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26. 16:29ㆍ색다른 축구 직관 여행/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2019 싱가포르
2019-07-22 ~ 2019-07-24
싱가포르~말라카, 버스로 넘어가기
싱가포르에서 지인들과 축구 보면서 재밌게 잘 놀았으니, 이제 진짜 가족 여름휴가를 떠나볼까요? 어디로? 싱가포르 옆에 말레이시아로! 싱가포르에서 말라카 찍고, 쿠알라품푸르 찍고 귀국하는 여정입니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는 포인트는 두 곳입니다. 주로 많이 이용하는 곳은 조호르 바루(Johor Bahru)쪽 루트인데, 아래 지도에서 A로 표시한 부분입니다.
이곳은 많이 붐빈다고하네요. 싱가포르에서 조호르바루에 가는 사람들도 많고, 조호르바루 자체가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구요. 사람과 차량이 많기 때문에 입출국 수속에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저희는 KKKL Express를 이용했는데, 아래 그림에서 B로 표시한 국경 포인트를 통과했습니다. 조호르바루 루트와 달리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넘어가는 차량이 별로 없어서 매우 신속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입출국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버스는 매우 한산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버스였는데, 우리 가족 포함해서 승객은 모두 5명뿐 ^^ (우리 가족 3인 + 다른 승객 2명 + 승무원 + 기사)
버스나 기차로, 또는 걸어서 국경을 통과하는게 참 재밌습니다. 싱가포르 국경에서 하차 후 출국수속, 말레이시아 입국수속 후 다시 버스 승차. 그 사이에 버스는 버스대로 출입국 수속을 받으며 이동합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넘어가자 마자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흡연장입니다. 싱가포르는 담배 피는거 좀 빡세게 굴잖아요? 말레이시아 입국 수속 마치고 나오니 저 앞에 우리 버스가 대기하고 있고, 그 옆에 보니 재떨이가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 버스의 승무원(차장?) 아저씨가 맛나게 담배 한 대를 피고 있네요.
“여기는 말레이시아에요. ^_^”
ㅋㅋ 저도 덩달아 한 대 맛나게 피고 버스에 다시 탑승~ 이제 진짜 말라카로 갑니다~
중간에 잠시 휴게소에 멈춥니다. 비교적 넉넉한 시간을 주기 때문에 간단히 점심식사도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음식, 말레이음식, 인도음식… 적당히 찾아보면 적당한거 먹을 수 있고, 작은 편의점도 있습니다.
오~ 이곳이 진짜 말레이시아!
말라카. 영어로는 Malacca, 현지인들은 Melaka(믈라카)
우리가 뉴스에서 툭하면 들었던 “말라카 해협”의 그 말라카 맞고요, 해적이 출몰하는 그 말라카 해협 맞습니다. 그리고, 과거 말레이 반도의 주요 무역항이기도 했고 해적들이 자주 들락거리던 본거지이기도 했다네요. 오랜 기간 동안의 토착 말레이 문화, 무슬림 문화, 중국계 이민자들의 문화, 유럽(포루투갈, 네덜란드, 영국) 식민지의 문화를 다양하게 간직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정신적인 수도”와 같은 곳이랍니다. 진짜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곳!
정말 예쁘고 운치있는 도시입니다. 도시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좀 작은 편인데,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구시가는 정말 작습니다. 말라카에 머무는 내내 대중교통은 한 번도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돌아다녔을만큼 도시가 작습니다.
말라카의 구도심은 네덜란드 광장(Dutch Square)과 존커 거리(Johnker Walk)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낮에는 워낙 덥기때문에 식사 시간 맞춰 시원한 식당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침과 저녁에 마실삼아 동네 구경을 다녔는데, 낮에는 매우 북적거리는데 밤에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쿠알라룸푸르를 찾는 관광객들이 잠시 시간을 내어 당일치기로 다녀가는 경우가 많나봅니다. 낮에는 네덜란드 광장 근처에 인구대국의 단체 관광객들이 가득한데, 저녁이 되면 거리도 식당도 비교적 조용한 편입니다. (낮에도 주로 단체 관광객들만 돌아다닙니다. 워낙 더워서… )
거리를 걷다보면 독특한 양식의 건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지붕와 장식은 유럽풍인듯 하면서 현관과 대문은 중국풍이랄까?
문패인지 택호(집 이름)인지 모를 한자가 집집마다 간판처럼 달려있고, 곳곳에 한자 표어가 보입니다.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한자는 몇 개 안되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의 “입춘대길”이나 “가화만사성” 같이 가정의 복을 비는 문구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순전히 짐작 ^.^)
건물 내부는 대부분 중국 스타일로 보입니다. 특이하게 집들이 한 쪽 방향으로 길쭉한 형태입니다. 그리고, 가운데 작은 중정(中庭)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한낮의 더위를 피하기 위한 방식이 아닐까 집작됩니다. 실제로 통풍이 잘 되고 집 안쪽은 더위가 덜한 것 같았습니다.
적당히 둘러보기
웅장한 스케일이나 천혜의 절경이 있는 그런 도시는 아닙니다. 말레이시아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도시를 걷는 느낌이랄까? 한국이라면 제가 가 본 곳 중에서는 경주나 전주, 군산같은 느낌?
말라카를 상징하는 도시의 유적을 둘러보고,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박물관을 돌아보고, 시장을 돌아보고, 숙소 근처를 산책하면서 중간에 만나는 푸드코트에서 그곳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고…
액티브한 관광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너무 심심한 도시일수도 있겠지만, 저와 저희 가족에게는 조용히 며칠간 머물면서 소소하게 즐길거리가 꽤 많은 예쁜 도시였습니다. (딱 제 맘에 드는 스타일^^)
말라카 = 운하가 예쁜 도시
말라카의 구도심은 운하 주변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네덜란드 광장과 존커거리 좌우로 운하가 펼쳐져있고 운하를 따라 식당, 카페, 일반 가정집들이 운치있게 늘어서 있습니다.
저녁 해질무렵에 선선한 바람을 느끼면서 운하 주변을 어슬렁 거리고, 적당한 식당이나 카페를 찾아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운하의 다리에서 야경을 잠시 즐기는게 말라카에 머무는 며칠간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운하따라 걷다가 USIM 구입, 운하따라 걷가가 아이스크림이나 과일하나 사먹고, 운하따라 걷다가 환전소 들르고, 운하따라 걷다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운하따라 걷다가 맛있는 식사… 아침에도 걸어 보고, 낮에도 걸어보고, 밤에도 걸어보고... 뭐, 이런식이죠.^^
쿠알라룸푸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가기에는 정말 아까운 곳입니다. 하루 이상 머물면서 아기자기하고 예쁜 도시의 모습, 맛있는 음식들, 분위기 좋은 카페를 꼭 함께 즐겨보기 바랍니다.
먹는 즐거움이 있는 말라카
싱가포르에서 말라카로 오는 버스에는 안내원 같은 승무원도 한 명 있었습니다. 영어를 무척 잘하고 매우 친절한 분이었는데, 제 영어가 짧아 모든 것을 알아듣지 못한게 아쉽네요.
암튼… 그 분이 이야기하기를…
“말라카에서 뇨냐 (Nyonya) 요리는 꼭 드시도록!”
이름도 생소한 뇨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결혼한 여성을 부를 때 사용하는 존칭이라고 하네요. 우리말로 “여사”나 “부인”쯤 될까요? (남자는 “Baba”라고 칭한답니다.)
그러니까, 뇨냐 요리는 말하자면 아줌마 손맛이 있는 말라카 정식 내지 말레이 정식쯤 되는 모양입니다.
먼저 찾은 곳은 약간 중국풍의 뇨냐 식당이랄까? 가게 이름은 "Kocik Kitchen". 공심채 볶음과 새우, 오징어 반찬에 쌀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작은 가게지만 메뉴가 다양합니다. 저희는 3명뿐이라 더 시키고 싶어도 못시켰어요. 여러 식당 다녀보고 나중에야 알았는데, 이 집에 몇 번 더 들러서 다른 메뉴도 맛봤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그 정도로 음식 맛이 제 입에 잘 맞았습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구요.
음식에서 느껴지는 매콤 짭짤하면서 특유의 달콤 비릿한 맛이 섞여있는 소스의 맛…
이 맛의 핵심이 삼발(Sambal) 소스라네요. 숙소 근처의 푸드코트에서, 아니면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식당에서 툭하면 먹었던 음식 중 하나가 나시르막인데, 그냥 삼발소스에 밥만 쓱쓱 비벼 먹어도 얼추 입에는 맞았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현대화된 뇨냐 음식도 만났습니다. “Wild Coriander”라는 식당인데 저희가 찾았을 때는 손님의 대부분이 외국인들이었습니다. (대부분 서양 사람들이었고 손님이 꽤 많았습니다. 거의 만석!)
가게 이름보고 너무 겁먹지 않아도됩니다. 고수(코리안더)로 범벅한 음식 아니고요… ^^ 현지식 맛이 강하긴하지만 저희가 먹은 모든 음식이 맛있었습니다.
향긋한 밥과 찰밥, 고기, 매콤새콤한 국수, 코코넛 맛과 고수 맛이 강한 스프… 음식 이름은 잘 모르지만 적당히 짐작해서 시키면 대략 예상한 음식이 나오고, 저희 가족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보니 새로운 맛도 어색하지 않게 잘 즐기는 것 같습니다.
예쁜 카페가 많아요
날씨가 더워서 중간중간 시원한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건지, 워낙 여행객들이 많다보니 외국 음식이 함께 발달한건지는 모르지만…. 말라카에는 예쁜 카페, 그리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나 브런치가 많습니다.
맛있게 먹으면서 사진찍기 놀이 즐기는 여행객들에게 말라카처럼 좋은 도시도 없을 것 같네요.
특히, 말라카 전통 가옥을 카페나 식당으로 개조한 곳이 많습니다. 예쁜 말라카 전통가옥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잠시 더위도 피하고 맛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말라카의 전통 가옥은 길죽한 모양이기 때문에 입구에서 볼 때는 작은 가게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면서 공간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도시에서 중국식, 말레이식 한 바퀴 돌고난 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스페인 식당! 트립 어드바이저의 여행자 평점이 높은 곳이기도 했지만, 가끔은 여행지에서 조금 고급지고 우아하게 즐기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 (식당이름 "Salud Tapas")
집에서는 잘 즐기지 못하지만, 낯선 곳에서 괜히 유난떨면서 즐기는 우아함… 평소 하루에 쓸 여행경비를 단 한 끼에 다 써버리는… 뭐, 그런 때도 있는거죠^^ ㅎㅎ
모든 음식이 다 입에 맞는 것은 아니고….
우선 술이 영 아쉽습니다. 맥주는 시원한 청량감이 들거나 진한 풍미가 있거나 했으면 좋겠고, 아니면 그 곳만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술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싱가포르에서도 말라카에서도 술은 영 성에 차지 않네요.
편의점에서 적당히… 아쉬운대로 한국 소주 한 병으로 위로를 삼고…
처음으로 두리안을 맛봤습니다. 첫 맛은 똥냄새, 먹으면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 허니버터 같기도 한 맛, 다 먹은 후에는 입에서 하루 묶은 똥냄새가 맴맴… 마눌님은 한 조각 맛보더니 이상 끝, 아늘 녀석은 입술까지는 가져갔으나 차마 혀는 대지 못한 채 끝!
ㅎㅎ 거리를 걷다보면… 누군가 지나가면서 슬쩍 풍기는 하수구 냄새가 바로 두리안 냄새였군요. ^
매우 맘에 드는 숙소
작은 호스텔에서 묵었는데 싸고, 깨끗하고, 서비스 좋고, 음식도 좋은 곳이네요. 네덜란드 광장에서 도보 5분 거리, 바로 앞에 편의점, 바로 뒤에 식당. (19 Straatheeren, 패밀리룸, 7만원/박, 조식포함) 주변에 더 저렴한 숙소들도 많이 있지만 가격대비 대만족!
특히 아침 식사가 너무 맘에 들어요. 토스트와 시리얼 위주의 저렴한 호스텔도 아니고, 고만고만하게 저렴한 것들로 채워진 조식 뷔페도 아니고, 비싸고 화려한 것들이 깔려있지만 마땅한 임팩트는 없는 고급 호텔의 조식도 아닌…
단품 조식이지만 주인집의 손길이 느껴지는 음식이라 좋았습니다. 요란하지 않게, 소박하지만 부족하지 않게… 집에서 차린 손님 밥상 받는 느낌^^
앞으로 어떤 여행을 더 할지 모르지만… 다시 말라카에 오게 될까요? 좀처럼 다시 올 기회가 없겠죠?
혹시 모르죠. 언젠가 축구보러 다시 말라카에 다시 오게 될지… 그때도 지금처럼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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