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전북, 역대 최고의 결승 1차전이었다!

2009. 12. 3. 13:0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포항의 자리를 대신하여 2009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간 성남.
솔직히 경기 전까지는 전북의 일방적 우세를 떠나
경기의 질적인 면에서 과연 챔피언 결정전다운 경기 내용이 나올까 걱정했습니다.

포항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성남의 경기력으로 봤을 때
막강 전북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워 보였거든요.
당연히 성남으로서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몰리나의 몰리나에 의한, 몰리나를 위한 득점에
치중하는 전략을 사용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렇게 되면... 경기는 전북의 우세지만 골이 좀처럼 터지지 않는 답답한 경기가 되거나
우세에도 불구하고 전북이 먼저 실점하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내심...
포항이 올라가서 전북과 한 판 대결을 펼친다면
정말 멋진 챔피언 결정전이 될텐데...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역시 성남은 그냥 성남이 아니군요.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쳤고 신태용 감독도 배짱있게 몰아부쳤습니다.
전북 또한 오랜만의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빠르고 세밀한 플레이로 공격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성남으로서는 내심 1차전에서 승리하기를 간절히 원했을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북의 우세를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성남이 소극적으로 나올거라 생각했지만
신태용 감독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K-리그 팀들 중에서 전력에 비해 홈 경기장의 파워가 약한 대표적인 팀이 성남입니다.
(심지어... 포항 서포터들은 성남 경기는 홈 경기로 취급하는 경향도 있지요. ^^)
그러나... 어쨌든 홈은 홈이고, 전주에서 치르는 경기보다는 훨씬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마침 관중들도 상당히 받쳐 준 상태였지요.
신태용 감독의 선택이 옳았습니다.
비록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홈에서 홈팀다운 경기를 펼쳤기에 그렇게 멋진 경기가 나온거지요.
오래도록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를 보아 온 저의 눈에, 성남은 늘 강팀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성남다운 모습을 최근에는 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어제의 성남은 한창 강하고 자신감 넘치던 때의 성남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찬사를 보내고 싶은 팀...
진정 K-리그의 챔피언이라 할 팀은 역시 전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전북이 시즌 내내 강한 모습, 좋은 경기를 많이 보여줬지만... 저렇게까지 강한 팀이었나...
한 마디로 숨이 확 막혀오는 느낌이랄까...

역대 K-리그 어느 팀이... 전북처럼 아름다운 공격을 펼쳤던가...
그들의 공격과 스피드는 포항 팬인 저로서도 한 수 위로 인정하고 싶군요.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전북이 만들어 낸 슈팅찬스들은
모두 정교한 플레이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것들이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개인기는 물론 팀웍과 전술적인 준비까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공격!
과연 포항이 결승에 올랐을 때,
어제의 전북과 같이 빠르고 정교한 공격력을 보여줬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

여전히 우승의 가능성은 전북에게 더 많이 열려 있습니다.
2차전은 전북의 홈 경기이며, 전력면에서도 전북이 성남보다 앞서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2차전에서도 승패는 50:50!
성남은 몰리나를 중심으로한 역습카드가 여전히 예리하고
수비력이 좋기 때문에 경기는 대등하게 끌어갈 수 있을겁니다.

체력?
솔직히 그런거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밑바닥부터 끌어 올려서 뛰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남이 지쳐서 힘들다는 거는 어불성설!
성남이나 전북이나 전반 15분만 지나면 밑바닥 체력으로 싸워야하니까요.

승패의 분수령은, 결국 양팀 포워드들의 득점력이 될테고
그런면에서 몰리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성남보다는
이동국, 에닝요, 루이스가 고르게 활약하는 전북이 유리해 보입니다.
비록 1차전에서 골을 기록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이동국의 발에 날이 잔뜩 서 있더군요.

전북이 경계할 것은... 조급함이나 우승에 대한 부담입니다.
포항이 조급함 때문에 이빠지고 잇몸 내려앉은 성남에게 1대0으로 무릎을 꿇었던 것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을 잘 알기에 최강희 감독은 차근차근 부숴가는 전략을 택할테고
반대로 신태용 감독은 강하게 밀어부치면서 상대를 조급하게 만들겠죠.
마음의 부담을 가지는 쪽은 역시 전북일테고 성남은 도전하는 입장이니까요.

2차전이 어제의 1차전처럼 멋진 경기가 될까요?

답은 성남에게 물어봅시다.
1차전에서처럼 강하게 정면대결을 걸어 올 것 수 있겠는가!

성남이 도전자의 모습으로 다시 나선다면, 2차전 또한 멋진 경기가 될거라 생각됩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그토록 멋진 경기의 주인공이 포항이 아니라는게 아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