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울산 - 만약, 2012년이었다면 어땠을까?

2013. 12. 8. 21:23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지난 12월 1일 K리그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의 승리와 우승의 여운이 여전히 가시질 않네요.

아마 그 순간은 죽을 때까지 가장 강렬한 승리의 순간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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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연맹에 있는 친구를 통해 확인해보니,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네요.

작년전에는 홈팀에게 킥오프 진영 선택권이 있었는데, 올해(2013)부터 후반전에 자기측 서포터 쪽으로 공격을 하도록 전후반 킥오프 방향이 고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야 선수들도 후반 막판까지 힘을 내고, 서포터스도 더 신이나고, 경기도 더 박진감 넘치고, 골 세레모니도 신나고, 승리의 순간에 서포터와 함께하고.... ^^


별 것 아닐수도 있지만, 만약 홈 팀 울산이 후반에 포항 서포터스쪽이 아닌 울산 서포터스쪽에서 수비를 했다면 어땠을까?

어차피 울산은 지키는 전략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또 지켜내는 힘이 있는 팀이고, 초반에 공격적으로 하건 어쨌건 맨 마지막에는 결국 이기려는 자가 지킬 수 밖에 없는 경기.

그런데... 수천명의 악에 받친 상대팀 서포터를 뒤에 둔 채 버티기 작전을 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귀가 따갑게 날아오는 야유와 욕설, 게다가 지난 경기처럼 물병까지 날아 올 수 있으니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듯합니다.

(게다가 심판도 인간인이상 판정 하나하나에 엄청 긴장 만땅)

반대로 포항은 오직 포항 서포터스의 함성을 듣고, 그들의 열렬한 몸짓을 보면서 공격을 하구요.


하지만... 지난 울산:포항 경기처럼 애초부터 지키려는 자와 넘어서려는 자로 명확히 갈린 경기라면

지키려는 자는 후반에 자기 서포터스 앞에서 지키는 것이 훨씬 유리했을 것 같습니다.

포항은 반대로 상대팀의 온갖 야유와 약올림을 감당하면서, 자기팀 서포터스의 소리는 들릴 듯 말 듯한 상황에서 공격을 했겠지요.


만약 2013년이 아닌 2012년의 킥오프 방식이었다면?

그리고, 울산이 후반에 울산 서포터 앞에서 수비막을 펼쳤다면?


2012년이었다면, 그래서 울산이 후반전에 포항 서포터스 방향으로 공격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면...

후반 막판의 버티기 시간에 울산은 야유와 욕설도 들을 필요도 없었고, 물병 세례로 고생할 필요도 없었겠죠.

오히려 울산 서포터스로부터 격려의 함성을 들으며 마지막 고비를 넘길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2012년 방식이 미묘하게 바뀐 2013년 방식의 킥오프 방향 정하기...

승점이 뒤진 포항에게 불리한 경기가 아니라 어쩌면 포항에게 유리한 경기로 시작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우승은...

하늘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늘 필요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