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1. 18:20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플레오프의 재미는 결국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팀,
그리고 얽히고 섥히는 오리무중의 경기양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포항팬인 저로서는 2007년에 포항이 저질렀던 만행 (^.^) 속에서
엄청스레 행복한 가을을 보낸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K-리그 상위권 팀들 입장에서는 입이 튀어나올 일이지만
아랫동네에서 치고 올라가는 팀 입장에서는 플레이오프가 아니면 챔피언십을 따먹을 방법이 없으니까요.
가령, 제가 사랑하는 포항 스틸러스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올 시즌에는 시즌 내내 1~3위 정도의 안정된 순위를 유지하기는 너무 힘들어 보입니다.
K-리그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벅차고... 여기에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까지 소화하기에는 너무 벅찹니다.
포항 스틸러스가 챔피언이 되는 방법은, 어떻게든 플레이오프까지 끌고 나가서
단기전에 승부를 거는 것 밖에는 없을겁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로는 전북이 천하무적으로 보입니다.
별다른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시즌내내 현재의 양상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전북 입장에서는 오히려 내부적으로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해야할 판이니까요.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기전에서의 승리 방정식은 무엇일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첫째는 골키퍼와 수비력입니다.
연중 펼쳐지는 리그에서는 승리를 많이 따내고 승점을 계속 벌어 가는것이 중요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실점을 하지 않으면서 1점 승부를 따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원정 경기에서 1점을 확보한 후 홈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능력이 필요하고
무승부에 연장, 그리고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승부에서 이기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북이 공수 양면에 걸쳐서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보이기는 하지만
골기퍼와 수비력에서는 오히려 성남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더구나 성남의 경우에는 신태용 감독만 초보고 ^_^
나머지 전 선수가 A-매치를 포함해서 큰 경기 경험들이 많으며
정성룡 골키퍼를 비롯해서 최종 수비라인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력이 좋습니다.
전북의 막강한 공격력을 상대할만 하고, 득점력이 좋은 모따 같은 공격수도 가지고 있지요.
2007년에 포항이 저지른... 일명 K-리그의 물을 흐리는 뒤집기 쇼가 가능했던 것도
결국은 황재원, 박원재, 최효진 같이 좋은 수비력을 가진 선수들과
뒷문을 든든하게 틀어 막은 정성룡 같은 골키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MVP는 따바레즈였지만... 팀의 우승을 일군 1등공신은 역시나 수비력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반대로... 당시 성남은 모든 것을 갖추었음에도 포항의 한 방을 저지해 줄 최후의 보루...
골키퍼에서 마지막 쓴물을 마셨던 거지요.
2008년의 경우에는... 플레이오프가 좀 싱거웠죠?
절대강자 수원이 모든 면에서 완벽했습니다.
특히, 이운재와 마토로 대변되는 수비라인은 다른 팀에게는 벽과 같은 존재였기에
이변이나 의외의 결과를 허락하지 않았지요.
일단, 이번 2009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상위권 팀들이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으로
리그 상위에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수비력도 좋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수비력 보다는 공격력이 포인트라는 말씀!)
그리고, 전북을 제외하고는 강팀들의 체면 구김이 아주 심합니다.
그것도 2008 시즌의 절대지존 수원이 두자릿수 순위표를 받아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이 말은...
전북이 계속 승승장구 전진한다는 전제 하에,
그리고 광주상무가 끝가지 1-2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라면...
(광주 상무에게는 미안하지만... K-리그와 컵 대회의 성적에 차이가 나는 것만 보더라며,
시즌 내내 현재의 K-리그 순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리그 막바지까지 엇비슷한 전력의 팀들이 물고 물리는 상황이 될 것이고
플레이오프에서는 2-6위 팀들 또한 서로 엇비슷한 전력으로 편성될 가능성이 크며
결국은 리그 순위와 관계 없이
탄탄한 골키퍼와 수비력, 그리고 1점을 제대로 넣을 수 있는 팀이 물을 흐려 놓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전북의 경우에도 수비쪽에 있어서는 K-리그 최강 수비라인은 아니기에
단기전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전북을 제외하고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 시즌 막판 강력한 우승후보로 올라설 팀으로
인천과 성남을 꼽고 싶습니다.
인천은 최소 실점의 팀이며 꾸준히 승점을 얻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단 1패 뿐입니다.
예전만 못한 상태이고 신태용 감독 부임 첫해이긴 하지만 성남 역시 여전히 탄탄한 선수진입니다.
나머지 중위권 팀들...
전남과 포항은 실점이 너무 많고, 서울은 기복이 심하고 팀웍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으며,
울산은 너무나 득점력이 가난합니다.
즉... 팀 전체 전력 중 어느 한 곳에 큰 구멍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지요.
여기에 몰려 있는 팀들은... 리그 순위가 문제가 아니라....
현재 나타난 구멍들을 얼마나 메워 나가느냐에 따라 챔피언의 가능성이 결정날 것 같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지금과 같이 전북의 독식으로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지는 않고
막판에...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과정에 크게 한 번 물이 흐려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 제도에 대한 강한 회의가 밀려오네요.
리그 순위에 따라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의 출전권이 주어지는 보완책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한 시즌의 꽃은 리그 챔피언쉽을 먹느냐 마느냐가 가장 큰 것인데
막판에 물 흐려지는 결과가 나온다면... 좀 거시기 할 것 같습니다.
2007년, 성남의 김학범 감독이 명언을 남겼습니다.
"불합리한 제도이긴 하지만, 그것까지 모두 극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챔피언이다."
멋진 말입니다만... 너무 가혹하고 불공정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군요.
특히... 2009 시즌의 전북 같이 멋진 경기를 보여주는 팀조차
맨 마지막 한 순간에 트로피를 넘겨주게 된다면... (비록 가정이고 소설이긴 하지만!)
그것은 전북의 팀 문제가 아니라, K-리그 전체의 쪽팔림이 될 수 있으니까요.
...
그러나...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To. 포항 스틸러스 & 세뇨르 파리아스...
이런 좋은 기회가 없잖아?
득점은 괜찮게 터져 주고 있으니, 실점만 좀 단속해 주면 막판에 한 번 저지를 수 있지 않겠어?
이번 주말 서울전... 분위기도 반전시키고, 얄밉게 포항만 골라서 패는 서울에 복수도 하고...
발동걸기 딱 좋은 경기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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