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조급해...
2009. 11. 19. 13:00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평가전] 2009년 11월 18일. 한국:세르비아
원톱이든 투톱이든 이동국이 최전방에서 세르비아같이 수준 높은 팀을 상대해서도
공격적인 시위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하고, 상당수의 멤버가 바뀐 상황을 고려할 때
이동국으로서는 대표팀에서의 적응이 쉽지는 않았을겁니다.
복귀 후 처음 두 경기에서도 여실히 그런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와 이동국의 움직이 살짝 겉도는 모습이라든가
득점으로 가는 찬스에서 동료들의 시야가 이동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들이 많았죠.
이번 덴마크와 세르비아의 경기를 계기르 그런 부분은 상당히 해소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움직임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지요.
특히, 이근호와의 움직임에서 이전 경기보다 역할분담과 움직임이 더 매끈해 졌습니다.
이동국은 페널티 에리어 근접 지역에서 우리팀의 공격 스피드를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동국을 휘감고 있는 조급증 내지 강박관념입니다.
두 차례의 직접 프리킥 시도라든가, 마지막 문전 처리에서의 조급함,
유연하고 여유있는 본래의 모습이 아닌, 상당히 경직된 모습...
물론 이런 모습에서 그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만약 이동국 본연의 장점을 살렸다면 득점 여부를 떠나서 상대 수비를 훨씬 위협할 수 있었을겁니다.
이동국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슈팅과 득점력입니다.
수비력이나 보다 넓은 커버리지가 요구되는 것도 맞지만, 역시나 그의 장점은 득점력이지요.
그리고, 그런 득점력을 갖춘 선수는 대표팀에도 필요하구요.
너무... 벼랑끝에서 축구하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 대표팀에서 탈락할까봐... 지나치게 위기감을 느끼는 듯 합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과 눈총, 그리고 득점에 대한 언론의 압박과 위기감 고조 때문에
정작 선이 굵고 유연하고 시원시원한 그의 장점이 죽어버리는 듯 합니다.
이제 대표팀 동료들과의 플레이도 살아나고
이동국의 움직임을 읽는 동료들이, 그를 믿고 그에게 득점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득점 하나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그의 장점이 살아나는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아무리 강팀을 만나더라도 공을 옆이나 뒤로 빼는 소극적인 플레이로는 더 큰 재앙이 올 뿐입니다.
선수들이 너무 측면에서 플레이를 전개하고, 그러다가 스스로 측면에서 고립되는 모습이 자주 보이네요.
염기훈, 설기현... 좀 더 중앙으로 파고드는 플레이가 아쉬웠습니다.
세대교체는 성공한거 같은데...
오히려 세르비아전에서는 노땅 이영표와 김남일이 돋보였습니다.
특히, 김남일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는 팀의 활력소와 전투에너지 였습니다.
박지성을 중앙으로 돌리는 것은 그닥 효과가 없어 보입니다.
궁여지책으로 쓸 수는 있을까요?
아닌듯합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 때 박지성의 위력이 빛나고
그로인해서 팀 공격이 활기를 띄는 듯 합니다.
작은 구멍 막으려고 큰 물줄기를 돌리는 셈이지요.
김영광이 지키는 골문이 너무 커 보입니다.
순간적인 방어 능력과 순발력은 좋지만,
위기 상황이 오기 전에 안정적인 수비 라인을 이끌어주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한 순간 앞서 판단하고, 좀 더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네요.
김영광 역시.. 뭔가에 쫒기는 모습...
염기훈도 그렇고, 김두현도 그렇고...
선수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자칫하여 너무 지나친 긴장감 조성으로 선수들이 너무 무겁지는 않은지 걱정됩니다.
.......
평가전이니까 공부 잘하고 예방주사 잘 맞았다는 식의 평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매우 못마땅합니다.
독감은 예방주사 맞으면 걸리지 않지만
이번에 세르비아를 상대로 좋은 경험을 했다고, 다음에 만나면 이긴다는 보장 없지요.
그냥 그 한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합니다.
감독도 선수들도... 실제 월드컵 조별예선처럼 경기를 운영해야 했습니다.
왜 최적의 선수 조합이나 전술 테스트를 세르비아처럼 멋진 팀을 상대로 해야하나요?
이런 멋진 파트너라면... 우리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해야지요.
그렇게 해도 이기기가 어려운데 말입니다.
앞으로 월드컵에 가기 전까지 이렇게 강한 상대를 대적할 기회도 별루 없을텐데 말입니다.
다음 평가전 상대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차원 높은 정상급의 팀을 상대로 할 때는
진짜 월드컵 조별예선처럼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도 또 이런 강한 상대와 평가전을 가질 기회가 있다면
전술적인 실험 보다는...
그 상황에서 가동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력으로 상대를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1998년 3월.
세계 최강 브라질을 잠실에서 1대0으로 잠재운 장본인이 허정무 감독입니다.
그때처럼... 한 번 해 보자구요...
앞으로 우리가 상대할 어느 팀도, 그 때의 브라질보다 강하지는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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