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3. 16:55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전북(0:1)포항, 2021.09.01(수), K리그1 Round 20
이기고자하는 의지가 강하고, 이겨야할 이유와 동기가 있고, 그래서 한 발 더 뛰고! 포항다운 모습, 포항다운 끈끈함이 보이는 경기였다.
사실 수원FC전(8/15)부터 팀의 전체적인 균형과 스피드, 간격 등이 어느정도 안정화된 느낌을 받았다. 비록 수비 실수가 반복되는 바람에 경기를 우리 스스로 어렵게 만들기는 했지만 퇴장과 종료직전 페널티킥의 위기가 있었던 서울전에서도 끝내 승점 1점씩은 챙기는 근성을 보여줬다.
전북과의 어웨이 경기에서 2대0의 완패를 당한 후, 수원과의 홈 경기에서도 자칫 패배(연패)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끝내 승점 1점은 지켰다.
타쉬의 침묵, 그리고 송민규의 이적으로 인해 아직 득점력에서는 문제가 있지만, 지금처럼 팀의 단단함만 유지된다면 어떻게든 이겨내면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조만간 좀 더 많은 골이 터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원에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특히 전북처럼 전 포지션에 걸쳐 안정화 되어있는 좋은 팀과 상대할 때는 더욱 중요하다. 중원에서 밀리면 경기 전체를 내주게 되고 상대는 전후좌우 가릴 것 없이 마음껏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우리의 축구는 아예 해보지도 못한 채 공만 따라다니는 경기를 하게 되겠지...
포항이 잘 나갈때는 항상 중원에서 물러섬 없이 적극적으로 부딪치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높은 곳에서 즉시 압박하고, 나머지 선수들도 빠르게 이동하면서 세컨볼을 먼저 잡아냈다. 반칙을 내줄지언정 사람을 놓치거나 놓친 공격수 뒤를 쫄쫄 따라다니는 짓은 하지 않았다. 전진하지 못하고 쩔쩔매다가 뒤로 공 돌리는게 아니라, 백패스 후에는 바로 더 깊숙히 전진하거나 크게 벌여주는 패스가 나왔다. 상대에게 공 뺏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있게 개인기도 부리고 몸도 부딪치면서 축구했다. 반칙이나 경고를 두려워하지 않고 몸과 몸을 부딪치는 공격적인 수비를 펼쳤다.
아직 좋을 때의 우리 모습은 아니지만, 전북과의 경기에서 그런 포항의 스타일을 볼 수 있었다. 8월부터 조금씩 안정화된 모습, 더욱 끈끈한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는 느낌이다. 선수들은 힘들어 죽겠지만... 딱 한 경기만 더 하고 휴식기에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같다.
오범석과 전민광의 반전
둘이 선발로 출전하면 내심 불안하다. 오범석의 느린 볼처리와 느린 경기운영, 전민광의 잦은 실수가 먼저 떠오르곤했다.
그런데, 이번 전북전에서는 오범석의 투지와 적극성이 전반전을 지배했다. 신광훈 없이 홀로 수비형 미들을 소화해야했음에도 중원 싸움에서 전북에게 밀리지 않았다. 아니... 밀리긴 했지만 노련하게 우리의 페이스를 잘 유지했다고 봐야겠다. 신광훈과 함께 이 정도만 해준다면 신진호의 공격력까지 살려줄 수 있다. 90분을 뛸 수는 없더라도 상대에 따라, 팀 상황에 따라 충분히 좋은 활약이 가능하다.
전민광은 상대적으로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어정쩡하게... 공격도 아니고 수비도 아니고, 중간도 아니고 측면도 아닌 곳에 위치하다가 한 순간에 상대를 놓쳐버리던 불안함은 전혀 없었다. 올해 본 전민광의 플레이중 가장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김륜성은 공격력과 스피드가 좋지만 수비력과 높이에서는 확실히 전민광이 위에 있다. 이런 모습이라면 앞으로도 수비 안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것같다.
전북은... 뭐가 문제일까?
주제넘게 남의 집 걱정할 입장은 아니다만... 최영준과 일류첸코의 공백이 크게 작용할 것 같다. 최영준과 일류첸코가 뿜어내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 포항에서 둘이 뛸 때를 돌이켜보면 임자 없는 공이 흐르는 곳에는 늘 둘이 보였었다.
수비에서 빠져 나오는 공은 최영준이 잡아냈고, 공격에서 경합이 붙는 공은 일류첸코가 따냈다. 그런 공 한두개가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많이 봤었지...
좋은 선수가 많고 수비 조직력이 좋은 전북이지만 최영준과 일류첸코가 없다면 결정적인 순간, 아주 중요한 경기에서 미끄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둘의 공백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지만 백승호나 쿠니모토, 구스타보로는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있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전북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걱정마, 강현무가 있잖아!
최근 5경기 2승2무1패(8점). 나쁘지 않은 결과다. 만약 강현무가 없었다면 1승1무3패(4점)나 1승2무2패(5점) 정도가 됐을 것같다. 순위 경쟁을 하는 다른 팀들이 한 경기나 두 경기를 미끄러질 때 우리는 승점 1점이라도 챙겨 올 수 있었다. 강현무 덕분에 승점 1점 깔고 갈 수 있었고, 강현무의 계속된 선방이 우리를 3위에 올려 놓았다고도 볼 수 있다.
뭐랄까... 포항이 비기면 둘 중 하나다. 공격에서 디지게 골을 못 넣었거나 강현무가 방방 날면서 상대 득점 기회를 지워버렸거나! 한 골을 제대로 못 넣어서 이기지 못하는 경기 속에서, 한 골은 먹을 지언정 두 골은 잘 내주지 않는다. 거의 매경기에서 한 골 정도는 지워주는 것같다.
강현무와 함께 권완규-그랜트가 지키는 중앙 수비도 갈수록 든든해지고있다. 최소한 최후방 수비 트라이앵글 만큼은 다른 팀에 뒤지지 않을 것같다. 다만... 가끔 튀어나오는 염장질하는 수비 실수는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다.^^
....
이 상황에서 공격까지 잘 터져주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일단 팀의 전체적인 균형과 플레이 패턴의 안정화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전북전에서 봤듯이 우리 플레이만 잘 풀리면 득점 기회는 나온다. 두 골, 세 골은 힘들지 몰라도 한 골은 뽑을 수 있다.
전북과 울산도 한 번은 흔들린다. 그냥 놔둬도 흔들리지만... 우리가 잡고 흔들면 더 잘 흔들린다. 또 그래야 제맛이고.
어느새 추석이 코앞이다.
동해안 더비가 다가오고있다!
우리는 더 쎄고 더 날카로워져야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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