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에게 최강희는 행운이다

2009. 7. 3. 11:59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요즘 이동국 선수, 예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발전된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거의 전성기의 모습이 나온다"는 평가도 많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금이 전성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피드나 몸싸움, 활동량 등에 있어서는 최고로 좋을 때의 모습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골을 넣는 상황에서의 여유, 간결해진 움직임, 보다 다양해진 슈팅의 형태와 위치와 자세 등...
오히려 예전의 투박함이 없어지고 부드럽고 침착한 모습이 훨씬 좋아 보입니다.

그만큼 침착하고 간결하게 골로 연결시킨다는 점은
미리 수를 읽으면서 축구를 한다는 말일테고
또한 그만큼 플레이에 자신감과 여유가 담겨 있다는 말일겁니다.

최강희 감독과의 만남은 이동국의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큰 행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가장 좋은 인연을 만난 셈이지요.
(실제로... 진짜 최강희 감독의 모습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지만 말입니다.)

이동국은 윽박지름으로 성장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자기혼자 지 꼴리는 대로 천재성을 나타내는 선수도 아니죠.
꾸준히... 한 단계씩 단점을 고치면서 성장하는 스타일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선수가 너무 어린 나이에 주목을 받은 것은 오히려 독이었습니다.
좀 더 가다듬으면 훨씬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데...
어린 나이에 성장 보다는 열매를 따먹기 바빴지요.
그리고, 그 나이에 감당하기 벅찬 지나친 관심과 인기, 돈, ....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고, 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팀이 최강희 감독의 전북입니다.
그가 다시 포항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이동국 자신에게 있어서는
파리아스의 포항보다 최강희의 전북이 더 좋은 만남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의 나이 서른입니다.
축구 선수로서는 더 이상의 성장보다는 절정의 기량과 경험이 어우러진 전성기의 시기지요.
이동국 또한 2006년 쓰러지기 직전까지는 여느 선수와 마찬가지로
최고 절정의 시기에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불행은 2년이 넘는 시간을 빼앗아 버렸고
이동국은 서른의 나이에 전성기가 아닌 성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동국은 재기가 아닌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전성기로 접어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동국에게 재활이나 재기가 아닌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 최강희 감독입니다.
안정감과 기회를 주고, 적절한 휴식과 여유를 주고
과하게 몰아부치지는 않으면서도 꾸준히 단점을 지적하며 채찍질을 하는 듯 합니다.
재활 공장장이 아니라 잠자고 있던 선수의 본능을 하나씩 깨워내는 축구선생이 더 어울리는 듯 합니다.

올 시즌 잘나가는 전북이지만 리그에서 우승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챔피언의 자리를 차지하는 감독들은 따고난 승부사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전북이라는 팀, 그리고 최강희 감독이 만들고 있는
축구 선생으로서의 모습만큼은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좋은 선수들을 가지고도 이렇다할 팀 컬러나 성적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감독들 종종 봅니다.
반대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선수들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만드는 감독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강희 감독은?

스탠다드라고 볼 수 있겠네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좋은 선수들이면 좋은 만큼, 부족한 선수들이면 부족한 만큼
그렇지만 그 레벨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에게 기대할만한 수준은 이루어내는 감독.

스탠다드한, 교과서적인 감독.
바로 이 부분이 이동국에게는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행운의 인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욱 성장하는 모습, 아직도 다 보여주지 않은 그의 축구 본능이 좀 더 살아날거라 기대합니다.

PS) 이번 토요일(7월 4일)에는 강릉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요즘 너무 잘 나가는 포항 스틸러스... ^.^
힘들 때 힘이 돼 줄 수는 없더라도, 잘 나갈 때 함께 기뻐해주는 기회마져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프로 1년차에게... 한 세대 앞선 프로 37년차의 위용을 함 보여줘야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