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프리미어 리그 보러가기

2020. 5. 13. 14:59색다른 축구 직관 여행/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2019 싱가포르

2019-07-20

아침 일찍 싱가포르 도착! 체크인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짐만 놓은 채 밥 먹을 곳부터 찾아 나섰습니다.

저희 숙소는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라는 곳입니다. 말 그대로 인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죠. 싱가포르는 전반적으로 숙소가 비싼편인데, 리틀 인디아 지역에 비교적 저렴한 숙소가 많습니다. 저희는 4명이 함께 쓸 수 있는 방을 45만원/3박 정도에 구했습니다. 여행자용 호스텔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싱가포르의 다른 숙소에 비하면 비교적 괜찮은 편이 아닐까 싶네요.

"리틀 인디아"라는 이름 답게 주변은 온통 인도 스타일! 인도계 사람들이 흔히 보이고, 거리마다 집집마다 인도 향신료와 카레 냄새 물씬, 건물 양식도 왠지 인도풍이 아닐까 짐작..... (인도 못가봤음^^)

인도 느낌 나는 동네에 숙소를 잡았으니 일단 인도 음식부터 느껴 봐야죠?

대충 동네 한바퀴 돌다 보니 현지 사람들이 부지런히 들락거리는 가게가 하나 보이네요. 일단 쑥- 들어가서 어리버리 눈치껏 시켰습니다. 뭔가 복잡하게 여러가지를 주고 받았는데, 결국 받은 것은 예상대로 밥과 카레와 난!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향이 훨씬 진합니다. 그래도 맛은 완전 인정! 인도 음식은 인도 사람들과 눈인사 주고 받으며 먹을 때 맛있나봐요^^

손으로 먹어야 하나? 순간 고민 했는데 눈치빠른 가게 점원이 얼른 포크와 스푼을 챙겨 주더라구요. 가게를 둘러보니 인도 음식점답게 손씻는 곳이 따로 있었습니다. 손으로 먹을 생각하고 잠시 설레이기도 했는데.... ㅎㅎ

 

식사 후, 숙소에 짐 풀고 휴식! 너워도 너무 더워서 오후에는 움직일 수가 없네요. 이럴 땐 그냥 시원하게 샤워하고, 에어컨 돌아가는 방에서 낮잠 자는게 최고죠.

리틀 인디아의 건물들은 모두 복도같은 회랑이 있습니다. 아마 더운 지역 건물의 특징이 아닐까 싶네요. 짧은 낮잠 후.... 회랑에 나와 자리잡고, 온 동네를 감싸는 카레 냄새 속에서... 잠시 맥주 한 캔에 담배 한 대로 여유 만끽! 이런 작은 휴식이 참 좋네요.

 

한 숨 자고 나니 저녁무렵. 해 떨어지면 축구 보러 갈건데... 축구경기 끝나면 밤 10시는 될 듯하니 간단히 뭔가 요기를 해야겠네요. 마침 숙소 근처에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음식...으로 추정되는 온갖 메뉴를 구비한 식당이 있습니다.

가만보니 오가는 여행객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네요. 숙소와 식당을 함께하는 곳입니다. 늘 손님들로 붐비는 걸 보면 동네 맛집인가봅니다. ^^ 팬 케익으로 보이는 것과 볶음밥으로 보이는 것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습니다. 이 가게... 저렴하면서 맛도 완전 괜찮네요. 리틀 인디아 지역에 여행하시는 분들께 강추!

 

싱가포르 프리미어 리그

저녁에는 축구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싱가포르에 살고있는 지인들이 축구 좋아하면서 알게된 사람들이라 별다른 이견이 없더라구요.

싱가포르 축구는 좀 생소하죠? 여행 떠나기 전에 미리 좀 알아봤더니 싱가포르에도 "프리미어 리그"라는 프로축구 리그가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 프리미어 리그(EPL, English Premier League)가 아니니 혼동하시지는 말구요. 예전에 "S리그"라고 하다가 최근에 "프리미어 리그"로 명칭을 바꿨다고 합니다. ^^

한 때 한국사람들로 이루어진 축구팀도 있었고, 한국 출신 선수들도 싱가포르에서 꽤 뛰었죠. 포항 스틸러스 출신의 전경준 선수도  K리그 은퇴 후 싱가포르 리그에서 활약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2006/10/13 - 혹시, 전경준 선수를 기억하세요?)

이왕 축구경기 볼거면 응원할 팀도 하나 찍어야죠?

경기 일정을 보니 마침 숙소에서 가까운 "잘란 브사르(Jalan Besar)" 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호우강 유나이티드(Hougang United)" 팀의 경기가 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싱가포르에 살고있는 지인의 집이 호우강(Hougang) 지역이라고 하네요. 뭔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착착 맞아 돌아가는 느낌! ㅋㅋ

 

오늘의 경기,  "호우강 유나이티드" 对 "브루나이 DPMM"

Hougang United vs. Brunei DPMM

19 July 2019, Jalan Besar Stadium, 2019 AIA Singapore Premier League

 

작은 규모의 경기장, 게다가 스탠드는 한 쪽 면만 개방했지만 경기장은 매우 깔끔했습니다. 규모도 작고 리그 수준은 높지 않지만 알차게 운영된다고 할까요? 규모만 작을 뿐 경기 운영과 경기장 시설은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약 5천석 규모)

당연히 티켓이 있어야 입장할 수 있으며 간단하지만 보안 검색도 실시합니다. 작은 규모의 관중석이지만 홈팀과 어웨이팀 팬들은 좌우로 구분해 앉습니다. (섞여 앉아도 뭐라 그러지는 않겠지만, 축구 관람객에게는 일종의 에티켓이죠. 응원할려면 내가 응원하는 팀의 팬들과 함께해야 하며, 상대팀 팬들 무리 속에 끼어 있다면 알아서 조용히 짜져있으세요...^^)

관중이 많지는 않지만 양팀의 서포터들도 보이고, 가판대에서 레플리카와 매치 매거진도 팝니다. 규모가 있는 프로 리그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의 깔끔한 경기장 참 좋네요. 우리나라도 각 지역에 이런 정도의 작은 축구장이 있으면 딱 좋겠습니다. 사실 월드컵 경기장 수준의 큰 경기장을 사용할 팀은 많지 않습니다. 잘란 브사르 경기장처럼 5천석 내외의 아담한 축구 전용구장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특히, K3나 K4 리그 팀들에게 이 정도의 홈 경기장이 있으면 정말 끝내줄 것같습니다!

호우강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한국선수도 있습니다.  수비수로 뛰는 "공호원" 선수! 미처 사진은 못찍었는데, 경기장에서 제일 등빨 크고 우람한 선수였습니다. 호우강 유나이티드의 핵심 선수 중 한명인 것 같았습니다.

그냥 대충 짐작하는게 아니구여... 경기 중에 공이 흐르는 주요 길목에서 공호원 선수가 자주 등장합니다. 수비의 중심을 잡으면서, 때로 역습 상황에서는 공격의 시발점이 되고, 세트 피스에서는 적극적으로 헤딩 경합을 하고,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는 제일 먼저 내려와 길목을 잡고... 거의 1인 3역!

(위키 참고: 공호원)

"들어올 때, 팩소주 한 상자랑 안주거리 좀 챙겨와라"

"공항 세관에서 걸리지 않나?"

"쥬스라고 해..."

 

그렇게 쥬스인척 참이슬 팩 40개를 들고 싱가포르에 왔습니다. 포항 특산 "정화 오징어"도 종류별로 한보따리!

싱가포르의 어느 동네, 이름도 생소한 "잘란 브사르" 경기장에서, 생전 처음 만나는 호우강 유나이티드 팀을 응원하면서, 20년 알고 지내온 지인들가 팩소주에 오징어포를 능숙하게 뜯어 먹다니.... ㅎㅎ 젊은시절 종합운동장에서 보던 지긋한 아저씨 축구팬들의 모습이 바로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네요.

휴가가 별건가요? 친한 사람들과 축구나 보면서 노닥거리는거지.... ㅎㅎ

근데, 브루나이 DPMM의 저 선수... 지난 7월 9일 폴란드에서 열린 U20 8강전(한국:세네갈)에서 이강인 선수의 모습을 따라하는 건가요? ㅎㅎ 힘들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겠지만, 제 눈에는 그냥 그렇게 전지적 이강인 시점으로 보이네요. ㅋㅋ

이강인, 2019 U20 폴란드, 8강, 한국:세네갈

 

경기영상 보러가기:  호우강 유나이티드 vs. 브루나이 DPMM

 

마무리, 먹고 마시고!

간만에 뭉친 반가운 사람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즐기는 깔끔하고 시원한 축구경기!

이것만으로도 이미 느낌 충만한 휴가의 첫날이지만 야시장에서 진하게 맥주 한 잔 해야 제대로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늦은밤  사테(Satay) 거리에서 즐기는 꼬치 구이와 시원한 맥주로 완벽한 마무리! 퇴근 후 마시는 맥주보다 휴가 때 출근걱정 없이 놀면서 마시는 맥주가 훨씬 달콤합니다. ^^

Best Satay 7 & 8.

매우 유명한 가게입니다. 트립 어드바이저는 물론 한국 방송과 네이버 블로그에도 맛집으로 소개되었나봐요. 대충 눈치까고 한국어 쬐금 가능한 직원이 얼른 달려와 주문을 도와주었습니다.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새우... 대충 섞어 골고루 시켰습니다. 현지에 사는 지인이 쏘는거라 싼지 비싼지도 모르고 그냥 흡입! 안주는 나무랄데없이 맛있었으나... 술을 사랑하지 않는 나라 싱가포르는 맥주가 그냥 고만고만...

이게 딱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