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문제는 3백이 아니라 공격

2010. 9. 9. 21:3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현재 공격진의 주축을 이루는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모두 뛰어난 선수들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수준급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고, 하물며 아시아권에서는 감히 최강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좋은 선수들의 파워가 100%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 세 선수 모두 상대 수비수들과 몸과 몸을 맛댄 상태에서 득점 기회를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라 움직임을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상대편 수비 입장에서는 좀 더 수월할 수도 있을겁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예고된 공격 패턴을 수비하는 입장이고, 그만큼 우리의 공격 파워는 약해집니다.
그리고 우리의 공격파워가 약한 만큼 상대뱡은 좀 더 공격적인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3백 수비수들에게 돌아가며, 그 부담을 덜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좌우 윙백이나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수비부담도 늘어납니다.
또한 이로 인해서 공격력이 약화되는 악순환....
...

우선, 이 세 선수의 뒤를 바치는 나머지 미드필더들이 좀 더 위력적이어야합니다.
중거리 슈팅 능력이든 돌파력이든, 세 선수가 부지런히 움직일 때 그 틈바구니에서 득점이 가능해야 합니다.
설사 득점을 못하더라도 득점이 가능한 찬스, 그리고 득점이 가능하다는 것이 눈의 띄어야합니다.

그러나 저는...무엇보다도 역습 능력의 부족함을 느낍니다.
1차적인 수비력과 수비 성공 후에 우리편의 역습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전개할 수 있는 능력!
기성용이나 김정우 등으로부터 시작되는 역습이 좀 더 날카롭고 빠르고 정확하게!
다행히 포워드 진영의 세 선수는 모두 빠르게 공간을 뚫고 들어가는 능력들이 좋으니까요.
지난 월드컵에서도... 이 부분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몇 번의 역습 찬스가 있었지만 맨 처음 역습의 시발점이 되는 곳에서 매끈하게 출발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하나... 늘 이슈가 되어왔던 전문 스트라이커의 필요성입니다.
물론 필요하지요. 조광래 감독도 허정무 감독도 그런 선수가 필요하다는걸 왜 몰랐겠습니까?
자기 눈에 차는 선수가 없거나 자기가 구상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선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결국 허정무 감독도 현실적인 제한 속에서 가장 근접한 대안이랄까 절충점을 찾았는데...

문제는... 이런 절충점을 찾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점입니다.
팀 운영을 아예 일찍부터 그렇게 했으면 몰라도...
허정무 감독은 누구를 선택하느냐의 이슈에 너무 깊게 빠져있었습니다.
선수를 자극하고 상호 경쟁시키는 것도 좋지만, 각자 장단점을 가진 선수들을 조화롭게 만들고 이근호든 이동국이든  누구든 간에 팀 전술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 내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말은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에게만 너무 의존했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사실 지난 이란전 때는... 후반전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공격 카드가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승부를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공격 전술의 변화를 통해 활로를 뚫을 수는 있어야 하거든요.
심지어 감독으로서 준비가 덜 된 팀을 데리고 나왔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물론, 감독 입장에서는 여러 선수를 테스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승부 보다는 테스트에 더 주안점을 두었을 테고, 지금은 안되더라도 실전에서 자꾸 연습을 하면 좀 더 완성된 조광래식 팀웍을 만들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

아시안컵만 놓고 봤을 때, 우리팀의 최대 강점은 역시 공격진입니다.
만약 계속해서 3백 수비전술을 근간으로 한다면, 3백 앞선의 선수들이 공격력을 통해 상대편을 묶어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3백-4백 수비전술을 더 다듬을 것이 아니라, 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 운용을 더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게 펼칠 수 있는, 보다 풍부한 공격전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격력으로 상대방을 압도할 수 없다면 3백은 위험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격수 1등 2등 3등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새롭게 1등으로 등장할 잠자는 천재를 찾아 헤메는 것보다,
4등 5등 6등하는 선수들을 활용하여 좀 더 다양한 공격 옵션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한민국의 여러 감독들 중에서 전술적인 레파토리가 가장 풍부한 사람 중 하나가 조광래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수도 자기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하지만, 감독도 마찬가지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