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뭄 끝에 받은 선물

2012. 7. 9. 23:02사는게 뭐길래/건달농부 건달농법

 

참으로 긴 가뭄이었습니다.

주말에만 살짝 기웃거리는 건달농부로서는 이렇게 긴 가뭄에는 거의 속수무책!

게다가 농사 준비가 어설퍼서 땅도 기름지지 못한 지경에 농사짓는 기술도 완전 초짜니 더 말해서 뭐할까...

그냥 부지런히... 주말이면 잽싸게 내려가서 스프링클러 열라 돌리면서 물 뿌려주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그냥 대책 없이 건달농부 건들건들 두어달을 보냈더니...

그러다가... 긴 가뭄 끝에 단비가 한 번 내렸을 뿐인데...

다른 농부님들 밭과 비교해서 너무너무 더디게만 자라는 모습이 답답하기만 하고,

꽃이 피더니 작은 열매가 띄엄띄엄 보이는 것이 전부였는데...

 

단비 한 번 맞더니 세상이 확 바뀐걸까요?

1주일 후에 다시 찾은 밭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장맛비에 쓰러져버린 옥수수들!

이제 좀 자라는가 싶었는데... 지난 주말 바가지로 퍼부은 장맛비에 옥수수들이 비스듬이 누워 버렸습니다.

조심조심 누운 놈들을 바로잡아 주긴 했는데,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그런데... 장맛비와 거센 바람에 자빠진 놈은 자빠진거고...

전체적으로는 다들 몰라보게 쑥쑥 자랐습니다!

 

 

 

지난 5월에 옥수수 알맹이를 심고, 싹이 조금 올라온 후에 비료 한 번 주고,

제대로 해 줄게 없어서 주말마다 열라 스프링클러 돌렸는데...

 

단비가 한 번 제대로 내리더니...

어느새 옥수수들이 아들놈 키보다도 더 커졌습니다!

아직 옥수수가 맺히지는 않았지만... 이 추세면 곧 맺히지 않을까요?

 

아들 녀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옥수수는 안보인다고 투덜투덜 ^^

 

 

 

 

 가지, 고추, 방울토마토, 쌈채소, 호박, 오이.

주렁주렁 많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눈과 입으로 즐길만큼은 되네요.^^

 

 

그런데, 단호박은 약간 상태가 이상합니다.

이 멍청한 놈이 하필이면 바위 틈에서 몸집을 키우는 바람에 바위 사이에 몸이 딱 끼어 버렸습니다.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면서 떼어 볼까 했는데 도저히 안되더군요.

 

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칼로 몇 조각을 내서 볼품 사납게 뜯어 냈습니다.

(그래도 뭐... 맛만 좋더라!)

 

 

 

 

 

초라하지만...

수확이라면 수확!

 

건달농부에게는 너무너무 과분한 수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