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8. 13:00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올 시즌 최고의 빅 매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리그 1위 서울, 리그 3위 포항.
두 팀 모두 최근 가파른 상승세. (상승세라기 보다는 절정의 시기가 맞겠죠.)
그리고, 두 팀 모두 컵대회와 K-리그, AFC 챔프까지 3관왕을 바라봅니다.
어느 대회든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강한 상대를 꺾어야만 합니다.
우승을 목표로하는 팀이라면, "저 팀은 결승에서 만나야하는데..." 따위의 생각은 가져서는 안됩니다.
언제 어디서 만나든 최고의 강자를 꺾겠다는 각오와 의지가 있어야하고
정면 대결을 피하지 말아야 하지요.
예를 들어, 서울의 홈 경기니까 포항 입장에서는 일단 비기고 보자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강자와 강자가 맞붙을 때는 정신적으로 틈을 보이는 순간 여지없이 깨지는거죠.
서울도 마찬가지...
베스트 스쿼드에서 이탈자가 있긴 하지만, 포항과의 정면 승부를 다음으로 미룰 수는 없습니다.
귀네슈나 파리아스나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거고
또한 두 감독 모두 정면승부에서는 절대 물러나지 않지요.
저는 포항 팬으로서... 당연히 포항의 승리를 예측합니다. ^_^
(당연히... 무조건...^^)
제가 포항 스틸러스에 대해서, 그리고 포항 팬들에 대해서 가장 자부심을 가지는 부분은
빅 매치를 즐긴다는 점입니다.
상대가 강할수록 더 강하게 힘을 내고, 꽉꽉 들어찬 원정경기일수록 서포터도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항 팬들은 빅버드에서 벌어지는 수원과 포항의 경기를 좋아합니다.
이길때도 있고 질때도 있지만... 빅버드에서 수원과 부딪칠 때 원정팀이 느끼는 희열도 짜릿합니다.
원정팀이라서 주눅이 들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빅버드에 들어선 원정팀이라면 모두다 상당히 끔찍한 스트레스를 받지요.
그건 포항도 마찬가지일겁니다.
하지만, 두려워서 위축 되는것 보다는... 제대로 된 싸움을 한다는 생각에 더욱 에너지가 폭발합니다.
그렇게 해서 한 번이라도 이겨본 경험이 있다면, 그 맛을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
설사 10번 중에 단 한번만 승리를 거둘지라도... 그 한 번의 짜릿함이 남아서
나머지 9개 경기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관중이 꽉꽉 들어차고, 상대편 골문뒤에 빼곡하게 출렁이는 상대편 서포터스
그리고, 숫적 우세를 바탕으로 경기장을 파고드는 응원소리...
그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의 팀 이름이, 우리팀 선수들의 이름이 그라운드에 전달되도록
최대한의 출력을 뿜어 올리는 짜릿함도 상당합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상황에서 전달되는 목소리와 전투력은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승패를 떠나서 멋진 경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랑블루가 포항 스틸야드에 왔을 때...
그들에게 우리가 빅버드에서 느꼈던 무한 전투력을 맛볼 수 있을만큼
포항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압도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입니다.
(그랑블루와 수원의 약점이기도 하지요. 그들은 늘 엄청난 숫적 우위에서 싸움을 하기 때문에
1당100의 전투력을 느껴보지 못했을겁니다.)
...
전체적인 전력에서는 서울이 유리하지만,
서울로서는 데얀의 결장이 가장 큰 약점입니다.
지금까지 포항과 서울의 경기를 보면, 팽팽하게 또는 포항의 우세로 이어지던 경기 양상이
순식간에 서울쪽으로 넘어가는 데에는 데얀의 순간적인 폭발력이 아주 큰 힘이었습니다.
포항을 깨는 팀... 빠르고 정확한 한 방의 역습 능력을 가진 팀들이죠.
포항 또한 이게 큰 장점이기도 하듯이, 포항을 깨는 팀들 또한 이게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그런 데얀이 빠졌다는 것은 서울로서 큰 손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데얀은 그냥 골을 잘 넣는 선수가 아닙니다.
어느 한 순간에 경기의 흐름을 싸늘하게 바꿔버리는 재주가 있습니다.
골을 넣어도 상대편이 아주 허탈하게 만드는 골을 넣습니다.
그것도 우리편의 상승무드를 타는 타이밍에...
능력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서울에 수없이 깨지는 모습을 보아왔던 포항 팬의 눈에 보이는 데얀은 그런 선수입니다.
....
최근 포항의 서울 상대 전적은 처참합니다.
2006년 이후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으며, 서울 원정 경기에서는 4연패 중입니다.
(그 중에 몇 번은 골도 참 많이 먹었지요.^^)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자신감을 가집니다.
하나, 줄창 내리 깨졌으니 이제는 이길 때가 됐다. ^^
두울, 빅 매치에서 마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리아스가 포항을 맡은 이후, 포항은 강한 상대와의 정면 승부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힘을 바탕으로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데얀이 빠지고, 이청용이 떠나고, 귀네슈 감독이 관중석에 앉아 있어야하는 점 때문에
서울이 베스트 상태는 아니겠지만... 그 정도로 팀 전력이 타격이 생기는 팀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기에 굳건하게 K-리그 1위를 달리는 것이지요.
그들은 여전히 포항보다 강합니다.
하지만... 그런 강한 상대에게만큼은 더 강해지는 포항이라는 점!
우승의 길목에서 만나는 강팀과의 빅매치에서 승리하고, 우승까지 일구어낸 경험이 살아있다는 점!
그리고, 현재 어느 팀보다도 자신감이 넘치며 최상의 팀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
승리를 기대해 볼만 하지 않겠습니까?
'축구가 뭐길래 > Steelers & Red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정무, 꼭 히딩크처럼! (0) | 2009.08.27 |
---|---|
아.... 서울... (0) | 2009.08.20 |
기성용... 혹시 이 친구? (3) | 2009.08.04 |
이동국에 대한 허정무의 시선 (4) | 2009.07.07 |
이동국에게 최강희는 행운이다 (3) | 2009.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