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2. 11:26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지난주말(11월 7일), 토쿄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함께 했습니다.
1주일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흥분의 순간이 가라앉지 않네요. 후후...
1박 3일 일정, 체력과 인내력의 승부,
토쿄 밤도깨비로 포항 스틸러스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새벽 2시 15분 인천에서 출국, 월요일 새벽 5시 15분 하네다에서 귀국)
빡세게, 저렴하게, 화끈하게 토쿄를 즐기고 싶은 청춘들에겐 강추!
하지만... 다리 후덜덜 거리는 40대 이상에겐 비추... T.T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 스틸러스가 챔피언이 되는 길이라면
60이 된들, 70이 된들... 백번인들 천번인들 갈 수 있습니다!!!
경기 전 (2009.11.07, 토요일 새벽-오후)
토쿄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경. 그닥 할일 없는 시간...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일단 커피 한 잔 하면서 오늘의 일정을 다시 짚어 봅니다.
먼저, 이번 아챔 투어를 함께한 일행들을 소개합니다.
요렇게... 이른 아침,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역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일단, 뒤엉킨 정신을 수습!
이제 정신을 수습했으니 몸을 수습하러 가야죠?
일본하면 역시 온천!
사람 붐비지 않는 토쿄 외곽, 하나코가네이(花小金井)역 근처의 조용한 온천을
투어 매니저 민정이가 미리 알아 두었답니다.
역시나, 서비스 최고에 조용하고 깔끔하고 시설완빵의 훌륭한 온천입니다.
하나코가네이역에서 온천까지 걸어가는 길은 높다란 가로수가 우거진 아주 멋진 산책길입니다.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잔 몸이었지만, 이른 아침의 상쾌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토쿄라고 하면 서울보다도 더 붐비는 거대한 메트로폴리탄이 연상되지만, 하나코가네이역은 토쿄 외곽이라서 그런지 매우 조용합니다.
작은 텃밭이나 정원이 딸린 자그마한 단독주택들이 보이고, 온천까지 걸어가는 내내 우리는 가로수 속에 있었습니다.
온천에서 씻고, 쉬고, 잠깐 눈도 부치고... 이렇게 오전은 흘러가고... 조금은 개운해진 몸으로 숙소가 있는 누마부쿠로(沼袋)역으로 이동!
속도 출출하고... 때마침 점심 먹을때도 다 됐고...
든든하게... 알딸딸하게...
라멘과 맥주가 들어가니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솔솔....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경, 경기는 저녁 7시...
대략 2~3시간 정도는 눈을 부칠 수 있겠네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저와 영운이는 일단 낮잠 한 숨 때리기로 하고
아직 피가 젊은 한주, 민정, 혜미는 토쿄 시내로 나갔습니다.
아시아 챔피언쉽 파이널 (2009.11.07, 토요일 저녁)
도쿄 국립경기장! 두둥~
일본어에 능숙한 영운이 덕에 별 어려움 없이 도착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포항 서포터들, 그리고 구단 사람들과 반가움의 하이 파이브 나누고...
그런데, 따로 투어를 나간 한주-민정-혜미 일행과 길이 엇갈리고 말았습니다.
저와 영운이는 로밍을 했기 때문에 급한일이 있으면 전화를 할거라고 기대를 했지만... 전화기를 가져오지 않은 그들... 우리 전화번호를 못외워서 전화를 못했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한주가 경기장 스태프를 설득해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고...
(민정과 혜미는 밖에서 대기... 이산가족이 따로없네...흑흑)
저와 영운이는 또 나름대로 이쪽 저쪽 기웃거리며 일행을 찾아 헤메고...
결국은 우째우째 하다가 경기장 안에서 만날 수 있었고, 다행히 경기 시작하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
막강 포항 서포터즈 전투 준비 완료!
선수들도 전투 준비 완료!
한국에서 날아간 포항 서포터 500명.
그리고, 현지에서 합류한 동포 1천명.
이날 포항 스틸러스는 두 개의 목표를 가지고 달립니다.
포항을 위하여,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하여!
중간에 대충 자리잡고 있으니 앞에서 오징어가 배달 돼 오네요? ㅎㅎ 아마 포항에서 출발한 팀이 오징어를 싣고 온 모양입니다. 포항의 깃발아래 묻지마 대동단결! 이런 팀을 누가 이기겠어요~ ^.^
2009, 아시아 챔피언은 누구?
알 이티하드는 일찍이 포항 스틸러스가 경험하지 못한 강한 상대였지만...
모두의 바램대로... 간절하게 바라고, 절실하게 응원하고, 하나로 뭉치면 안되는 일이 없습니다.
2대1, 포항의 승리!
그리고, 그렇게도 바라던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선수들은 제일 먼저 서포터스와 기쁨을 나누기 위해 달려옵니다. (하긴,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서포터스 말고 어디로 달려갈까... ㅎㅎ)
그 마음 너무나 고맙지만...
이번엔 결승전!
일단, 시상식부터 합시다!
(모양 좀 빠지지만... 서포터스 쪽으로 열라 달려오다가 곧바로 다시 돌아감^^ ㅋㅋ)
경기에 진 알 이티하드... 완전 삐졌습니다.
준우승팀 시상 하자마자 그냥 쌩까면서 라커로 들어가 버리더군요.
짜슥들... 그래도 매너가 그게 아니지...
아무리 기분 꿀꿀해도 챔피언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낼 줄은 알아야지...
그래 머... 니들은 가고 싶으면 가라...
우리는 기분 째진다!
우리는 챔피언이다!
자~~~~ 지금까지 공식적인 시상식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포항 스틸러스만의 챔피언 셀러브레이션 타임!
우리가 젤 잘 놀아~~
팬과 함께 들어 올리는 우승 트로피!
포항 스틸러스의 진정한 힘은 선수들과 팬들이 모두 함께 하나된 마음으로 공유하는 것!
필드에서 우승 세레모니를 하던 중, 스테보 선수가 트로피를 들고 관중석으로 올라옵니다.
멀리 토쿄까지 날아온 팬들과 우승 트로피를 함께 나누는 멋진 포항의 선수들!!
그리고... 비록 이날 단 1초도 그라운드에서 뛰지 않았지만...
경기 내내 주목을 받은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오카야마 선수입니다.
후보 선수들과 함께 몸을 푸는 내내 관중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일본 팬들의 응원을 유도하기도 하고...
시합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경기장에서 승리를 위해 함께 뛰었답니다.
서포터스와 선수들의 우승 세레모니를 마치고... 오카야마 극장이 거의 끝나갈 무렵...
데닐손 선수가 센터서클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무슨일일까....
데닐손 선수는 토쿄 국립경기장의 센터서클에 무릎을 꿇고...
그만의... 감사의 기도, 그만의 세레모니를 갖는 시간 ^^
경기 후... 뒷풀이 & 관광 & 자그마한 사건
경기 마친 후, 오늘의 승리를 기념하는 한 컷!
영운이랑 한주는 가방을 메고 있는데... 어? 저는 가방을 메지 않고 있네요?
너무 흥분해서...
가방을 경기장에 놓고 나왔답니다.
한 시간 가깝게 가방을 찾아 헤메고, 경찰들의 도움도 받았지만...
끝내 가방은 찾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여권, 지갑, 항공권은 제가 들고 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가방속에 든 내용물은... 영영...
그리고, 숙소 근처로 자리를 옮겨서 우리들만의 시간!
막 문 닫으려는 가게 아줌마와 극적으로 합의!
제대로 된 안주와 맥주를 놓고... 비교적 우아하게... 금요일 밤 늦게부터 토요일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24시간을 지나 30시간 가깝게 이어진 길고 긴 하루를 이렇게 마감했습니다.
챔피언도 먹고, 맛있는 일본 쇠고기(와규)도 먹고, 술도 먹고... ^^
다음날 (2009.11.08, 일요일 오후)
극도로 에너지를 쏟은 토요일 탓인지, 일요일에는 11시가 되어서야 모두 잠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민박집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정리를 하고, 도쿄 시내로 출발!
그래도... 일본까지 왔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관광은 좀 해야겠죠?
도쿄에 남은 마지막 재래시장, 아메야요코초!
일본 사람들이 서울에 오면 남대문 시장으로 가듯이... 우리도 아메야요코초로! 시장 구경도 구경이지만... 일단 요기를 좀 하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목적은...
제가 전날 밤에 가방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우쨌든 가방을 하나 사야 했습니다. 안그러면 계속해서 짐을 손에 들고 움직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흥정왕 유영운 덕분에 4천엔 부른 가방을 3천 6백엔에 구입 완료! (끝까지 산센 고햐쿠엔을 일관되게 밀어 부치더니 100엔 양보^^)
그 다음은 시장 옆에 있는 우에노 공원에서 잠시 정신을 수습하고, 오늘의 남은 일정을 잡기로 했습니다.
커피도 한 잔 하고, 타코야키도 하나 사 먹고...
....
오다이바(お台場)
남은 일정은 토쿄 외곽의 인공섬인 오다이바(お台場)!
오다이바 근처를 구경하고, 온천에서 시간을 좀 보낸 후에 공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오다이바, 텔레콤 센터 근처에 있는 건물인데... (이름은 잘 모르겠음...^^)
일종의 게임 테마파크입니다.
각종 추억의 게임이나 로봇, 인형 따위를 파는 가게도 있고, 직접 게임을 할 수 있는 오락장도 많습니다.
디지털 게임은 물론, '출발 드림팀' 세트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육체노동 게임들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영운이와 한주가 각각 축구와 야구를 시도했다가... 개쪽 .... ㅋㅋ)
...
오다이바에서 눈요기를 좀 하고...
마무리는 온천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도착하자마자 온천, 그리고 일본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온천... ^^)
오다이바에 있는 온천 테마파크 "오-에도온센(大江戶溫泉)"
온천을 즐기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월요일 새벽에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시간도 때우고... 배도 좀 채우고... 피로도 풀고... 잠시 눈도 부치고...
온천 테마파크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단점은 한국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입니다. ^^
(한국 사람들끼리 "I'm sorry" 또는 "스미마셍"하면서 인사를 하는 웃지못할 풍경이...ㅋㅋ)
밤도깨비 여행을 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한국 관광객들이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입구에 가면 한국 사람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 줍니다.
테마파크이기 때문에 안에 들어가면 주머니에서 돈 꺼낼 것들이 좀 많지요. ^^
(우리는... 헝그리하게 꾹 참고, 딱 밥만 먹었습니다.^^)
...
이렇게... 기간은 짧고 이벤트는 많은 1박 3일간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토쿄 원정.... 시마이!
다른 것 다 제껴 놓고...
역시나 가장 좋은 일, 가장 기억에 남는 일, 가장 행복한 일, 가장 자랑하고 싶은 일, 지금도 가장 떠오르고 가장 흥분되는 일, 내 생에 꼭 한 번 다시 경험하고 싶은 일, 당장 내년에 한 번 더 하고 싶은 일....
....
포항 스틸러스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것!
포항 스틸러스가 챔피언이다! 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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