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포항(1:2)울산- 질 경기가 따로있지!

2021. 9. 24. 16:12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직관), 포항(1:2)울산 2021.09.21(화), K리그1 Round 31


꼭 이겼으면 했던 경기를 지고말았다. 중간에 AFC 챔피언스리그 세레소오사카전 승리가 있긴했지만 K리그1에서는 대구전에 이어 2연패. 게다가 두 경기 모두 홈 경기였다. 대구와는 한창 순위 경쟁 중이었고 울산은 무조건 이겨야하는 대상인데 두 경기를 모두 내주고 말았다. 남은 리그 일정과 순위 싸움이 매우 험난할 것 같다.


경기력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언제나처럼 나오지 말아야할 수비 실수가 또 나왔고 지독하게 골을 못 만드는 공격진의 답답함이 반복되는게 문제!

상대의 실책에 따른 결정적인 득점 찬스는 날려버리고, 상대의 평범한 슛은 알까기를 하는데 어떻게 경기를 이길 수 있겠나!

골 못넣는 100가지 패턴을 연구하는 것도 아닐텐데... 쩝!

아빠의 17번은 박태하, 아들의 17번은 신광훈

축구팬은 이게 참 지랄맞다. 간만에 아들램과 함께한 스틸야드 직관이었는데... 이 경기 하나로 2021년 추석은 우울 엔딩이 돼 버렸네... ㅜ.ㅜ

조성훈보다 아쉬웠던 건 고참들!

K리그에 첫 출전한 조성훈의 실수가 뼈아팠다. 특히 첫 번째 실점 장면은 너무나 아쉽다. 멋진 선방으로 상대 슛을 무력화한 후에 바로 이어진 코너킥에서 실수를 하고말았다. 경기 초반의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한 껏 올릴 수 있는 찬스에서 오히려 실점을 하고 말았다.

아쉬운 것은 동료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첫 번 째, 두 번 째 실점 모두 조성훈의 실수가 컸지만 동료 선수들이 함께 고개를 떨구는 모습은 포항답지 못했다. 특히, 페널티킥이 선언된 두 번 째 실점 장면을 지적하고싶다.

왜 아무도 격렬하게 항의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한 명쯤 경고를 받더라도 심판에게 매우 강하게 어필했어야했다. 그래야 조성훈도 기가 죽지 않았을테고 동료 선수들과 팬들도 에너지를 이어갈 수 있는거다. 설사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를 결장하는 한이 있어도 그 타이밍에서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팀 분위기가 쳐지지 않도록 대들었어야했다.

오히려 포항 팬들은 축구를 즐길 줄 아는 모습이었다. 포항 서포터스 바로 앞에서 실수가 있었는데, 실점 후에 오히려 팬들이 박수치며 조성훈을 격려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 후에 조성훈이 고개 떨군 채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팬들은 격려를 잊지 않았다.

선수들과 팬들이 하이 파이브를 할 수 있을만큼 가깝기 때문에 경기 내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스틸야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포항 특유의 소통 방식이다.

조성훈에게는 3년만에 찾아온 갚진 데뷔전이다. 다음 경기에도 강현무를 대신해 나서야할 수도 있고 남은 시즌 동안 몇 번의 기회가 더 찾아올 수도 있다. 부디 당당하고 용감하게 맞서기 바란다. 2번 골키퍼의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거다. 비록 실수가 있긴했지만 킥력도 좋았고 길게 뽑아주는 롱 패스나 바로 빌드업으로 연결하는 모습은 좋았다.

실망하거나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 번에 4명을 교체하다

스코어가 0:2로 벌어진 후반 15분경, 벤치가 갑자기 분주해 지더니 무려 4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수비와 미들의 핵심인 신진호와 권완규가 한꺼번에 빠졌다. 그리고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김륜성까지 교체투입했다. 촘촘한 미드필드와 빌드업은 포기하고 롱볼 위주, 스피드와 활동량 위주의 직선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부 효과가 있었고 득점도 만들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동점골을 넣고 역전까지 이끌어 내기에는 우리의 실력이 모자랐다. 과감함과 자신감, 그리도 디테일이 부족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상대 선수의 퇴장으로 인해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음에도 완전히 압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홈 분위기를 등에 업고 따라붙는 상황이었고 숫자도 하나 더 많았다. 그랜트의 득점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상황에서는 임자없는 공이 우리에게 올 가능성이 크다.

세컨볼 찬스가 더 많아 질 것을 예상하고 좀 더 과감하고 자신있게 몰아 부쳤어야했다. 김기동 감독이 어린 선수들을 대거 투입할 때는 그런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크로스도 올리고 슛도 아끼지 말았어야했다.

이런 부분에서 고참 선수들의 역할, 특히 주장 강상우의 역할이 아쉽다. 악을 쓰면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게다가... 경기초반 엄청난 파이팅을 보여주었던 조성훈도 두 번의 실책성 실점 이후에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서로서로 좀 더 용맹하게 투지를 올렸으면 어땠을까싶다. 라이벌과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는 너무 순하기만 했다...

주심은... 뭐랄까... 이런 십원?

경기를 맺고 끝는 것에 미숙했고 판정이 단호하지 못했다. 축구 경기는 반칙 상황이  애매할 때가 많다. 이럴 때는 심판의 판단에 따라 A가 될수도 있고 B가 될 수도 있는데... 포항이 두 골을 실점할 때까지는 울산에게 유리했고, 그 이후에는 마치 보상이라도 하듯이 포항에게 유리하게 운영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는지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경우 모두 미숙한 운영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어찌보면 스틸야드라는 특수한 장소였기 때문에 심판이 휘둘렸을지모 모른다. 비록 육성 응원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두 번째 실점 이후 관중석의 분위기가 심판에게, 그리고 반칙을 하거나 시간을 지연하는 울산 선수들에게 매우 위협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포항의  페널티킥 반칙과 원두재의 퇴장은 실수와 보상의 장난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주심의 운영이 미숙하긴 했지만... 주심의 운영을 탓해 뭘 하겠나! 그런 분위기를 타고 맹렬하게 상대를 몰아부치지 못한 우리 스스로를 탓할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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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스플릿에서 경쟁할 상대들, 우리와 한창 순위 싸움을 하는 모든 팀들이 승리를 챙겼다. 우리만 빼고 다 이겼다. 순위는 떨어졌고 상위 팀들과의 승점차는 눈에 띄게 벌어졌다. 게다가 우리는 동해안 더비의 후유증과도 싸워야한다.

10월 A매치 휴식기까지 치러야할 세 경기(제주/강원/광주)가 아주 절실해졌다. 연승으로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현재의 순위에서 더 올라가기는 힘들 것같다.

순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 내년에도 아챔 무대에 다시 서기 위해서, 더 좋은 팀을 완성하고 남은 시즌을 더 멋지게 달리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당분간  좀 미쳐야하지 않을까?

홈에서 울산에게 깨진게 보통 일이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만회해야 한다.
위로 따위를 받을 생각은 바라지도 말아라. 이 갈면서 뛰어야되는 상황이란 말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