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준비 된건가?

2007. 7. 6. 12:23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두 차례의 평가전은 결과와 내용 모두 긍정적이다.
홈에서 치른 평가전이긴 하지만, 아시안컵 본선에 오른 팀을 상대로 우리가 그들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부각시키기에는 충분했다고 본다.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의 공백은?

이 선수들이 있었다면 아주 좋았을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나타난 상황으로 볼 때 최소한 이들이 없다고 해서 팀 전력이 약해졌거나, 이들의 빈 자리가 팀의 아킬레스건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우리도 그만큼 두터운 선수층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이며, K리그도 이제는 그러한 좋은 선수들을 꾸준히 생산해 낼 수 있는 터전을 갖추어 가는 모양이다.

물론 걱정은 있다.
4강 이후에는 실력은 물론이고 풍부한 경험과 명성을 가진 EPL의 선수들의 공백이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아시아라는 작은 무대라 하더라도, 4강권에 들어가는 팀들은 월드컵 출전 경험은 물론이고 유럽의 클럽을 경험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한 팀들이란 점을 인정해야한다.
그런 강한 팀들만이 아니라, 중간중간 유난히 풀리지 않는 경기가 있을 수도 있으며, 우리의 뜻과 다르게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역시나... 이럴 때는 경험과 자신감, 노련함, 여우같은 간교함까지 갖춘 선수들이 큰 힘이 된다.

현재 선수들이 그런 위기 돌파 능력을 보여주기를 바랄뿐이다.
잘하면서 이기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축구란 경기는 상대보다 못하면서도 이길 줄 알아야만 챔피언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옛날처럼 주력 3인방이 빠졌다고 해서 차포 떼고 나서는 격은 절대 아니라는 것!
다른 팀에도 현재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선수들을 능가할 선수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공격, 좋아!

역시 이동국이 키맨이다.
골을 넣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움직임에서 파생되는 공격 효과가 매우 높다는 점!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예전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여유있는 플레이, 자신감이 넘치고 넓어진 시야와 타이밍 포착, 그리고 동료 공격수들을 리드하는 모습 등은 현재 대표팀에서 단연 최고다.
제대로 물이 오른 상태라고나 할까?

조재진과 우성용도 이동국과 구별되는 역할 분담이 되어 보인다.
우성용은 상대에 따라 감독이 요긴하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이며, 조재진은 이동국의 백업은 물론이고 상대에 따라 이동국과 번갈아 원톱을 맡을 수도 있다.

최전방 공격진은 아시안컵 출전국가 중에서 거의 최상급의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동국은 고깃국 잘먹고, 맛사지 잘 받고, 술과 여자와 담배를 멀리하며, 잠을 잘 때도 모로 눕지 않고, 화장실에서 똥 눌 때도 무릎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덥다고 에어컨 이빠이 틀고 자다가 감기에 걸리지 않는... 세심하고 철저하게 컨디션 만땅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

미드필드의 주인, 식사마

김남일 긴장해라.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어떨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김상식이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수비력, 기동력, 패싱력, 활동 나와바리...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거의... 공이 가는 곳에 식사마가 보이고, 현 대표팀 선수중에서 카메라에 가장 많이 잡히는 선수다.
중앙 수비수를 볼 때 가끔 욕을 먹어야 했던 '결정적인' 실책에서 자유롭기 때문일까?
아니면, 상무에서 따까리로 부리던 이동국이 다시 들어와서 그런가?
하여간... 팀에서 원래 뛰는 포지션을 맡은 지금은 완전 물만난 고기요 나이트 클럽에 간 이휘재 모습이다.

손대호, 이호, 오장은까지... 식사마 + 1의 조합도 괜찮고, 설사 김상식이 뛸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백업은 든든한 것 같다.

이천수보다 1센티 모자라는 최성국

굳이 비교를 하자면, 최성국의 오른쪽이 다소 쳐진다.
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기량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최성국의 경우 중앙으로 파고드는 플레이 보다는 측면의 열린 공간에서 플레이 하려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이천수와 차이가 있다.
크로스와 돌파의 빈도는 높지만 골로 연결시키는 찬스 메이킹이라든가 본인이 직접 득점하는 경우가 당연히 이천수보다 적을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비해 중앙에서의 플레이가 더 많긴 하지만 좀 더 늘였으면 좋겠다.

발 빠르고 돌파 좋고 크로스 좋으면 되는데 왜 그렇냐고?
그것만 막으면 되니까!
이천수는 측면 봉쇄에 중앙 침투까지 막아야하지만, 최성국의 경우는 측면의 공간을 선점하고 바깥쪽으로 밀어 내기만 하면 거의 봉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성국이 봉쇄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앙의 미드필더와 아래의 오범석이 상황에 맞게 적절한 역할을 하면서 최성국이 맘껏 공간을 차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라크전에서 본 바와 같이 오범석에게서 기가막힌 찬스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최성국 하나만 놓고 볼 때는 장점만큼 단점도 가진 선수겠지만, 다른 선수들과의 조합에서 볼 때는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최성국의 장점이 잘 나타날 수 있는 지원태세도 준비된 듯!

하지만... 키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T.T
그의 유니폼을 교복 제작업체에 특별 주문해서 다리가 길어 보이는 디자인을 채용하면 문제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부쩍 커버린 오범석

잘생긴 놈이 축구까지 잘하는 건 반칙이다 ^^
안정환처럼 와이프까지 미인이면 용서가 안된다.
이건 뭐... 인간성이 후지거나 성 기능에 문제라도 있어야 못생긴 선수에게 위안이 될라나?

오범석의 장점은 나이와 경험에 비해서 매우 침착하고 여유있는 플레이를 한다는 점이다.
의미 없는 움직임이나 패스가 거의 없는... 오버하지 않고, 아주 절제된 역할 수행.
반면에 너무 착실해서 모험적인 플레이가 없다는 것이 단점.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점차 모험을 걸어야 할 상황에서 과감해 지는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그런면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봐 왔던 여러 윙백들과 다른 스타일의 선수라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빠르게 돌파하고 부지런히 아래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로 움직이는 차분한 스타일, 돌파력과 슈팅력까지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된 타이밍이 아니라면 끝까지 칼을 감추는 스타일인 듯!

그리고, 잘 생긴 놈이 하나는 있어야 팀의 가오도 살아나는 법!
대회에 들어가기 전에 헤어 스타일에 돈 좀 쓸 것을 권한다.

조우커는 누구?

다시 말해서, 경기가 어렵게 흘러갈 때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믿을만한' 칼 하나는 감독이 쥐고 있어야 한다.
선발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면 좋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명 쯤은... 선발에서 빼고 뒤에 감춰두는 카드가 필요한데...

김두현이나 이근호가 아닐까?
현재 컨디션이 더디게 올라오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20여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면서 무엇인가를 이끌어 낼 선수로는 김두현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컨디션이 만땅으로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발로 출장시켜서 힘을 소진시키기 보다는 뒤에 남겨 놓는게 더 쓸모가 있을 것 같다.

김두현만큼 다용도 카드는 아니지만 이근호도 좋은 역할을 할만하다.
경험과 관록, 파워면에서 아직 풀 타임용 선발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무엇보다도 이근호에게서는 에너지가 넘친다.
지치고 끌려가는 경기도 그가 들어가면 활기가 넘쳐나고 공격 템포가 빨라진다.
거기에다가... 이 선수는 정말로 축구를 즐기는 것 같다.
그에게 관중이 꽉찬 어웨이 경기는 또 다른 호기심의 장소일 뿐이며, 상대편 선수가 마테라치라 하더라도 당구장에서 만난 동네 형쯤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놈도 쫌 생겼어!)

달리고 또 달리고, 수비가 잡아 당겨도 달리고, 깊은 태클에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던 차두리의 추억!
즐기고 몰입하는 선수를 누가 당하겠는가?

딱 하나, 걱정은 중앙 수비!

김영광이 이번 대표팀에 끼지 못한 이유 중 하나에 대해서는 김진규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킥력 좋고 몸싸움에 능하며, 때로는 공격에 가담해 득점도 하고, 1대1 마크 잘하고,
힘과 체력은 타고난 장사에 통뼈지만...
가끔씩 김진규는 수비수에게 어울리지 않는 실책이나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전방으로의 패스 타이밍을 놓치거나, 빠르게 돌진하는 선수를 순간적으로 놓친다거나...

이런 실수가 발생했을 때, 그것은 곧바로 우리팀에게 '어이 없는' 위기를 가져다 주게 되는데...
바로 이런 어이 없는 상황에 대한 예측과 대처에서 김영광은 약점을 노출했다.
완벽하게 골로 연결되는 것까지 막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더라도, 그것보다는 '어이 없는' 위기 상황을 확실하게 보완해 줄 수 있는 골키퍼가 팀에 더 많은 신뢰를 가져다 준다.

단적으로... 지난 이라크나 우즈벡과의 평가전에서도 어이 없는 위기가 있었지만 김용대와 이운재는 실점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막아냈다.
이운재가 페널티킥을 막아내지 못한 것은 결코 흠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비가 무너지는 순간에 마지막 커버가 필요할 때 단 한번이라도 잘못 반응한다면 큰 흠이 될 것이다.

김진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중에 결점이 없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될까...
또한 더이상 예전처럼 후방에 든든한 스위퍼를 두지 않는 팀 전략을 사용할 때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그것을 커버할 수 있는 방안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
특히, 좋은 공격력을 가진 팀을 만난다면 이 부분은 더 두드러진다는 점!

골키퍼를 이운재나 김용대로 택한 것도 하나의 메이크 업이 되지만, 아직 제대로 된 김진규의 짝을 찾아내지 못한 채 인도네시아로 떠난 것은 하나의 구멍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런 구멍에 의해 허망한 실점이 나온다면...
잠시 경기를 중단하고 엎드려 뻣쳐 한 상태에서 감독에게 궁댕이 몇 대 맞고 분위기 추스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쩝!

....

우승할 수 있을까?

전력상으로는 분명히 우승후보이다.
안방에서의 평가전이라고 하지만, 이라크와 우즈벡을 경기력으로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팀이라면 충분한 우승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정말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우승이란 것은 운도 따라줘야 하고 대회를 치르는 동안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변수와 위기를 돌파하는 역량도 필요하지만...

위에 언급한 중앙 수비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가진 상태이기에, 자신있게 우승을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지금까지 각종 축구 대회에서 나타난 결과는...
아무리 출중한 공격력과 기술, 체력, 전술을 갖춘 팀이라 하더라도 수비에 구멍을 가진 팀이 우승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는 점!

부디... 아시안 컵의 경기에서 그런 구멍이 나타나지 않기를...
그리고, 그런 구멍이 나타나더라도 잘 메우고 나아가기를 바랄뿐이다.

제발... 우승 좀 하자.
나의 팀 포항 스틸러스도, 우리 대표팀도... 어느 대회건 간에 '우승'이란 것을 맛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나... 우승에 너무 배고프다...

제발!

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