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화 감독? 홍명보 감독?
2007. 8. 3. 13:14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박성화
부산의 감독으로 새롭게 부임한 상태에서 '올림픽'이라는 대의명분으로 그동안 덕망을 쌓아온 지도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건 박성화 감독에게도 예의가 아니지만, 부산의 선수들과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만약 나의 팀 포항 스틸러스의 감독을 두고 이런일이 벌어졌다면, 아마 머리끝까지 열이 뻗쳤을 것이다.
국가대표팀의 눈에서는 일개 장군으로 보일지 몰라도, 프로팀 입장에서는 이순신을 보직변경한 것이나
마찬가지 처사다!
그리고, 박성화 감독의 지도 철학이나 스타일은 프로팀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팀 감독은 수십 경기 이상, 보통은 100경기 정도를 통해서 긴 시간동안 팀을 만들고 평가를 받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기껏해야 10여 경기를 통해서 평가를 받는다.
프로팀 감독이 10전 7승을 하면 훌륭한 감독이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승률은 상관없이 중요 대회의 몇 경기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어야한다.
이처럼 감독의 기본 철학과 스타일에 차이가 있는데...
개인적인 견해겠지만, 박성화 감독은 프로 지도자 또는 청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기에 더 적합한 쪽인 것 같다.
홍명보
우선, 써먹지만 말고 좀 아껴주자.
앞으로 지도자가 되건 행정가가 되건... 한국 축구에서 몇 안되는 소중한 보물이다.
좀 더 공부하고, 경험을 쌓고, 스스로를 단련한 시간을 왜 자꾸 뺏어가는지 모르겠다.
당장 감독이 되더라도 능력이 모자랄 사람은 분명 아니지만, 조금만 준비할 시간을 가지면
훨씬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굳이 올림픽팀의 급한 불을 끄는데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파리아스에 앞서 포항 스틸러스의 감독을 지냈던 최순호를 통해서 반성을 해 보자.
그 보다 더 일찍... 과거 울산 감독과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차범근을 보자.
귀중한 사람은 아껴써야 한다.
더 크게 성장할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한다.
물론... 일찍 지도자로 데뷔해서 승승장구 신화를 써 나가면 좋겠지만...
어린(?) 나이에 높은 곳에 올려 놓고 뒤흔들어서 더 큰 것을 잃는 실수를 할까봐 두렵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홍명보는 가장 실질적이고 유력한 대안이다.
그런데... 매끄럽게 하지 못하고 초장부터 너무 흔들어 버렸다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홍명보 문제는 축구협회가 며칠 갈팡질팡하면서 명분과 실리를 놓친 것 같다.
차라리... 베어벡이 사임 의사를 보이는 즉시
'한시적으로 올림픽팀까지는 코치 홍명보가 감독을 승계한다.
A 대표팀 감독은 따로 선임할 것이며, 그 때 홍명보는 A 대표팀의 수석 코치다.
고트비 코치는... 미안하게 됐수!' 라고
딱 못밖았으면, 홍명보에게 한시적인 기회를 줌과 동시에 명분도 살리고
설사 홍명보의 팀이 올림픽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홍명보의 명예는 어느 정도 지켜줄 수 있었을 것이며,
올림픽 이후로는 홍명보에게 또 다른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AFC의 추가징계 문제?
그런건 행정력으로 풀거나, 정 안되면 그 때가서 해결책을 찾아도 된다고 본다.
...
지금 상황은?
홍명보를 바보로 만들고, 박성화를 난처하게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올림픽 성적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해도 되는건가?
그리고.. 이렇게 하면, 정말 올림픽에서 성적이 나오긴 나오는건가?
그닥 이슈가 되지도 않았을 일이 너무 지저분해 진 것 같다.
개인적인 입장이지만...
올림픽은 그냥 1년 뒤에 치르면 된다.
하지만, '국가 대표팀'은 다르다. 2년, 3년, 그보다 더 미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의 상황...
그냥 올림픽을 치르자는 것인지, 진짜루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것인지 애매하다.
만약 그냥 치르자는 것이라면... 일을 너무 크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그것도, 그 동안 별다른 흠 없이 축구계의 신뢰를 받는 두 사람의 명예에 상처까지 주면서 말이다.
이제는 어떤 결정을 내리건 간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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