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내겐 기적같은 변화

2007. 6. 29. 13:25사는게 뭐길래/난 그냥... 남자!


10년전
결혼하기 1년쯤 전
한 참 방방 날아 다닐 때
컴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체육 특기자로 오해받던 때
한문으로 배에 왕(王)자 만드는 것은 남자의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하던 때

그 때는 내 몸이 이소룡 사이즈(키 174cm, 체중 63kg)였고
내 몸도 이소룡을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

10년 후
배가 가슴보다 클 때도 있었고
그래서 몸이 역삼각형에서 바른 삼각형으로 변해갔고
배에 있던 王자에서 한 획이 빠져서 三자로 바뀌었고
허리는 4인치 정도가 늘었으며
키는 그대로인데 체중은 75kg
이소룡에서 성룡을 거쳐 홍금보의 몸매로 변화하는 조짐이 보였으며
여전히 컴터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만화가게 주인쯤으로 사람들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중력의 법칙에 저항하며 위로 탱탱하게 붙었던 가슴살은 아래로 아래로...

....

지난 1년간 수영을 꾸준히 했습니다.
처음에는 몸이 지치고 뭉개져서...
월드컵 여행을 가기위한 기초체력을 좀 만들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중간중간 빠지고 쉬기도 했지만 어쨌든 1년이 넘게 끌고 왔습니다.

대학 다닐 때, 오기와 깡으로 25미터를 숨 쉬지 않고 겨우겨우 갈 수 있었던 놈이
이제는 접영도 할 줄 알고 천천히 500미터쯤은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지난 수요일에 회사에서 축구 시합이 있었습니다.
간만에 땀 뻘뻘 흘리면서 흠뻑 뛰었지요.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체중계에 올라가 봤더니...
작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70.7 kg !!!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2년 이후로 내 머릿속에서 '몸무게'라는 단어는
71kg부터 시작하며, 결코 아래로 내려가는 법이 없으며,
1년에 1kg씩 증가하는 함수였는데...

이건 제게 있어서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성취감, 희망의 발견, 기대와 자신감, 동기유발, 생기발랄, 회춘징조, ...
어떤 수식어를 더 붙일 수 있을까... ^^

내친김에 쫌 더 내려보도록 해 보겠습니다.
밥마다 음료수처럼 꼴깍꺼리는 맥주 양을 좀 줄여 볼까 합니다.

잘하면... 60kg대로 진입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

PS1) 어제 저녁에 집에 들어갔더니, 와이프가 저녁 식사를 못했다고 치킨 한 마리 시켜서 먹고 있더군요.
주섬주섬... 한 조각 두 조각 집어먹다가...
원래 양이 적은 와이프는 2-3조각 집어먹었을 뿐인데...
나머지는 모두 제가 먹어 치우고, 입맛이 텁텁하다는 핑계로 맥주까지 시어~언 하게...

체중을 달아 보지는 않았지만...
기쁨은 수요일, 단 하루로 끝났던 것 같습니다... T.T

PS2) 수영... 다이어트 생각하시는 분들께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효과가 있긴 하지만 상당히 더디고, 본격적으로 접영까지 들어가야 운동효과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대개는... 그 전에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운동을 지속하지 않게 되지요.
결정적으로!
저랑 같은 시간에 하는 아자씨 중에, 수영 딥따 잘하고, 딥따 오래했는데... 거의 강호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