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4. 22:51ㆍ사는게 뭐길래/집짓기 & DIY
목공팀이 떠난 자리, 마지막 몇 가지 마무리 작업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작업이라고는 하지만 무슨 일이든 새롭게 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지요.
지난 주말에는 벽면에 사포질(Sanding)을 했습니다.
내부 벽면을 예쁜 자작합판으로 마감을 했는데, 합판 표면을 살짝 사포로 문질러서 매끈하게 해야
불순물이나 얼룩도 없어지고, 자작나무의 무늬도 더 살아나고, 칠도 잘 먹는다고 합니다.
대략 면적을 따져 보니까...
사포질을 해야할 벽면이 40평 정도가 되겠더라구요.
오비탈 샌더라는 전동 공구를 이용하는 작업이긴 하지만, 막상 해 보니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뭐...
까짓거... 저랑 마눌님이랑 둘이서 하루 종일 불타는 투혼으로 작업했습니다.
둘 다 나무 먼지 옴팡지게 뒤집어 쓰면서 일요일(10월 2일) 하루 온 종일...
이번에도 공대 나온 여자가 큰 일을 했는데...
너무 고된 노동 때문인지 감기와 몸살로 다음날 하루 종일 제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어깨와 팔이 온통 뻑적지근...
오비탈 샌더라는 공구를 계속 들고 작업해야 하는데
이 샌더라는 놈이 부르르르 진동을 하면서 자동으로 사포질을 하는 공구입니다.
(그래서 사진을 보면 샌더와 손 부분만 흔들려서 찍힌겁니다.)
나중에는 샌더를 내려 놓아도 팔이 부르르르 떨리는 느낌이 남아 있더라구요.
그래도, 내 손으로 뭔가를 마무리 지었다는 점이 무척 뿌듯했습니다.
뭔가 만들고 만지는 것을 좋아했기에 공학을 전공한 것 같은데...
지난 20년 동안 줄곧 책상 머리에 앉아서 컴퓨터만 두드리고 살았는데...
이렇게 직접 몸을 놀리면서 뭔가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잊고 살았던 만들기 본능이 서서히 깨어 난다고나 할까?
이번 주말에는 벽면에 오일 페인팅을 할 예정이고
조금씩 목공의 난이도도 높여 볼 생각입니다.
정교한 목수의 손이 아니어서 조금은 거칠고 어긋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 과정 자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인 것 같네요.
.....
집짓는 중간에 잠시 현장을 둘러보셨던 부모님께서도 오셨습니다.
고모님도 오셨고...
잠시 집 구경을 하시더니, 어른들도 노동의 본능이 깨어나셨는지
현장 부근을 말끔히 청소하셨습니다.
쓸만한 자재들은 창고로 옮기고, 재사용 불가능한 작은 토막들은 마대 자루에 담아서 정리하고...
급기야...
간만에 불 피우는 재미를 보시겠다면서 작은 모닥불도 피웠습니다.
몸을 놀리고 일을 한다는 것,
힘들고 고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기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정말 몇 십년 만에... 가족이 함께 힘을 합쳐서 무엇인가를 하는 소중한 날이었습니다.
잔잔한 모닥불과 함께하는 시골밤의 정취는 또 하나의 뽀나스!
모닥불을 앞에 두고 할아버지와 나누었던 시간이 아들 녀석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앞으로 가능한한 많이 가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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