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와 남자 축구, 일맥상통?

2010. 7. 26. 13:09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세밀한 조직력을 갖춘 팀들의 성적이 좋았다는 것이지요.
스페인의 우승이 시사하는 점도 그렇고, 한국 일본 미국 같은 팀들이 자기들의 색깔과 조직력을 가지고 강팀들과 당당히 맞섰던 점도 그렇습니다.

물론, 이런 조직력의 팀들이 선전을 한 근본에는 힘과 스피드, 개인 기술이 어느 레벨 이상 갖추어졌고 그 격차도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같은 팀은 정상급의 개인기에 조직력까지 갖추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지요.
역설적으로 황제가 출현하지 않은 월드컵이라는 말도 됩니다.
한 명의 출중한 영웅이 팀을 우승, 또는 우승에 근접하게 이끌던 모습이 이번 월드컵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것 역시 조직력의 축구가 그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

그런데,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선전을 보고 있자니 그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는군요.
우리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 그리고 힘과 스피드가 어느정도 붙은 상황이 되니까 조직력이 활짝 꽃피네요.
골이 훨씬 수월하게, 매끄럽게, 다양하게 터져 줍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우리만의 플레이를 꾸준히 펼쳐 나갑니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다 살아서 움직입니다.
한 마디로... 훌륭한 축구지요!

과거에도 우리 팀의 조직력은 좋았습니다.
다만, 그 조직력이 꽃필 수 있는 선수 개개인의 역량에서 다소 격차가 있었을 뿐입니다.
어느새 이렇게 성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선수들의 플레이가 너무나 매끄럽습니다.

신기하기도하고... 한 편으로 미안하고 안쓰럽기도합니다.
선수도 별로 없을텐데...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도 적고, 직업으로 인생을 걸만하지도 않을텐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기에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이렇게 좋은 기량을 갖추었을까...

1~2명의 출중한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종목도 아닌 축구입니다.
박은선처럼 세계 톱 수준의 에이스가 팀을 지배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선수 하나하나가 고르게 기량을 갖춘 팀이 조직력이라는 옷을 입으니 이렇게 잘하네요!

...

파리아스 시절의 포항 스틸러스,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 한국 여자축구의 선전...
고른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100%의 조직력을 보여준다면, 스타 군단을 꺾을 수 있습니다.
시즌 내내 즐겁고 신나는 축구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남자 축구도 여자 축구도 조직력의 축구가 빛을 발하는 것은 그만큼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고르게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즉, 그만큼 우리 축구가 질적으로 성장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지요.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수확 역시, 우리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이 어느덧 안정적인 수준에 올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조광래 신임감독의 축구가 이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죠?

한 번 기대를 가져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