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시작은 괜찮은거 같죠?
2010. 8. 12. 10:29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수원 빅버드는 참 멋진 경기장입니다.
포항과 수원의 경기는 여러번 봤지만 A-매치를 본 것은 몇 차례 안되는 것 같군요.
터치라인 쪽 관중석을 덮은 아치형 날개 사이로 보이는 저녁 하늘은 언제 봐도 너무 멋집니다.
빅버드에서 경기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경기장 아나운서의 분위기 만땅 리딩!
포항과 수원의 경기 때는 원정팀 입장인지라 아나운서의 리딩 멘트가 그냥 소음으로만 들렸는데
A-매치에서는 저의 홈 구장이 되니까 아나운서의 리딩 멘트가 아주 가깝게 느껴지네요. ^^
오프닝부터 선수 소개에 이르기까지 분위기를 화끈하게 이끄는 장내 아나운서는 빅버드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수원에서 A-매치를 하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현장 매표소와 출입구 관리는 상암 경기장에 훨씬 못미쳤습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예매한 후 현장 수령을 하기 위해 매표소를 찾았는데...
늘 가던 동측 매표소가 닫혀 있더군요.
그래서, 진행 스탭에게 물으니 반대쪽으로가서 계단을 내려가면 메인 매표소가 있다고 가르쳐주네요.
아들녀석 손 잡고, 그 큰 경기장을 반 바퀴 돌아서, 계단을 내려가서 매표소에 갔더니 거기도 닫혀있습니다.
다시 진행요원에게 물으니 또 하나의 매표소를 가르쳐 주더군요.
거기에 가니까 티켓 현장수령하는 창구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여서 저도 긴 줄 끄트머리에 섰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줄이 그대로네요? 한 발짝도 전진을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후, 진행 요원 등장!
"티켓 발매기가 고장 났습니다. 동측 매표소쪽에 준비가 되어 있으니 현장수령하시는 분들은 그쪽을 이용해 주세요"
이 정도 타이밍에서는 씨x 소리 한 방 나오지요. ^^
아들 녀석 눈치 보여서 날리고 싶은 10원짜리를 꾹 참았지만 말입니다...
이런거 좀 개선하면 안되겠슴까?
경기장에 가서 보니까 무전기 들고, 목에 ID카드 걸고 있는 엉아들이랑 언냐들 무지하게 많더만...
요런 작은거 하나 신경 써주는게 정말 중요하거덩!
...
경기는 아시다시피 2대1 승리!
스코어와 내용 모두 홈 팀의 힘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서로 크 실력차이가 크게 나는 팀도 아니고...
그런 상황에서 홈 경기라면 그 정도의 위력을 보여줘야죠.
한국 축구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세계 탑 클래스의 최강 팀들 외에는 우리가 충분히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고 느껴집니다.
한 경기를 놓고 조광래 축구의 특징을 말하기는 힘들겠죠.
그러나, 그 동안 K-리그에서 보여준 조광래 감독의 전술 운영이나 선수 기용 방식의 연장선에서 국가대표팀을 볼 수는 있을 듯 합니다.
또한 조광래 감독은 확실한 자기 색깔이 있는 감독 중 한 명이니까요.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새로운 선수들을 과감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등장시켰다는 점입니다.
가끔 이름은 올렸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최효진의 활약, 드디어 빛을 발한 윤빛가람, A-팀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준 김보경, 조영철, 김영권... 그 동안 A-팀에서 보기 힘들었던 선수들이 다수 뛰었음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한 것이 아니라 결과와 내용도 좋았다는 말이지요.
K-리그의 힘!
바르셀로나 초청 올스타전을 두고 참 말이 많았죠.
그들이 K-리그를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 K-리그 연맹은 자존심도 없냐...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보자구요.
솔직히 우리 팬들도 K-리그 개무시 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K-리그에서 아무리 활약해도 국내용이고, 좋은 선수는 모두 해외로 나가고 K-리그에는 진정한 실력자가 없다는 둥,
K-리그의 성적은 결국 외국인 선수 농사에 달렸다는 둥, 뛰어봐야 우물한 개구리라는 둥...
그러나, K-리그의 선수들은 강합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프로리그라는 점을 최근 성적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K-리그의 선수들은 결코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란 것을 보여줬습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 비해서 부족한 면도 있겠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칠만큼 훌륭한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고 있습니다!
조광래 축구는 꼬꼬마 땅볼 축구
좌우 측면 크로스의 횟수가 이전에 비해서 눈에 띄게 줄어든거 같죠? (혹시... 직접 카운트 해 보신 분 있나요?)
후방에서의 롱 패스도 역습 상황이 아니면 보기 힘들었고요.
반면에 하프라인을 넘어서 공격 상황이 되었을 때 전방으로 찔러주는 종 패스가 많이 나왔습니다.
쉴새 없이 타이트한 압박은 조금 느슨해 졌고, 반면에 우리가 공을 잡았을 때의 키핑 타임은 늘였습니다.
그리고, 페널티 에리어 근처까지 접근했을 때는 짧은 2대1 패스를 시도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습니다.
(이래서 국가대표급이지요. 당장 불러서 휘리릭 해도 기본땅은 바로 만들어 주는 실력을 갖춤!)
전반전은 굵직한 선수들에 의존한 경기 운영이었던 반면, 후반전에는 조광래 감독 스타일의 꼬꼬마 땅볼 축구를 위주로한 조직적인 축구를 많이 보여준 것 같습니다.
다만... 골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네요. 요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까요?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승렬 선수가 살짝살짝 타이밍을 놓치곤 했는데... 조금만 박자가 잘 맞았으면 좋은 골 하나를 만들 수 있었텐데 말입니다.
지쳐보여... 박지성, 박주영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친선경기에 부르는 것.
흠... 글쎄요... 경기력 측면에서, 그리고 매치 흥행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들이긴하지만 조금 관대해 졌으면 좋겠네요.
전반 25~30분 정도 지난 시점부터 박지성과 박주영의 움직임이 눈에 보일 정도로 다운됐습니다.
피로감도 있을 것이고 본인들 스스로도 힘 조절을 했겠지요.
특히, 후반 들어서 박주영은 많이 지친 모습이 역력했고 다리에 쥐가 오르자 벤치에 자기 스스로 교체 요청을 하더군요. 다리에 쥐가 나도록 열심히 뛰어준 것은 고맙지만, 친선 경기에서 너무 과도하게 기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축구, 하나의 갈림길에 선 듯!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가장 큰 소득은 우리 스스로 실력에 대해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졌다는 점이 아닌가 합니다.
2002년의 4강은 '매직'으로 표현되었지만 2010년의 16강은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어찌보면 2006년이나 2010년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2006년에도 조별 예선에서 1승 1무 1패였고,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1승 1무 1패.
하물며... 2006년에는 (그때까지만해도) 강적 프랑스와 비기기까지 했으니까요.
이미 그 때에도 우리 스스로의 자부심을 가지기에는 충분했겠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한 번 더 검증을 받았고, 무엇보다도 우루과이와 16강전을 치르면서 확인도장을 하나 꾹 받았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습니다.
(어라? 이거 월드컵 8강이나 4강이 아주 멀리 있는게 아니구만!)
그런데... 지금까지의 한국 축구는 상대방을 못살게 구는 축구였습니다.
마치 우리반 놀자맨이 옆반 전교 1등하는 놈 졸졸 따라다니면서 공부 못하게 만들고, 그래서 우리반 1등을 전교 1등으로 만드는 전략이랄까?
한국뿐만 아니라 강팀들에 비해서 전력이 떨어지는 많은 팀들이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이런 축구를 구사하지요.
(물론, 이탈리아는 강팀이면서도 시종일관 못살게 구는 축구를 구사하지만... ^^)
조광래에게서는 들개의 냄새가 난다고 했죠?
ㅋㅋ 조광래는 상대방을 못살게 굴어서 이기는 쪽이 아닌 우리가 잘해서 이기는 쪽을 택한 듯합니다.
뭐... 사실 조광래 감독의 개인의 전술적 취향만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 만큼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우리도 자신감이 갖게 되었다는 말이지요.
남아공 월드컵에서 비록 4대1로 패하긴 했지만, 허정무 감독 또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시도하기도 했으니까요.
이런 것들이 하나 둘 쌓이고... 좀 더 공격적이고 자기 색깔 분명한 감독을 만나니까 그 특징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성공할까?
우리 축구가 많이 올라왔지만...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상대방을 못살게 구는 축구의 장점은 강팀을 만나서도 먹혀 준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약팀을 만났을 때도 그닥 손쉽게 이기지는 못한다는거 ^_^
아마도 조광래 스타일의 축구라면, 우리와 엇비슷한 실력의 팀이나 우리보다 아래의 팀들을 상대로는 지금 수준에서도 신명나는 결과를 만들어 주겠지요.
하지만... 가령, 스페인 같은 팀을 만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요.
상대방을 못살게 구는 축구가 아닌 상대방보다 잘해서 이기는 축구인데... 스페인이 우리보다 잘하니까요. ^^
스페인이 제대로 축구를 못하게 만들지 않는 한, 우리가 이기기는 힘들겠지요.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상대방을 못살게 굴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우리가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게 맞겠죠.
일본 축구가 그런식인데... 한국에게 덜미를 잡히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그들도 그 방식으로 꾸준히 노력한 결과 그들만의 독특한 팀 컬러로 세계적인 수준을 따라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일본도 상대방을 못살게 구는 스타일을 많이 구사하데여...ㅋㅋ)
조광래 감독도 적절한 타협점을 찾겠지요.
자기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위주로 하면서도 현실적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거라 생각합니다.
이거는 좀 더 많은 훈련, 그리고 더 많은 경기를 통해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니 그 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네요.
올해는 허정무의 팀이 스페인과 맞붙는 모습을 봤으니...
내년에는 조광래의 팀이 스페인과 맞짱뜨는 모스을 한 번 봤으면 좋겠네요. ^.^
...
PS) 이운재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습니다.
대표팀을 지키는 든든한 모습도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군요.
넘버 1이 새겨진 당신의 등을 보고 있을 때, 참 든든했었습니다.
포항과 수원의 경기는 여러번 봤지만 A-매치를 본 것은 몇 차례 안되는 것 같군요.
터치라인 쪽 관중석을 덮은 아치형 날개 사이로 보이는 저녁 하늘은 언제 봐도 너무 멋집니다.
빅버드에서 경기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경기장 아나운서의 분위기 만땅 리딩!
포항과 수원의 경기 때는 원정팀 입장인지라 아나운서의 리딩 멘트가 그냥 소음으로만 들렸는데
A-매치에서는 저의 홈 구장이 되니까 아나운서의 리딩 멘트가 아주 가깝게 느껴지네요. ^^
오프닝부터 선수 소개에 이르기까지 분위기를 화끈하게 이끄는 장내 아나운서는 빅버드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수원에서 A-매치를 하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현장 매표소와 출입구 관리는 상암 경기장에 훨씬 못미쳤습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예매한 후 현장 수령을 하기 위해 매표소를 찾았는데...
늘 가던 동측 매표소가 닫혀 있더군요.
그래서, 진행 스탭에게 물으니 반대쪽으로가서 계단을 내려가면 메인 매표소가 있다고 가르쳐주네요.
아들녀석 손 잡고, 그 큰 경기장을 반 바퀴 돌아서, 계단을 내려가서 매표소에 갔더니 거기도 닫혀있습니다.
다시 진행요원에게 물으니 또 하나의 매표소를 가르쳐 주더군요.
거기에 가니까 티켓 현장수령하는 창구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여서 저도 긴 줄 끄트머리에 섰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줄이 그대로네요? 한 발짝도 전진을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후, 진행 요원 등장!
"티켓 발매기가 고장 났습니다. 동측 매표소쪽에 준비가 되어 있으니 현장수령하시는 분들은 그쪽을 이용해 주세요"
이 정도 타이밍에서는 씨x 소리 한 방 나오지요. ^^
아들 녀석 눈치 보여서 날리고 싶은 10원짜리를 꾹 참았지만 말입니다...
이런거 좀 개선하면 안되겠슴까?
경기장에 가서 보니까 무전기 들고, 목에 ID카드 걸고 있는 엉아들이랑 언냐들 무지하게 많더만...
요런 작은거 하나 신경 써주는게 정말 중요하거덩!
...
경기는 아시다시피 2대1 승리!
스코어와 내용 모두 홈 팀의 힘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서로 크 실력차이가 크게 나는 팀도 아니고...
그런 상황에서 홈 경기라면 그 정도의 위력을 보여줘야죠.
한국 축구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세계 탑 클래스의 최강 팀들 외에는 우리가 충분히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고 느껴집니다.
한 경기를 놓고 조광래 축구의 특징을 말하기는 힘들겠죠.
그러나, 그 동안 K-리그에서 보여준 조광래 감독의 전술 운영이나 선수 기용 방식의 연장선에서 국가대표팀을 볼 수는 있을 듯 합니다.
또한 조광래 감독은 확실한 자기 색깔이 있는 감독 중 한 명이니까요.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새로운 선수들을 과감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등장시켰다는 점입니다.
가끔 이름은 올렸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최효진의 활약, 드디어 빛을 발한 윤빛가람, A-팀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준 김보경, 조영철, 김영권... 그 동안 A-팀에서 보기 힘들었던 선수들이 다수 뛰었음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한 것이 아니라 결과와 내용도 좋았다는 말이지요.
K-리그의 힘!
바르셀로나 초청 올스타전을 두고 참 말이 많았죠.
그들이 K-리그를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 K-리그 연맹은 자존심도 없냐...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보자구요.
솔직히 우리 팬들도 K-리그 개무시 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K-리그에서 아무리 활약해도 국내용이고, 좋은 선수는 모두 해외로 나가고 K-리그에는 진정한 실력자가 없다는 둥,
K-리그의 성적은 결국 외국인 선수 농사에 달렸다는 둥, 뛰어봐야 우물한 개구리라는 둥...
그러나, K-리그의 선수들은 강합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프로리그라는 점을 최근 성적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K-리그의 선수들은 결코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란 것을 보여줬습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 비해서 부족한 면도 있겠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칠만큼 훌륭한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고 있습니다!
조광래 축구는 꼬꼬마 땅볼 축구
좌우 측면 크로스의 횟수가 이전에 비해서 눈에 띄게 줄어든거 같죠? (혹시... 직접 카운트 해 보신 분 있나요?)
후방에서의 롱 패스도 역습 상황이 아니면 보기 힘들었고요.
반면에 하프라인을 넘어서 공격 상황이 되었을 때 전방으로 찔러주는 종 패스가 많이 나왔습니다.
쉴새 없이 타이트한 압박은 조금 느슨해 졌고, 반면에 우리가 공을 잡았을 때의 키핑 타임은 늘였습니다.
그리고, 페널티 에리어 근처까지 접근했을 때는 짧은 2대1 패스를 시도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습니다.
(이래서 국가대표급이지요. 당장 불러서 휘리릭 해도 기본땅은 바로 만들어 주는 실력을 갖춤!)
전반전은 굵직한 선수들에 의존한 경기 운영이었던 반면, 후반전에는 조광래 감독 스타일의 꼬꼬마 땅볼 축구를 위주로한 조직적인 축구를 많이 보여준 것 같습니다.
다만... 골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네요. 요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까요?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승렬 선수가 살짝살짝 타이밍을 놓치곤 했는데... 조금만 박자가 잘 맞았으면 좋은 골 하나를 만들 수 있었텐데 말입니다.
지쳐보여... 박지성, 박주영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친선경기에 부르는 것.
흠... 글쎄요... 경기력 측면에서, 그리고 매치 흥행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들이긴하지만 조금 관대해 졌으면 좋겠네요.
전반 25~30분 정도 지난 시점부터 박지성과 박주영의 움직임이 눈에 보일 정도로 다운됐습니다.
피로감도 있을 것이고 본인들 스스로도 힘 조절을 했겠지요.
특히, 후반 들어서 박주영은 많이 지친 모습이 역력했고 다리에 쥐가 오르자 벤치에 자기 스스로 교체 요청을 하더군요. 다리에 쥐가 나도록 열심히 뛰어준 것은 고맙지만, 친선 경기에서 너무 과도하게 기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축구, 하나의 갈림길에 선 듯!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가장 큰 소득은 우리 스스로 실력에 대해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졌다는 점이 아닌가 합니다.
2002년의 4강은 '매직'으로 표현되었지만 2010년의 16강은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어찌보면 2006년이나 2010년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2006년에도 조별 예선에서 1승 1무 1패였고,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1승 1무 1패.
하물며... 2006년에는 (그때까지만해도) 강적 프랑스와 비기기까지 했으니까요.
이미 그 때에도 우리 스스로의 자부심을 가지기에는 충분했겠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한 번 더 검증을 받았고, 무엇보다도 우루과이와 16강전을 치르면서 확인도장을 하나 꾹 받았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습니다.
(어라? 이거 월드컵 8강이나 4강이 아주 멀리 있는게 아니구만!)
그런데... 지금까지의 한국 축구는 상대방을 못살게 구는 축구였습니다.
마치 우리반 놀자맨이 옆반 전교 1등하는 놈 졸졸 따라다니면서 공부 못하게 만들고, 그래서 우리반 1등을 전교 1등으로 만드는 전략이랄까?
한국뿐만 아니라 강팀들에 비해서 전력이 떨어지는 많은 팀들이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이런 축구를 구사하지요.
(물론, 이탈리아는 강팀이면서도 시종일관 못살게 구는 축구를 구사하지만... ^^)
조광래에게서는 들개의 냄새가 난다고 했죠?
ㅋㅋ 조광래는 상대방을 못살게 굴어서 이기는 쪽이 아닌 우리가 잘해서 이기는 쪽을 택한 듯합니다.
뭐... 사실 조광래 감독의 개인의 전술적 취향만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 만큼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우리도 자신감이 갖게 되었다는 말이지요.
남아공 월드컵에서 비록 4대1로 패하긴 했지만, 허정무 감독 또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시도하기도 했으니까요.
이런 것들이 하나 둘 쌓이고... 좀 더 공격적이고 자기 색깔 분명한 감독을 만나니까 그 특징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성공할까?
우리 축구가 많이 올라왔지만...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상대방을 못살게 구는 축구의 장점은 강팀을 만나서도 먹혀 준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약팀을 만났을 때도 그닥 손쉽게 이기지는 못한다는거 ^_^
아마도 조광래 스타일의 축구라면, 우리와 엇비슷한 실력의 팀이나 우리보다 아래의 팀들을 상대로는 지금 수준에서도 신명나는 결과를 만들어 주겠지요.
하지만... 가령, 스페인 같은 팀을 만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요.
상대방을 못살게 구는 축구가 아닌 상대방보다 잘해서 이기는 축구인데... 스페인이 우리보다 잘하니까요. ^^
스페인이 제대로 축구를 못하게 만들지 않는 한, 우리가 이기기는 힘들겠지요.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상대방을 못살게 굴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우리가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게 맞겠죠.
일본 축구가 그런식인데... 한국에게 덜미를 잡히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그들도 그 방식으로 꾸준히 노력한 결과 그들만의 독특한 팀 컬러로 세계적인 수준을 따라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일본도 상대방을 못살게 구는 스타일을 많이 구사하데여...ㅋㅋ)
조광래 감독도 적절한 타협점을 찾겠지요.
자기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위주로 하면서도 현실적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거라 생각합니다.
이거는 좀 더 많은 훈련, 그리고 더 많은 경기를 통해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니 그 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네요.
올해는 허정무의 팀이 스페인과 맞붙는 모습을 봤으니...
내년에는 조광래의 팀이 스페인과 맞짱뜨는 모스을 한 번 봤으면 좋겠네요. ^.^
...
PS) 이운재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습니다.
대표팀을 지키는 든든한 모습도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군요.
넘버 1이 새겨진 당신의 등을 보고 있을 때, 참 든든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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