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26. 11:17ㆍ사는게 뭐길래/난 그냥... 남자!
요즘 회사에서든 아니면 그냥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건 간에
대화의 화제는 저의 월드컵 여행 이야기입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 대부분은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제가 월드컵을 보러 독일에 다녀 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주변에서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축구에 미쳤다' 라는 말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너 진짜 축구에 미쳤구나!'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그러나, 저는 축구에 미치지 않았습니다.
우선은... 제가 지금까지 본 축구에 미친 사람들을 살펴보면
축구 때문에 직장이나 가족 일은 뒷전이 될 만큼 오로지 축구가 삶의 중심이거나
무엇인가 축구에 관련된 일이 직업이든 아르바이트든 자신의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자기가 좋아하는 팀의 경기는 거의 모두 경기장에서 관전을 하고
또한 자기가 좋아하는 팀의 선수들은 신인에서 고참은 물론 은퇴한 선수와
코칭스텝까지... 마치 자기 직장의 동료처럼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학생이란 신분을 악용해서 살던 시절에
저도 그런 생활을 해 본 적이 있지만...
지금도 그렇게 오로지 축구에만 몰입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축구에 미쳤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저는...
정상적으로 직장 다니고, 직장 일이 축구보다 우선이고,
가족의 일은 축구보다도 직장보다도 우선이고,
무엇보다도 경기장에서 축구를 보는 횟수나 TV 중계를 보는 횟수가
일반적인 서포터들에 비해서 현저하게 적습니다.
축구에 미친게 아니라면... 취미 정도?
아닙니다. 결코 취미도 못됩니다.
축구는...
제가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자기 만족을 이루어가는 것도 아니거든요.
(조기축구회에서 활동을 한다면 축구를 취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그냥 축구 팬입니다.
영화나 음악이나 공연 보다는 축구를 더 좋아하고
낚시나 등산을 가기 보다는 축구경기 보러 가는 것을 더 좋아할 뿐입니다.
그것도 제가 뭔가 기분이 내키고 시간과 돈이 허락될 때에 한해서지요.
저는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상당히 긴 시간을 내서 좋은 여행을 다녀 왔는데...
결코 제가 축구에 미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38세의 남자 직장인으로 IT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4살난 아들이 하나 있는 유부남입니다.
그리고, 축구팬입니다.
이게 저의 정확한 현재의 프로필인 것 같습니다.
축구에 미쳤기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중국-몽골-러시아를 거치는 열차 여행을 하고 싶었기에
무리한 일정을 내서 여행을 떠난 것입니다.
그리고, 축구 팬이기 때문에
수년간 월드컵 보러 갈 궁리를 했던 것이고
월드컵을 보러 가는 수단으로 그 여행을 하게 된 것이지요.
저... 축구에 미치지 않았습니다 ^^
그래도 제가 축구에 미쳤다고 보인다면...
아마도... 단지 제가 여러분들보다 호기심이나 모험심이 좀 더 강하기 때문일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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