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기권승, 한국 프로축구의 현주소인가?
2006. 7. 18. 19:56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삼성하우젠컴 포항:제주의 포항경기가
포항의 기권승이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당초 7월 16일로 예정된 경기가
경북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시위로 인해 17일로 연기되었고
17일 당일에도 경기장 사용이 여의치 않자
포항의 송라구장으로 경기장을 급하게 변경하면서
오후 7시로 예정된 경기시간 또한 2 시간을 앞당겨 오후 5시에 열리고 결정하자
제주 측에서 선수단을 철수하였고...
연맹은 자체 규정에 의거하여 포항의 기권승으로 처리하였다고 한다.
(관련기사 보기)
먼저...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포항 경기장의 위치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포항 축구장은 포스코 본사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포스코 본사와 연결된 북측, 또는 남측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만약 시위대가 양쪽 진출입로를 모두 막았다면
경기장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양 구단과 프로연맹은
이런저런 상황이 문제 속에서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를 의지가 있었는지 묻고싶다.
(내가 사랑하는 포항 구단이지만 이런 비난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맹의 경기 개최안을 거부한 제주측에 귀책 사유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제주측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17일 오후 5시에 경기를 하기로 결정된 송라 구장은 포항 스틸러스의
클럽 하우스가 있는 연습 경기장을 말한다.
(최소한... 작년 여름 내가 송라를 찾았던 이후로 그럴싸한 경기장이
그 사이에 새로 생기지 않았다면 말이다.)
만약 당신의 팀에게...
관중석과 선수단 라커를 비롯한 아무 시설이 없는
홈 팀의 클럽 하우스가 있는 연습구장에서 어웨이 경기를 치르라고 한다면
흔쾌히 경기를 치르겠는가?
물론 홈 팀이 경기 개최권을 가지는 것이 명확한 사실이고
서로 합의된 일정하에서 경기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서
연맹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또는 연맹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경기 장소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본다면
제주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고 기분 개판일지라도 경기 자체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마 그런 기준에서 연맹은 기권패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서 느끼는 나의 감정은...
포항이나 제주나 연맹이나... 삼성하우젠컵 한 경기쯤은 서로들
껌딱지 정도로 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첫째, 아무리 관중 없이 파리 날리는 대한민국 프로축구라지만
도대체가 관중에 대한 배려를 찾아 볼 수 없다.
경기 일정과 경기 장소를 후다닥 바꾸고,
경기 당일에 경기 장소와 시간을 한 번 더 뒤집어 주는 행위는
관중 따위는 가볍게 씹어 제끼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둘째, 송라 구장에서 공식적인 프로 경기를 하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연맹에는 최소한의 경기장 규정이 있을 터!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예정된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 하더라도
공식적인 경기를 위한 시설이라고는
잘 정돈된 천연잔디 구장이 전부나 마찬가지인 일개 프로팀의 연습구장에서
한국 프로리그의 공식 타이틀이 걸린 경기를 열겠다는 결정은 좀 심하다.
셋째, 과연 경기 당사자인 양팀과 연맹은
제대로 경기를 치르겠다는 공동의 목적의식과 직업의식은 있었는가 묻고싶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이유를 묻고 넘어간다고 했을 때...
그렇게라도 경기를 열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면
제주가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열불 내면서 '흥!' 하고 돌아서는
결과는 만들지 말았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가령... 애초부터 제주가 난색을 표명했다면 제주에서 납득할 수 있는
제2, 제3의 안은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아예 다른날로 연기하는 것을 포함해서!)
그것도 안되는 상황이었다면, 어떻게든 제주 유나이티드를 송라 구장까지
세울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그냥 대충 하자!"
"관둬, 까짓거... 나 안해!"
그들 모두에게 있어서 하우젠컵 포항:제주의 포항경기는
'대충' 또는 '까짓거' 수준의 정도로 밖에는 취급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
제발 부탁한다.
흑자운영 당분간 못해도 좋고 제대로 된 승강급제 못해도 봐 줄 수 있다.
졸라게 골 터지지 않고 태권도가 난무하는 전투 축구를 해도 봐 줄 수 있다.
관중이 단 한명도 없어서 경기를 못하겠다면
나와 내 친구들이 달려가서 몇 명의 관중이라도 되어줄 수 있다.
그러나...
축구를 모독하지는 말아주기 바란다.
선수들이 갈고 닦은 몸으로 뼈와 살을 부딪쳐가면서
맹렬하게 공을 놓고 승부를 가르는 축구경기.
그리고, 아무리 그 수가 적다고 할지라도
그들과 그 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서포터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있는 모습과 그에 걸맞는 품위를 보여야 하는 '프로' 축구경기.
나는 오늘 축구 팬으로서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팀이 관여된 경기라서 그 모욕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러지 말자...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 축구팬들에게 자꾸만 더 잃을 것을 만들고
더 내줄 것도 없는데 또 하나 뺏어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경기를 하라!
비공식적으로라도...
양쪽 구단과 프로연맹 제끼고라도
다음주에 양팀 주장의 인솔하에 서로 만나서
미리 팬들에게 경기일정 알리고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제대로 진심어린 사과 하고
우리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라도
당당하고 용감하게, 마음껏 힘차게 공을 차란말이닷!
초등학교 경기장 임대료?
그거 내가 내 줄 수 있단 말이닷!
포항의 기권승이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당초 7월 16일로 예정된 경기가
경북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시위로 인해 17일로 연기되었고
17일 당일에도 경기장 사용이 여의치 않자
포항의 송라구장으로 경기장을 급하게 변경하면서
오후 7시로 예정된 경기시간 또한 2 시간을 앞당겨 오후 5시에 열리고 결정하자
제주 측에서 선수단을 철수하였고...
연맹은 자체 규정에 의거하여 포항의 기권승으로 처리하였다고 한다.
(관련기사 보기)
먼저...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포항 경기장의 위치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포항 축구장은 포스코 본사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포스코 본사와 연결된 북측, 또는 남측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만약 시위대가 양쪽 진출입로를 모두 막았다면
경기장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양 구단과 프로연맹은
이런저런 상황이 문제 속에서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를 의지가 있었는지 묻고싶다.
(내가 사랑하는 포항 구단이지만 이런 비난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맹의 경기 개최안을 거부한 제주측에 귀책 사유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제주측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17일 오후 5시에 경기를 하기로 결정된 송라 구장은 포항 스틸러스의
클럽 하우스가 있는 연습 경기장을 말한다.
(최소한... 작년 여름 내가 송라를 찾았던 이후로 그럴싸한 경기장이
그 사이에 새로 생기지 않았다면 말이다.)
만약 당신의 팀에게...
관중석과 선수단 라커를 비롯한 아무 시설이 없는
홈 팀의 클럽 하우스가 있는 연습구장에서 어웨이 경기를 치르라고 한다면
흔쾌히 경기를 치르겠는가?
물론 홈 팀이 경기 개최권을 가지는 것이 명확한 사실이고
서로 합의된 일정하에서 경기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서
연맹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또는 연맹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경기 장소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본다면
제주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고 기분 개판일지라도 경기 자체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마 그런 기준에서 연맹은 기권패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서 느끼는 나의 감정은...
포항이나 제주나 연맹이나... 삼성하우젠컵 한 경기쯤은 서로들
껌딱지 정도로 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첫째, 아무리 관중 없이 파리 날리는 대한민국 프로축구라지만
도대체가 관중에 대한 배려를 찾아 볼 수 없다.
경기 일정과 경기 장소를 후다닥 바꾸고,
경기 당일에 경기 장소와 시간을 한 번 더 뒤집어 주는 행위는
관중 따위는 가볍게 씹어 제끼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둘째, 송라 구장에서 공식적인 프로 경기를 하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연맹에는 최소한의 경기장 규정이 있을 터!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예정된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 하더라도
공식적인 경기를 위한 시설이라고는
잘 정돈된 천연잔디 구장이 전부나 마찬가지인 일개 프로팀의 연습구장에서
한국 프로리그의 공식 타이틀이 걸린 경기를 열겠다는 결정은 좀 심하다.
셋째, 과연 경기 당사자인 양팀과 연맹은
제대로 경기를 치르겠다는 공동의 목적의식과 직업의식은 있었는가 묻고싶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이유를 묻고 넘어간다고 했을 때...
그렇게라도 경기를 열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면
제주가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열불 내면서 '흥!' 하고 돌아서는
결과는 만들지 말았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가령... 애초부터 제주가 난색을 표명했다면 제주에서 납득할 수 있는
제2, 제3의 안은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아예 다른날로 연기하는 것을 포함해서!)
그것도 안되는 상황이었다면, 어떻게든 제주 유나이티드를 송라 구장까지
세울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그냥 대충 하자!"
"관둬, 까짓거... 나 안해!"
그들 모두에게 있어서 하우젠컵 포항:제주의 포항경기는
'대충' 또는 '까짓거' 수준의 정도로 밖에는 취급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
제발 부탁한다.
흑자운영 당분간 못해도 좋고 제대로 된 승강급제 못해도 봐 줄 수 있다.
졸라게 골 터지지 않고 태권도가 난무하는 전투 축구를 해도 봐 줄 수 있다.
관중이 단 한명도 없어서 경기를 못하겠다면
나와 내 친구들이 달려가서 몇 명의 관중이라도 되어줄 수 있다.
그러나...
축구를 모독하지는 말아주기 바란다.
선수들이 갈고 닦은 몸으로 뼈와 살을 부딪쳐가면서
맹렬하게 공을 놓고 승부를 가르는 축구경기.
그리고, 아무리 그 수가 적다고 할지라도
그들과 그 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서포터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있는 모습과 그에 걸맞는 품위를 보여야 하는 '프로' 축구경기.
나는 오늘 축구 팬으로서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팀이 관여된 경기라서 그 모욕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러지 말자...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 축구팬들에게 자꾸만 더 잃을 것을 만들고
더 내줄 것도 없는데 또 하나 뺏어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경기를 하라!
비공식적으로라도...
양쪽 구단과 프로연맹 제끼고라도
다음주에 양팀 주장의 인솔하에 서로 만나서
미리 팬들에게 경기일정 알리고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제대로 진심어린 사과 하고
우리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라도
당당하고 용감하게, 마음껏 힘차게 공을 차란말이닷!
초등학교 경기장 임대료?
그거 내가 내 줄 수 있단 말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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