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 째 별을 기대하며...

2013. 11. 30. 20:06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1998년 가을이 먼저 떠오릅니다.

당시에는 4강 플레이오프로 리그 챔피언을 가렸는데, 리그가 마무리 될 시점에 포항은 리그 1위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2위는 수원, 3위는 울산...

 

안양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기 직전, 추가 시간마져 끝나가던 그 직전 순간까지는 그랬죠...

 

당시에는 매 경기 끝장승부 방식이었습니다. 90분에 승리하면 3점, 연장에서 이기면 2점, 승부차기로 이기면 1점을 얻는 식이었습니다.

 

포항은 2대1로 앞서던 경기를... 그대로 끝났으면 리그 1위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할 수 있었던 그 경기를...

종료 직전에 통한의 동점골과 함께 1등에서 2등으로 내려갔고,  연장을 치르고 승부차기에서 패하면서 다시 3등으로 내려가는 끔찍한 아픔을 주었던 경기로 만들어 버리다니...

 

그렇게 1위로 마쳤어야할 리그를 3위로 마쳤고, 느긋하게 플레오프를 치르고 올라 올 상대를 기다려야 할 입장에서 3-4위간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러야 할 상황이 된거죠. 딱 1분만 버텼으면 됐을텐데... 

그 1분은 정말이지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1분이었습니다.

 

3-4위전에서 전남을 누르고, 2위 울산과의 플레이오프.

그 해에 포항과 울산이 치른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은 지금까지도 K-리그 최고의 명승부로 꼽는 바로 그 전설같은 경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명승부인들... 어떤 화려한 수식어와 추억이 담겼을지라도...

끝내는 포항이 울산에게 졌고, 또한 그해 챔피언의 이름은 결승에서 울산을 꺾은 수원이 가져갔습니다. 최고의 명승부를 남겼지만, 그것이 결코 챔피언의 영광을 대신할 수는 없지요.

이 일은 상당히 오랫동안 포항을 짓누르는 아쉬움이었고...

또한 큰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에 무릎을 꿇는 콤플렉스이기도 했습니다.

 

2007년 파리아스의 팀이  6강 플레이오프부터 기적처럼 연전연승을 하면서 네 번 째 별을 따기까지... 무려 9년동안...

안양과의 최종전에서 끝내 견뎌내지 못했던 그 1분은 포항이 암흑같은 시기가 시작되는 통한의 1분이었습니다.

 

그 1분의 한계를 넘지 못한 댓가가 그렇게 긴 시간의 아픔과 인내를 동반시킬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물론 그 때 안양과의 마지막 경기를 버텨내고 리그 1위로 시즌을 마쳤더라도 포항이 챔피언을 차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1분을 버텨냈다면 포항은 분명히 그 해의 별을 차지했을거라 믿고 있습니다.

 

....

 

어쨌든... 참 얄궂은 상황이 되었네요.

그 때 포항이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 시즌에는 울산이 그렇게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해서 우승의 기회를 뒤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또한 공교롭게도 울산이 결국 맞이해야할 마지막 결정전의 상대가 1998년에 그렇게 통한의 1분을 넘지 못했던, 그래서 울산과 피 철철 흐르는 승구를 겨뤘던 그 포항이 되었네요.

 

그 절벽 같았던 마지막 1분...

1998년, 그때는 포항이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한 댓가로 울산에게 챔피언에 도전할 기회를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그 땐 그랬는데... 이번에는 울산이 부산과의 경기에서 마지막 1분을 버텨내지 못하는 바람에 포항이 챔피언에 도전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울산은 1998년에 안양이 포항을 꺾으며 안겨줬던 1분의 선물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포항은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되겠죠?

 

울산에 갈랍니다. 울산이 빼앗긴, 부산이 포항에게 준 1분의 선물 꾸러미를 풀어 봐야지요!!!  

 

PS) 정말이지 플레이오프에서 징하게도 만나는 두 팀입니다.

1998년에는 울산이 포항의 길을 막았고, 2007년에는 포항이 울산을 가로막고 우승을 차지했고, 2008년과 2011년에는 다시 울산이 포항을 막아섰습니다.

하여간, 옆동네 짱부터 꺾어야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