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의 은퇴, 그것은 재앙입니다

2011. 2. 2. 00:03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왼쪽 윙백!
12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대한민국의 왼쪽 윙백이 떠났습니다.
이영표 외에 누구에게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자리지요.
잠시 왼쪽을 떠나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긴 적도 있지만
그것은 상대적으로 약한 오른쪽을 보강하기 위해서였을 뿐, 왼쪽에서 그의 자리는 독보적이었습니다.

수비력 + 스피드, 게다가 왼발!
프로 팀이든 국가대표 팀이든 왼쪽 포지션의 붙박이 임자는 정말 찾기가 힘듭니다.
우리나라에는 오른발 왼발을 모두 잘 쓰는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왼쪽 한 자리를 제대로 책임지는 선수는 드물지요.
그렇기 때문에 왼쪽에서 제대로 자리 잡으면 10년은 보장된다고도 하지요.^^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모두들 왼쪽 윙 포워드 자리도 소화해 낼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그들도 주 전공은 오른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박지성의 빈 자리를 메울 후보군은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왼쪽은 이야기가 틀려집니다.
이영표처럼... 왼쪽 한 자리를 그토록 확실하게 책임졌던 선수는 없습니다.
왼쪽을 든든하게 책임지던 이영표가 있었기 때문에 오른쪽 전공자들이 왼쪽에 와서도 좋은 팀 전력을 만들 수 있었고, 오른쪽에 비해 다소 파워가 딸리는 왼쪽 공격수들도 활발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그냥 당연한듯이... 요란할 것도 없고, 화려할 것도 없이...
그 포지션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던,  그래서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던...
그랬기 때문에 소중한 선수가 있었음에도 소중한 줄도 몰랐던...
그런거였지요.

무려 12년간!
별다른 기복이나 부상도 없이, 슬럼프도 없이... 사생활의 문제나 잡음은 더더욱 없이!
그 자리에는 항상 이영표가 있었으니까요.

이제 누가 이영표를 자리를 맡게 될까요?
김동진이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을까요? 아시안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용래라면 어떨까요?
아니면, 다른 K-리그의 선수 중에는 누가 있을까요?

너무나 그 자리의 주인 역할을 충실히 했던 이영표였기에
아마 당분간... 아니, 어쩌면 상당히 오랜 시간...
왼쪽의 빈 자리는 매우 크게 느껴질겁니다.

예전에... 어느 선수가 한 말이 기억나네요.
(이영표 선수의 대학시절 동료선수로 한 때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었던... ^_^)

"어떤 감독은 좋아하는데 어떤 감독은 싫어하는 선수들이 있잖아요.
또 감독은 좋아하는데 선수들은 별루 인정하지 않는 선수들도 있고요.
근데, 그런거 없이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도 있거든요.
축구로도 인정하고 인간성도 인정하고... 이영표 같이요."

그런 이영표와 함께했던 12년... 진정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빈 자리를 느낄 것 같습니다.