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라는 것, 승리라는 것
2009. 11. 30. 13:00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큰 경기에서의 승리, 더구나 우승 길목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는
경기력 외에의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됩니다.
첫째, 목표의식과 간절함이 절대적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기겠다는 의지, 승리와 우승을 향한 목마름,
단순히 기록으로 남는 승리나 우승이 아니라 보다 절실하게 선수단을 하나로 묶어주는...
우승상금이나 뽀나스보다 더 고차원적인 명분과 동기가 필요합니다.
둘째, 경기력...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전체적인 전력의 우열을 떠나서
상대를 격침할 수 있는 무기 하나는 있어야합니다.
성남은... 몰리나의 한 방이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포항에 밀리면서도 결승골을 잡아 낼 수 있었지요.
셋째, 하늘도 우리편이 되어야합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포항보다 한수 위의 경기력을 보여준 알 이티하드를 이길 때
예상된 궤적보다 낮게 날아간 노병준의 프리킥이 수비벽을 통과한 것이나
김형일의 감각적인 헤딩 (볼 경합상태에서 머리를 갖다 대기에도 벅찬 상황이었음) 슛이
골문 구석으로 꽂히는 것까지...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일이 풀리려면 1mm 정도의 오차를 우리것으로 만드는 운도 필요합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그 1mm 오차에서, 하늘이 성남의 편을 들어준 것 같습니다.
....
아쉽지만 받아들여야지요.
성남의 후반 잠그기를 비난하지 말아야합니다. 성남은 당연한 플레이를, 최선의 플레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깔끔하게 득점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포항이 공격의 마지막 찬스에서 제대로 결정짓지 못한 것이 패인입니다.
중원을 완전히 장악했으나 페널티 에리어 내에서의 마지막 터치에서 정교함이 떨어졌고
그 와중에도 몇 차례의 득점 찬스가 있었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선수들이나 팬들의 절실함이 성남보다 떨어져 있었고 (너무 큰 타이틀을 3주전에 먹었지요. ^^)
팀 퍼포먼스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는 것이 포항의 강점인데
어제 경기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약간씩은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
의욕과 책임감이 다소 지나쳤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명승부를 펼쳐준 성남, 승리한 성남에게 이번 시즌은 고개를 숙여할 것 같습니다.
마땅히 아낌없는 축하를 보냅니다.
시즌은 다시 시작될거고...
내년이든 후년이든, 아니면 그 다음이든...
묵묵히 걸어가면 언젠가 다시 한 번 축제의 가장 빛나는 자리에서
포항은 다섯번째 별을 차지할겁니다.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지!!!
PS1) 딱 한 번 파리아스 감독에게 아쉬웠던 경기를 꼽으라면
저는 어제(11월 29일, 일요일)의 플레이오프 성남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파리아스 감독일테고
항상 경기를 뛸 마음의 준비와 동기가 충만한 선수들로 선발을 구성해 왔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K-리그 경험이 일천한 2군 선수들도 종종 기회를 잡았지요.
어제 경기 같았으면 스타팅 라인업에 조금 변화를 줬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올 한해를 너무 잘 달려왔기에 기존의 베스트 11을 한 번 더 믿어 줬던 것 같네요.
뭐... 어느 감독이라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안되는 날이라는 것을 감독도 직감했을 텐데... 조금 아쉽네요.
그래도 파리아스인데 말입니다. ^^
에구구... 모든 것을 결과일 뿐이지요.
아쉽넹...
PS2) 어제 경기가 마냥 아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 토쿄국립경기장에서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할 때 잃어버렸던 가방을
어제 포항에서 찾았습니다.
(그 안에... 카메라 장비... 쬐끔 가격 나가는게 들어 있었지요. ^^)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의 서포터스는 해외에서 잃어버린 가방도 찾아주네요. ^^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을텐데...
서포터스 자리에 버려진 가방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한국까지 챙겨서 와준 포항 서포터스 운영진의 작은 배려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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