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는 왜 외국인 골키퍼가 없을까?
2007. 8. 8. 23:16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K리그에는 외국인 골키퍼가 없다.
발단은 당시 천안일화(현 성남)의 사리체프(신의손)!
구 소련 최고의 골키퍼였던 사리체프를 골문에 세운 일화는 가뜩이나 강한 전력에다가
마지막에 큼직한 빗장 하나를 더 질러버렸고, 3년 연속 우승을 일구어낸다.
(물론... 고정운, 이상윤, 신태용 같은 멋진 선수들이 있었다.)
86년부터 몇 차례 월드컵을 경험하면서, 해외의 강팀들과 직접 부딪치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리고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의 선진 리그 경기가 중계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골키퍼가 팀 승리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국내에서 내놔라하는 골키퍼라야 1-2명이면 카운트 끝!
가꾸고 기르지 않았으니 쓸만한 실력을 갖춘 골키퍼가 당장 몇 명이나 되었겠는가?
(당시에도 이운재와 김병지였다. 참 오래도록 잘도 뛴다 ^^)
급기야 각 프로팀들은 하나 둘 외국인 골키퍼를 영입하기 시작하고
국내 골키퍼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그렇게 가다가는 국내에서 훌륭한 골키퍼가 성장할 토대 자체가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골키퍼 포지션만큼은 외국인 선수를 기용할 수 없도록 만들게 되었다.
....
지난 아시안컵에서 우리는 '득점력 부족'이라는 딱지를 하나 달게 됐다.
내 생각에 우리의 득점력이 그 정도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아시안컵에 국한된 문제라고 보인다.
하지만... K 리그로 눈을 돌려 보면... 과거 외국인 골키퍼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최고의 우승 제조 스트라이커는 샤샤였으며, 지금은 성남의 모따가 그 위치에 근접한 것 같다.
그리고 각 팀의 최전방은 너 나 할것 없이 외국 선수들이 주력을 이루고 있으며
득점왕과 도움왕에 오를 한국 선수는 점점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도 있었지만 김현석, 우성용, 박건하 같은 선수들이
각 팀의 핵심 득점원으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용병 스트라이커라고 해 봐야 포항의 라데 정도가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되는 스타였을 뿐이었다.
훌륭한 선수들은 계속 배출되었다.
이동국, 안정환, 설기현, 조재진, 박주영...
하지만... 그 후 톱 클래스 공격수들은 하나 둘 기회만 되면 해외로 떠나기 시작했고
어느 틈엔가 각 팀의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외국인 선수들이 하나 둘 차지하게 된다.
스트라이커 또한 골키퍼 못지 않게 특수한 포지션이다.
역시나... 우리가 정성컷 키우고 가꾸지 못한 탓에 각 프로팀에서 상대를 찍어 누를만한
탁월한 득점력을 갖춘 선수는 몇 명 되지 않는다.
10년전... 우리가 외국인 골키퍼를 더 이상 허락할 수 없었던 상황과 같은 일이
지금은 최전방 공격수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K 리그에서 제대로 된 유망주 스트라이커들이 기회를 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외국인 스트라이커 출전 제한 규정 따위의 유치한 규제을 원하지 않는다.
각 팀들이... 당장 팀에 보탬이 된다는 이유로 외국인 스트라이커에 투자하는 막대한 돈의 일부를
정책적으로라도 우리 나라의 유망한 어린 선수들에게 투자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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