을 찾는 것이겠지요.
승부조작 스캔들로 온갖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경기장에는 여전히 흥분과 감동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컵 대회 무용론까지 나오지만...
1.5군이 나서면 1.5군이 나서는 대로, 우승권의 팀이 아닌 중하위권 팀들이 그나마 하나 얻을 수 있는 챔피언 타이틀일 뿐일지라도... 그것 만으로도 컵 대회는 의미가 있습니다.
울산은 충분히 챔피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만합니다.
부산 또한 준우승 팀으로서 어깨를 당당히 펼 수 있구요!
...
안익수 감독은 예전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때나 지금의 모습이나 변함이 없네요.
언제나 성실하고, 노력하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 자상하지만 범처럼 무시무시하고... ^^
(그의 순진하게 웃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무서운 동네형 같은 인상^^)
저는 과거 포항의 선수들 중에 유독 박태하나 안익수 같은 선수들이 좋았습니다.
황선홍이나 홍명보에 비할 때, 어쩌면 그냥 보통 선수들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는 스무살 무렵부터 국가대표팀의 스타플레이어였겠지만 (그리고 그 후로도 쭈~~욱!)
박태하나 안익수 같은 선수들은 보통 선수들이 걷는 길을 묵묵히 걸으면서
맨 마지막까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니까요.
어떤 선수가 저에게 축구 선수의 롤 모델을 뽑아 달라고하면 저는 안익수나 박태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홍명보나 황선홍은 일종의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재능을 선택받았고 기회를 선택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처럼 빛나는 자리에 오르기는 쉽지가 않지요.
쉽지 않은게 아니라, 보통 선수들이라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안익수나 박태하 같은 선수는... 비록 그 시작은 아주 평범했지만...
본인들이 자기관리 철저히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항상 겸손하고 공부하는 노력을 통해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열정적인 마음가짐과 진지함, 축구와 팬에 대한 충실하고 우직함을 잃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전진했으며, 그러한 모습은 지도자의 길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은 후퇴도 많이하고 정체되기도 하는데... 두 사람은 언제나 한걸음 한걸음 전진을 했지요.
스스로 부족하다면서 늘 겸손하고, 그래서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
언젠가는... 두 사람 모두 최고의 지도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안익수 감독, 은퇴는 포항에서 했지만 선수 시절의 대부분은 성남(일화)에서 보냈지요.
우승을 놓고 다툴때면 유독 포항과 성남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곤 했는데...
포항의 황선홍과 라데가 슈팅하는 장면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안익수였습니다. ^^
(당시 안익수-겐나디-사리체프가 구축한 일화의 수비는 통곡의 벽 그 이상이었음!)
듣기로는 고등학교때 처음 축구선수의 길로 들어섰다고하네요.
큰 체격과 체력, 근성 빼고는 어릴때부터 전문적으로 공을 다뤄온 선수들을 이길 수 없어서
일찌감치 수비수 한 포지션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변변히 진학할만한 성적도 없고 그리 알려진 선수도 아니라서...
번듯한 축구부가 있는 대학에는 진학하지 못하고 인천전문대학으로 진학했습니다.
그랬던 선수가... 당대 최고의 팀 중 하나인 성남(일화)의 주전 수비수가 되고, 몇 차례의 우승을 맛보고,
짧은 기간이나마 국가대표팀도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몇년의 기간 동안은 포항 스틸러스의 주장으로 뛰면서 많은 포항팬들에게 사랑을 받았지요.
포항 스틸러스라는 팀...
이적한 선수가 팀과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기는 정말 쉽지 않은데, 안익수는 그런 힘이 있었습니다.
K-리그에서 뛰는 선수치고 어린시절 독보적인 재능을 보이지 않았던 선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누구나 다 황선홍이나 홍명보 같은 인기 스타가 되지는 못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박지성을 꿈꾸겠지만, 그리고 박지성 못지 않은 재능을 가졌겠지만
막상 직업 선수로 발을 내 딛는 그 순간부터 그 꿈은 도저히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을 알지도 모르지요.
아마도... 99.9% 선수가!
그 99.9% 선수들을 위한 롤 모델... 지금의 안익수 감독은 어떨까요?
약체로 평가받는 부산의 감독.
하지만 언제나 위풍당당하고 굳건한 인상으로,
선수시절 매섭게 몰아치던 그 열정 그대로 그라운드를 지켜보는 그 눈빛...
진지함... 남자다움... 터미네이터의 비주얼까지 ^^
운동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당당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 진짜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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