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감독과 명 코치의 차이?

2007. 7. 14. 16:21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핌 베어벡이 매우 유능한 코치였던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히딩크와 함께 2002년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으며, 제 주변에 그를 가까이에서 본 사람들 또한
한결 같이 그의 코칭 능력을 높게 평가하니까요.

이번 아시안컵에서 나서면서도, 그리 넉넉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그는 무척 준비를 잘 한 것 같습니다.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김남일이 빠졌으며 이동국과 이천수가 정상가동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사우디를 상대로 좋은 내용의 경기를 펼친 것은
선수들이 잘 뛰어준 것도 있겠지만 핌 베어벡 감독이 참 준비를 잘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비에서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주요 선수들의 손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지션별 선수 구성이라든가 전술적인 조직력 등에서는
그다지 흠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우디와의 경기를 패하지 않고 승점 1점을 챙겨 둔 것으로도 첫 경기였다는 점에서는 크게 실망할 것이 없겠지요. 더구나, 우리가 속한 D조에서 가장 강한 상대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경기를 하기 전까지의 준비는 정말 잘 했을지 몰라도, 경기중의 상황 상황에 따른 변화에 대처하고,
적절한 포인트에서 과감하고 정확한 결단을 내리는 면에서는 아쉽습니다.

물론,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 어이 없는 실점이 나오는 바람에 감독으로서 선택할 전술적인 카드를 박탈당한 측면도 있긴합니다만...

1대0 리드 상황에서 몸 풀던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인 것은 결국 너무 빠른 판단이었습니다.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보다 큰 집중력과 자신감을 넣어주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경기중의 돌발 상황(돌발 실점)에서 한 템포 늦게 대처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조재진을 선발투입 하고 나중에 이동국과 교체했는데...
전술적인 변화라든가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고 1대1 선수 교체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좀 더 빨리 교체했거나, 조재진-이동국 투톱으로의 변화라든가,
이동국이 아닌 우성용을 투입하면서 포스트를 이용한 득점 루트의 변화 등...
기필고 승부를 내기 위한 적극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선택은 감독의 몫입니다.
그리고, 위에 말한 것과 같은 적극적인 결정이나 승부수는 항상 '모험'을 포함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이 아닐 경우에는 오히려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결국은... 경기의 중요한 순간에 승부수를 던질 줄도 알고,
또한 그 승부수가 맞아 떨어질 수 있는 정확한 판단력이 함께 요구되겠지요.

참 어려운 일이긴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승부사의 기질도 있으면서, 승부수를 정확하게 둘 수 있는 명 감독은 드문 것이겠지요.
회사에서 아무리 유능하게 일 잘하는 사람이라도, 직원으로서 일을 잘하는 능력과
사장이나 의사결정자로서의 능력은 완전히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그를 나무라거나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가진 캐릭터와 어울리는 능력, 장점과 단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핌 베어벡...
명 코치라는 점에서는 많은 증명을 했지만, 명 감독으로서는 한계가 있는 것일까요?

핌 베어벡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축구판을 들여다 보면서,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 중에 하나...
 
축구팀 감독이나 회사의 사장은 완전히 다른 세계, 다른 능력으로 평가된다는 점!
흔히 우리가 잘한다 못한다 하고 떠드는 기준들과 구별되는
그들만의 색깔과 철학, 의지와 추진력, 열정, 자신감, 자기와 주변인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
과감하지만 정확한 직감적 판단능력...

핌 베어벡...
과정보다는 시작과 끝만 가지고 평가를 할 수 밖에 없긴 하지만....
굳이 구분을 해 보자면, 명 감독 보다는 명 코치 쪽이 아닐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