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레모스의 능력을 보여줄 때가 된 듯 합니다.

2010. 3. 22. 13:55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작년에 큰 업적을 이루엇으나 뜻하지 않은 감독교체의 폭풍, 주요 선수의 이적 문제 등으로
포항 스틸러스의 올 시즌은 정돈되지 않은 어수선함으로 출발을 했읍니다.

그런 상황에 비하면 현재 리그 초반 포항의 경기력과 페이스는 괜찮은 편입니다.
이렇게 팀이 어수선한 시기라면 전반기에는 어느정도 승점 관리만 충실히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데닐손, 최효진, 스테보가 떠났고 신화용과 함께 골문을 지키던 김지혁이 상무로 갔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의 주요 포지션은 아시아 챔피언의 위용을 지키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공격진의 경우 노병준이 남고 모따, 설기현, 알렉산드로, 알미르가 새로 합류했으니
스쿼드 측면에서는 공격진 또한 나무랄 때 없는 구성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현재까지 포항 축구의 전형은 파리아스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이네요.
볼 터치를 적게하고, 판단을 빠르게 하며, 전진 패스는 빠르고 과감합니다.
수비와 미드필드에서 공을 잡았을 때, 그 다음 전개속도도 작년 그대로입니다.
상대 수비의 이곳저곳을 끊임없이 찔러 대면서 빈틈을 공략하는 모습도 그대로고
측면 보다는 중앙을 위주로 공략하는 특징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명의 선수를 키 맨으로 쓰기 보다는 여러 선수들의 조합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파리아스의 방식과 큰 차이가 없네요.

그렇다면, 레모스 감독이 부임한 후 생긴 변화는 어떤 것일까요?

첫째, 선수들의 경기 운영이 좀 더 신중해 졌다는 것입니다.
포항이 공을 소유했을 때, 불확실하고 성급하게 볼 처리하는 경우가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경험에서 오는 선수들 개개인의 자신감과 여유도 영향이 있겠지만
레모스 감독은 무조건적인 전진 보다는 좀 더 확실하고 안정적인 볼 소유와 공격 전개를 추구하는 듯 합니다.

둘째, 황재원의 공격 가담 빈도가 높아졌습니다.
일부 세트 피스에서 헤딩 경합을 하기 위해 공격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전진해서 플레이하거나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직접 공격쪽으로 끌고 올라오면서
공을 공격에 전개시키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물론 그로인해서 수비에서 살짝 불안한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걸 감수하면서도
중앙 핵심 수비수의 그런 플레이가 경기중에 펼쳐지는 것을 감독이 용인한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셋째, 공격진의 개인 플레이가 증가되었습니다.
물론 독불장군식의 지맘대로 개인 플레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비의 위험이 없는 지역에서는 공격수들이 자기 판단으로 직접 해결하려는 경우가 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원칙은 있는 듯 합니다.
득점 가능 지역에서의 모험은 어느정도 보이지만,
그 외의 상황에서는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추구하는 것 같고, 공을 어렵게 소유하면서 질질 끌지는 않습니다.
쪼금... 선수들이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모따가 공격의 중심에서 많은 부분을 콘트롤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따가 자기 욕심 내면서 날아다니지 않고, 한 발 물러서서 좀 더 넓게 움직이면서 다른 공격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 매우 다행스럽습니다.
(잘난 놈이 자기 잘났다고 붕붕 날아다니면 곤란하죠.^^)
....

지금까지 초반 경기들을 통해서 볼 때

1. 파리아스의 기본틀에서 크게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2. 볼 소유 상황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3. 그러나, 포지션 운용에 있어서는 좀 더 공격적이다.
4. 그러면서... 개인 전술에 의한 공격에 좀 더 자유로움을 준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조직력 속의 개인 플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리아스가 좀 더 엄격한 조직 플레이를 요구했다면, 레모스는 좀 더 자유로운 조직력이라고 보입니다.

좀 더 브라질 냄새가 나는 축구라고 할까요?

올 시즌을 마치고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지만, 파리아스를 거쳐 레모스로 오면서
포항의 축구는 좀 더 브라질 스타일의 경기 운영으로 가닥이 잡힐 듯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보면... 설기현이 쫌 우울합니다. 최태욱이 끝내 파리아스의 스타일에 녹아 들지 못했듯이
설기현도 자기 스타일이 강하고 선이 굵은 선수라서 레모스의 축구에 잘 녹아 들지... 걱정이 좀 되네요.
잘한다, 못한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선수와 감독의 스타일이나 궁합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

대강 레모스 감독의 스타일은 나온 듯 합니다.
이제부터 5월까지는 본격적으로 많은 경기들을 소화해야합니다.
레모스 감독의 축구가 어떨 것이라는 것은 보여줬으니,
이제... 그가 추구하는 스타일로 어떤 포항의 모습을 완성해 나갈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보여줄 것이지...

지금부터는 감독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의 플레이를 선수들에게 심는 것은 감독의 능력에서 큰 부분이 아닙니다.
감독의 진정한 능력은, 시즌 내내 그런 자신의 스타일을 수많은 게임을 통해서 든든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팀과 선수를 운영하는 것, 돌발상황이나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잘 대처하는 것,
그리고 팬들이 기대하는 성과를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능력입니다.

올 상반기면 어느정도 결판이 날 듯 합니다만...

좀... 지켜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