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복자 펠레

2009. 11. 20. 13:00사는게 뭐길래/볼거리먹거리놀거리


정복자 펠레

- 지은이 :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
- 번역 : 정해영
- 출판사 : 을파소

같은 이름의 영화가 더 유명하지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정복자 펠레"의 원작 소설입니다.
(저는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잘 아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미리 말씀드리는 점은... 축구의 전설 '펠레'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으시는 분들 중에 워낙 족쟁이들이 많아가지고...^^)

이 책은 1800년대 후반, 스웨덴 태생의 '펠레'라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체 4부로 구성된 소설인데, 지금 소개드리는 책은 그 중에서 1부에 해당하지요.
여러가지 성장소설을 많이 보았지만, "정복자 펠레"처럼 깊이 있게 당시의 시대상황과 사건, 아이를 둘러싼 주변의 일들을 가슴저리게 묘사한 책은 못본것 같네요.
지은이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구요.

펠레는 어린 나이에 아버시 '라세'와 함께 고향을 떠나 덴마크의 작은 섬으로 떠납니다.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요.
펠레와 라세가 고향을 떠나게 된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지요.
그 곳은 라세가 젊은 시절에 돈벌이를 했던 곳이기도하지요.

하지만, 그곳 농장에서의 하루하루는 고단하기만 합니다.
아버지 라세가 나이가 꽤 들었기 때문에 어린 펠레도 목동 노릇을 하며 일을 해야 했습니다.
먹는 것은 부족하고,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일은 고단하고...
대대로 물려받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땅을 사들인 농장의 딸과 결혼해서
농장의 실질적인 주인이 된 바람둥이 농장주, 그리고 그런 바람둥이 남편 때문에 울화병과 알콜중독에 빠져버린 그의 아내.
농장 일꾼들 사이에도 힘에 따라 서열이 정해져 있고, 힘 없는 펠레와 라세는 그 중에서도 끄트머리에 속합니다.
어린 펠레는 그런 환경속에서 부딪치며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가고,
그곳 아이들과의 부딪치면서 때론 힘으로 맞서고 때론 지혜로 맞서기도 합니다.
비록 고단한 일의 연속이지만 펠레는 밝고 용감하게 대처해 나가고,
궁지에 몰리고 어려움에 부딪쳐도 요령이나 거짓으로 피해가지 않고 늘 정직하고 성실하지요.

그런 과정을 겪으며 성장한 펠레...
어느덧 학교를 졸업하고 더 큰 세상으로, 농장과 아버지의 품을 떠나, 용감하게 자신만의 꿈을 찾아 떠납니다.
(여기까지가 지금 소개하는 책의  내용이고, 이 후에 펼쳐지는 펠레의 이야기가 2, 3, 4를 이룬답니다.)

.....

불과 120~130년 전 스웨덴의 이야기, 덴마크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스웨덴이나 덴마크는 세계 최고의 복지수준을 자랑하는 나라지만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삶은 그렇게 고단하고 핍박받는 삶이었지요.

이야기의 배경이 된 1800년대 말은 북유럽의 봉건적인 사회가 붕괴되는 시기이기도합니다.
그렇지만, 농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봉건 사회의 농노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기이기도하지요.
우리나라의 1800년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던 셈이지요.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많이 발전하고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100년전의 펠레나 라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허리가 휘도록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돈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
펠레나 라세와 다를 것 없는 많은 이주 노동자들...
그들 보다 여유있게 살고는 있지만 사교육비나 주택문제에 찌들어 사는 사람들...

가진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면 해뜰날이 온다고 말하겠지만
자루하나 어깨에 메고 미지의 길을 떠나는 어린 펠레의 모습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찾아 떠나는 희망찬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고단함과 절망, 끝없는 부침이 먼저 떠오를 수 밖에 없네요.

저 또한 아이를 둔 아버지입니다.
아들놈이 8살이니까 펠레가 처음 아버지의 손을 잡고 농장에 발을 디디던 나이쯤이 되겠네요.

언젠가 우리 아들놈도 펠레처럼 자기의 길을 떠나겠지요.
그렇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펠레와 같은 고단한 어린시절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가 펠레처럼 길을 떠날 때는... 고생과 고단함, 절망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희망과 자유가 있는 세상으로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희망을 품고 참고 견디면서 노력하면 성공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모든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균등한 기회는 주어져야겠지요.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적인 터전이 마련되어야겠지요.

과연 지금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세상은 점점 무한경쟁의 정글로 변해가고, 부의 불균형은 아이들의 출발선부터 다르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최근들어 그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녹슬어가는 만큼 네가 자란단다"

책 속에서 아버지 라세가 아들 펠레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결국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런 세상을 주기 위해서는
지금의 엄마 아빠들이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돈을 버는 노력, 잘살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미래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내 아이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아이들까지...
더 좋은 삶과 인생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