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왜 대표팀을 포기하라는 거지?
2011. 10. 12. 23:28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이렇게 기용할거면 차라리 이동국을 대표팀에 부르지 마라!"
(이장님 말씀 ^_^)
저 역시 UAE전 마지막 교체 순간은 납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타이밍은 이동국이 들어갈 타이밍도 아니었을 뿐더러, 그런 용도로 이동국을 출전시킨다는 것은 그를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이동국이 부상 후에 복귀했다면 컨디션 점검과 감각 살리기 차원에서 뛰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요란한 이슈 속에서 급히 발탁한 것 치고는 상식 밖의 기용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조광래 감독의 결정사항입니다.
비록 잘못된 결정이라 할지라도 선수와 감독의 관계라는 것은, 아무리 평등하고 개방적이라 할 지라도,
경기중에 누구를 어디에서 어떤 역할로 기용하는 것은 감독의 권한과 책임이지요.
그 이후에 추가 득점 없이 1실점을 한 것의 책임이 이동국에게 있지 않고 조광래 감독에게 있는 것처럼
그런 결정의 권한도 감독에게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럴거면 이동국을 대표팀에 부르지 말라던가,
이런 식이라면 나는 대표팀에 나가지 않겠다던가,
이런 상황이라면 이동국 없는 대표팀이 더 낫다던가...
이건 너무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것이 아닌지요?
이동국 같은 선수는 대표팀에 필요합니다.
그냥 필요한 것이 아니라, 중용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의 경험과 아우라는 주장을 맡겨도 손색이 없으며, 대표팀 전술의 핵으로 삼아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 낼 것입니다.
현재의 지역 3차 예선에서는 그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지만, 최종 예선과 월드컵 본선에서는 또 다른 상황이 될겁니다.
지금의 대표팀은 '앞으로 잘 할 것 같은 선수들'을 위주로 구성된 팀이지만, 최종 예선이 시작되는 내년 여름경에는 끝내 완성되지 못한 이동국의 빈 자리가 도드라지게 보일겁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동국 중심의 팀을 꾸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팀은 감독의 스타일로 꾸리는 것이고, 감독이 구상한 전략과 전술적 수단으로 완성됩니다.
이동국을 어떻게 쓰던 그건 감독의 선택이고, 감독보다 선수가 우선할 수는 없겠지요.
그냥... 조광래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뽑을 것이고, 없어도 된다 싶으면 안뽑겠죠.
저는 현재 이동국과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사이의 간극 정도는 어느 팀에서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잘 나가는 팀들은 어떻게든 이 정도의 간극을 정면으로 극복해 나가지요.
그 간극이란 것조차 사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구요.
지금 이 정도의 간극 때문에 A-매치 80여 경기에서 20여 득점을 기록했으며, K-리그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선수가 대표팀을 포기해야한다면, 한국 축구가 너무 쪽팔린거 아닌가요?
K-리그의 수준이 그렇게 만만했던가요?
다시 강조하지만, 대표팀의 키는 조광래 감독이 쥐고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에게 이동국을 중용하라는 압박은, 그 배경이 아무리 정당하고 논리적이라 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팀이 제대로 꾸려질 수 없고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를 완성할 수가 없지요.
명백하게... 이동국이 대표팀에 맞춰야합니다.
이동국이 정면으로 맞서서 이겨내야하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하기 싫어서 본인 스스로 대표팀을 그만두겠다면 할 말은 없겠지요.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니까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런 선택은 절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 선택을 하기에는 그의 기량이 너무 아깝고, 우리 대표팀에 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도 많지만, 더 보여줄게 남아 있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2014년 브라질까지 가지 못하는 상황이 올지라도, 끝내 조광래 감독과의 간극을 극복하지 못할지라도,
그의 당찬 의지로 이런 상황을 정면돌파하고 모든 논란을 잠재웠으면 좋겠습니다.
이동국과 대표팀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런저런 논란...
혹시 우리가 이동국을 너무 과소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요?
이동국 본인이 아닌 조광래 감독의 입과 눈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닌지요?
뽑힐 이유가 있으면 뽑힐 것이고, 중용할 시기가 되면 중용할텐데...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닌지요?
지난 15년간 프로 무대를 누비면서, 부상과 슬럼프를 모두 이겨냈고,
지금 절정의 기량, 완숙된 선수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최강희 감독에게는 잘 맞고 조광래 감독에게는 맞지 않는 선수도 아니고,
전북에는 잘 맞고 대표팀에서는 잘 맞지 않는 선수라는 말은 어불성설이지요.
그 정도의 기량을 갖춘 선수는 어느 감독의 어느 전술에서건 자기 몫을 얼마든지 해 낼 수 있습니다.
감독의 호불호에 따라 기회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스스로 정면돌파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동국 스스로 대표팀에 대한 미련이나 의지를 접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량이나 체력 문제가 아닌 기회와 환경 문제로 인해 물러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02년 월드컵의 폴란드전에서 제대로 한 방을 꽂아 넣었던 황선홍처럼
이동국에게는 아직 터뜨리지 못한 한 방이 남아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는 다리가 건재하고
경기를 더 넓고 여유있게 볼 수 있는 머리가 있고...
그리고, 최후의 한 방을 향한 열정이 여전히 이동국의 가슴에 살아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급할 것 없이... 느긋하게... 뚜벅뚜벅...
하지만, 야무지게!
PS)
솔직히... 뭐, 이 정도 가지고 대표팀에 다시 뽑아야되나 말아야되나,
심지어 대표팀과의 인연도 여기까지인가라는 식의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지난 두 번의 경기에서 충분한 기회가 없었고, 그 때문에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다는 것일 뿐인데 말이죠.
신인선수나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선수라면 모를까...
그의 기량이나 장단점 등 알려질 것 다 알려지고, 대표팀에서 골도 넣을 만큼 넣었던 선수고,
공도 찰만큼 차 본 선수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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