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2. 23. 14:31ㆍ사는게 뭐길래/난 그냥... 남자!
1998년 5월 17일, 일요일
이 날은 나의 결혼식 날이기도 하지만 포항과 전북의 경기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양가 부모님들과 함께 결혼식 날을 잡긴 했는데...
이런이런! 하필 그 날이 포항의 경기가 있는 날이라니!
결혼식은 12시,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는 오후 3시 30분.
잘 하면 결혼식 마치고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고 와이프와 나는 결혼식 마치는 대로 경기장 들렀다가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경기를 마친 후에는 제주도행 비행기가 없어서 그날 하루는 경주에서 묵고 다음날 제주도로 떠나기로 ^^)
...
그리하야 서울발 포항 스틸야드행 서포터즈 단관버스는 잠시 내 결혼식의 하객들을 실은 채 경기장이 아닌 내 결혼식장으로 들어왔다.
덕분에 나는 포항 서포터들이 부르는 개선행진곡을 들으며 수 많은 꽃가루와 휴지폭탄 세례를 받으며 보무도 당당히 신랑입장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양가 어른들께 폐백을 올리는 순간에도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다.
"1대0으로 지고 있음"
....
폐백을 마치고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반전이 끝났고 부랴부랴 서포터스 존에 자리를 잡은 나와 와이프...
전반전을 보지 못한 우리에게 보너스 경기를 펼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우리의 결혼식을 축하하려는 것이었을까?
포항은 후반전을 1대1로 비긴 후 연장전에 골든 골을 넣으면서 기어코 2대1의 짜릿한 역전승을 안겨주었다. (당시에는 전후반 무승부로 끝나면 연장전, 연장에서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까지 진행했습니다. 정규시간 승리는 3점, 연장승은 2점, 승부차기승은 1점)
당시 스포츠 팬들의 넘버원 스포츠 미디어인 "스포츠 서울"에도 등장 ^^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
평생 잊지 못할 승리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사람들!!
PS) 굳이 결혼식날에도 축구장에 가야했을까? ㅎㅎ 당시 저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1998년, 저는 포항 스틸러스의 시즌 경기중 단 한 경기만 결석했습니다. 당시 전경기 출석한 서포터도 있죠. ("홍SH"라고...). 제가 결석한 단 하나의 경기가 울산:포항의 플레이오프 2차전입니다. 김병지가 날아올라 골을 넣으며 포항의 꿈을 확 밟아버린 바로 그 경기! 그 날이 아버지 생신이었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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